천주교부산교구 513

누룩 | 인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인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최근에 저는 40여 년 전 기억으로 매우 힘들었습니 다. 중학생 때 기억입니다. 10살도 채 되지 않은 중증 장애를 가진 아이와 잠시 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장 애 정도가 심해서인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 지 않았던 아이였습니다. 그런 아이를 어머니께서는 갓난아이를 키우듯 하루 종일 그 아이 곁에서 모든 정 성을 쏟으셨습니다. 어느 날 밤 방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자그마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형!” 제가 고개 를 돌렸을 때 그 아이는 제 옆에 와 있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순간 짜증이 났고, 어머니를 불렀습니다. 잠시 후 어머니께서 그 아이를 데리고 나 가셨지만, 제 마음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미움과 짜증으 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밤새 그 아이가 받..

세대간 소통 2024.05.18

열두광주리 | 인생의 ‘가치 무게’

인생의 ‘가치 무게’  통계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의 1인 가구가 천만 세대를 돌파했으며, 혼인율은 하향곡선을 면치 못하 고 있습니다. 여성 1명당 출생아 수는 전 세계 최저 기록이고, 출산율의 하락 속도 역시 세계에서 가장 빠 릅니다. 한국의 이런 기묘한 현실을 다른 나라에서는 해외토픽으로 다룰 정도입니다. 그간 정부는 초유의 저출생과 낮은 결혼율에 수백조 원을 투입했지만 마 땅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정책 공회전’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 주목할 만한 설문 결과가 있습니다. 지 난 2021년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에서 전 세계 17개 선진국 성인 19,000명을 대상으로 “무엇이 인생을 의미 있게 하 나요?”(What makes life meani..

세대간 소통 2024.05.16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58차 홍보 주일 담화 요약

인공 지능과 마음의 지혜: 온전한 인간 커뮤니케이션을 향하여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제가 올해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도 성찰한 주제 인 인공 지능 체계의 발전은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분 야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으로 이어 집니다. 이 기술과 함께 어떻게 우리는 온전한 인간으 로 남을 수 있고 또 이 문화적 변화가 선에 봉사하도록 이끌 수 있겠습니까? 오늘날 기술은 풍요로워져도 인간성은 빈약해질 위 험이 있는 이때 우리의 성찰은 인간의 마음에서 출발 하여야 합니다. 현실을 바라보는 영적 관점을 갖추고 마음의 지혜를 회복해야만, 우리는 우리 시대의 새로 움을 읽고 해석할 수 있으며 온전한 인간 커뮤니케이 션으로 가는 길을 재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류의 모든 기술적 확장은 사랑 가득한 봉사..

사제의 공간 2024.05.08

누룩 | 라파엘라, 교사가 되다

라파엘라, 교사가 되다  찬미예수님! 범일성당 초등부 주일학교 교사 허수진 라파엘라입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교사회 활동을 하며 느낀 감사함과 받은 사랑을 교구민들과 함께 나 누고 싶다는 생각에 이 글을 씁니다. 주변에서 하느님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저는 고등학 교에서 우연한 기회로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당시 만 해도 어린 마음에 친구들이랑 노는 것이 좋아 주일 학교에 열심히 다녔습니다. 주일학교를 졸업하고 나 서는 조용히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가 되고 싶었습니 다만 코로나로 정체되었던 주일학교가 은총시장과 함 께 되살아나면서 중고등부 교무 선생님과 신부님, 그 리고 분과장님의 요청으로 교사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3년 전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면 “얘가 교사를 한다 고?”라는 말을 들을 정도..

세대간 소통 2024.05.04

누룩 | 나를 찾아오신 때

나를 찾아오신 때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고하며 우셨다. 그 때 예루살렘을 향하여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네 안에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있지 않게 만들어 버릴 것 이다. 하느님께서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하 였기 때문이다.”(루카 19,44)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는 말씀을 읽으며 나는 두려 움을 느꼈다. 주님께서는 분명 나에게도 가끔, 혹은 자 주 찾아오셨을 것이다. 그분께서 나를 찾아오셨는데 내가 알지 못했던 때는 언제였을까. 이른 새벽, 맑은 정신으로 눈을 뜨게 되면 그것은 주 님께서 나를 부르시는 것이라고 했다. 묵상하기 좋고 기도하기 좋은 고요한 시간, 이불 속에 누워서 쓸데없 는 잡념으로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말았다면 주님께 서 나를 찾아오..

