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뉴스 포엠 54

겨울 허깨비 | 시인뉴스 포엠

겨울 허깨비                              松竹 김철이  지금 여기볏단이 누렇게 영글어 누웠던 흔적뿐일걸 잘 훑어보면행여 탈곡기 가출한 알곡들이 뒹굴지 모름이라고먹이 훑는 참새들을 위한 헌신으로혹한을 몸소 절절히 맞으며논바닥 한가운데기꺼이 홀로 서서 알림판이 되리라 겨울 꼭두각시시방 이곳나그네새 허덕허덕 이삭 줍던 자취뿐인걸 뒤 훑어보면간혹 벼쭉정이 속에 숨겨진 낟알들도 있음이라고무작정 먹이만 훑어대는콩새들을 위한 봉사로허허벌판 논두렁 칼바람 무릅쓰고논바닥 고지판으로 꿋꿋이 서리니      겨울 허깨비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741

작품 발표작 2024.12.12

겨울나무 2 | 시인뉴스 포엠

겨울나무 2                          松竹/김철이  호시절 어디다 쟁여두고가파른 산등성이 외로이 홀로 선메마른 가슴갈팡질팡 구르는 잎사귀 위로를 받겠지. 그댄 지금비록 앙상한 잔가지 부여안고멍하니 허공만 올려다볼 뿐이지만화려한 희망이 예비되 있질 않은가. 때로는나그네새 홀로 찾아 동무 되고때로는 잔바람 길잃은 듯슬그머니 불어와 벗 되어 놀아줄 테지 당장은 볼품없어 가련할지라도파릇한 새싹 새 옷 갈아입고싱싱한 잎사귀 고이고이 단장하여목 빼 기다리는 임들 앞에 우뚝 서리니  겨울나무 2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741

작품 발표작 2024.12.05

겨울 산 | 시인뉴스 포엠

겨울 산                      松竹 김철이  고즈넉한 산길 따라허기진 산짐승 발걸음 후들후들 이어져도괜찮아, 괜찮아품어 달래는 아비의 큰마음 쟁인다. 야밤을 울던 소쩍새 떠난 그 자리콩새 재롱