세대간 소통 2024.04.27

열두광주리 | 우리의 이름이 시작된 곳

우리의 이름이 시작된 곳 “요한아~!”“영아~!”“신부님~!” 지금까지 살아오면 서 누군가가 저를 부를 때 자주 듣게 되는 말들입니다. 제가 가진 이름들입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이 이 름들은 희망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서 좋은 사람이 되라는 희망, 거룩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희망, 사랑하고 봉사하며 기쁘게 살아가겠다는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름이라는 것이 참 재미있습니다. 분명 내 것이기는 한데, 나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이 사 용합니다. 그래서 이름은 본질적으로 “부르심”과 연 관되어 있습니다. 누군가로부터 내 이름이 불려질 때, 우리는 자신을 자각하게 되고, 나를 부르는 이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 이 나에게 가진 희망과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부르고..

세대간 소통 2024.04.20

착한 목자의 삶 | 박상운바오로 신부님(만덕성당 주임)

착한 목자의 삶 박상운바오로 신부님(만덕성당 주임) 오늘은 주님의 거룩한 부르심을 받고 노력하는 모든 성소자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성소 주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착한 목자’라 고 말씀하시면서, 목자와 삯꾼의 차이, 울타리 밖의 양 들과 목자의 직무, 착한 목자이신 당신의 권한을 말씀 하십니다. 결국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핵심은 ‘착한 목자로서의 삶’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착한 목자 의 삶’은 목자로서의 직무와 연관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목자로서의 일은 무엇입니까? 예수님은 양들 을 위하여 목숨을 내어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나는 착한 목자이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 을 내놓는다.”(요한 10,11) 우리는 일을 하면 그에 따른 대가를 바라지만, 오히 려..

사제의 공간 2024.04.19

누룩 | “평화가 너희와 함께!”

“평화가 너희와 함께!” ‘지란지교’라 하면, 늘 유안진 시인의 시가 생각납니 다. “…이야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 지 않는 친구…”가 곧, 지란지교를 나누는 벗이지요. 가족이나 친지일지라도, 마음속 생각을 드러내어 이 야기를 나누기가 쉽지 않은 세상입니다. ‘말이 날까’ 두 려워서입니다. 상대방을 믿고 나눈, 속 깊은 대화가 돌 고 돌아 다른 사람에게서 듣게 되는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 같습니다.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게 세 상 사는 모습인가 봅니다. 수년 전 이야기입니다. 사월 중순 즈음에 한 학생이 면담을 신청해 왔습니다. ‘말이 날까’ 두려워 가족에게 조차 말할 용기를 내지 못하던 차에 저를 찾아온 것입 니다. 믿고 상담하러 와 준 것만 해도 고마웠습니다. 여러 날 학생..

세대간 소통 2024.04.13

예수님, 감사합니다! | 장재봉 스테파노 신부님(부산가톨릭신학원장)

예수님, 감사합니다! 장재봉 스테파노 신부님(부산가톨릭신학원장) 오늘 복음은 부활하신 주님을 뵙고서도 여전히 의심 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제자들, 끝없는 죄책감에 시 달리며 좌절하고 있는 못난 모습을 전해줍니다. 순간 마음이 철렁했습니다. 부활의 기쁨을 고작 3주일 만 에 잃은 듯한 제 모습 같고 제 꼴이라 싶었던 것입니 다. 이야말로 주님을 조롱하는 일이고 비난하며 등을 돌리는 일이기에,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으로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때문일까요? 딱한 제자들의 모습에 별로 마음을 쓰 지 않으시는 듯, 쿨하게 대해주시는 예수님의 배려가 정말로 고마웠습니다. 그저 제자들의 영혼이 어서 회 복되도록, 손과 발을 보여주고 못 자국까지 확인시켜 주시는 그 다정함에 마음을 떨었습니다. 당신께서 주 신 평화를 ..

사제의 공간 2024.04.12

누룩 | 나의 행복 리스트

나의 행복 리스트 청·청·해(청소년·청년의 해)의 목표가 쉬워서 한 번 에 외워졌다. “하느님 안에서 청소년과 청년이 행복을 느끼는 것” 8년 동안 성당을 다니며 행복을 느꼈던 기 억과 본당 공동체에서 받은 사랑을 알리고 싶다는 생 각에 쓰게 되었다. 1. 스물한 살, 비신자였던 내 고민을 진심으로 경청 해주고 함께 고민해 준 신부님. 2. 그냥 이유 없이 반갑다며 10m 전부터 손 흔들고, 손잡아 준 수녀님. 3. 언젠가 내가 세례를 받을 때 대모를 서주겠다며 웃었던 오빠,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라면 전부 응 원하고 믿어주는 항상 내 편인 대모님. 4. 궁금한 것이 많았던 나의 질문을 다 받아주고, 오 르간도 가르쳐 준 오빠. 5. 몸이 아파 힘들어할 때 따스하게 안수해 준 신부 님과 기도해준 청년들...

세대간 소통 2024.04.06

질문하는 사람, 토마스 | 홍경완 메데리코 신부님(부산가톨릭대학교 총장)

질문하는 사람, 토마스 홍경완 메데리코 신부님(부산가톨릭대학교 총장) 의심하고 질문을 던지는 일은 인간의 것입니다. 인 간만이 질문을 던지며 그 까닭을 알고 싶어 합니다. 그 냥은 받아들이기 싫다는, 수용할 만한 충분한 근거를 찾고 싶다는 인간 의지의 강력한 표현이 질문을 던지 는 행위입니다. 믿음에 대해선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 게 의심하면 불신앙이 더 커질 듯 보이지만, 실은 질문 을 통해 얻어낸 것들이 든든한 토대가 되어 제대로 된 신앙이 뿌리를 내리게 이끌어 줍니다. 신앙은 그 마지막 자리에선 어떤 의심이나 질문도 필 요 없는, 심지어 믿는다는 말조차 무의미한 *지복직관 의 순수가 자리하고 있을 터이지만, 그건 마지막에나 일어날 바라마지않는 일이고, 그리로 향하는 길 위에 서는 늘 ‘믿기 위해서 ..

사제의 공간 2024.04.04

누룩 | 무덤을 허물고 일어나

무덤을 허물고 일어나 세례받은 지 50년이 다 돼가니 그만큼의 부활을 보 냈을 겁니다. 어릴 땐 달걀주는 부활절이 명절 같아 좋 았습니다. 한때는 부활 사건을 의심한 적도 있었습니 다. 흰머리가 생길 때쯤에서야 십자가의 희생과 예수 님 부활을 통해 우리도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부활의 신비를 조금씩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부활의 기쁨을 간직한 주님의 백성으로 살기보다 세상일에 바쁜척하 며 예수님 주변을 서성이는 ‘부활구경꾼’으로 살아온 시간이 훨씬 많았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사순절을 맞이하며 신약성경 필사를 시작했습 니다. 예수님을 조금이라도 내 몸 가까이 느껴보고 싶 었습니다. 눈으로만 읽을 때보다 말씀이 내게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것 같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쓴 날과 안 쓴 날의 차이가 ..

세대간 소통 2024.03.30

빈 무덤 - 부활하신 주님께서 함께 계심을 보는 곳 | 신호철 비오 주교님(총대리 )

빈 무덤 - 부활하신 주님께서 함께 계심을 보는 곳 신호철 비오 주교님(총대리 ) 영이신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표 현하는 말씀을 하실 때 당신 의 온존재를 말씀에 담아서 선물로 주십니다. 그래서 하 느님은 말씀을 낳으시고, 말 씀은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 은 이 말씀을 통해 세상을 창조하 시고 만물을 돌보고 이끌어 오셨습니다. 말씀이 사람 이 되시어 사람의 눈앞에 나타나셨고, 인간의 언어로 써, 하느님은 영이시며 눈에 보이지 않아도 우리를 돌 보고 이끄신다고 알려주셨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사람이 되어 나타나시자, 사람들은 그분이 눈에 보이지 않는 영이심을 알아듣지 못하였 습니다. 그래서 말씀께서는 당신의 본래 모습, 즉 눈에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계시는 그분을 만날 수 있도록 제..

사제의 공간 2024.03.29

마음 안에 주님의 십자가를 세웁시다. | 한건도미니코 신부님(이기대성당 주임)

마음 안에 주님의 십자가를 세웁시다. 한건도미니코 신부님(이기대성당 주임)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인 오늘 예수님께서 파스카 신 비를 완성하시기 위해 예루살렘에 입성하십니다. 그 때 당신을 향한 군중들이 나뭇가지를 흔들면서 “호산 나”를 외치며 환영합니다. 군중들은 자신들의 꿈인 다 윗의 나라를 예수님에게서 본 것입니다. 반면에 유대 의 종교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위험한 인물로 냉랭하 게 쳐다봅니다. 잠시 후 열렬히 환호하던 군중들도 점 차 태도를 바꿉니다. 유대 지도자들과 한패가 되어 예 수님을 반대하는 살인 동조자로 돌변합니다. 힘없이 체포된 예수님을 보자, 자신들의 꿈이 깨졌다고 죽이 려고 크게 외칩니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제자들도 수난당하시는 예수님을 버립니다. 베드로 는 세 번이나 예수님을 ..

사제의 공간 2024.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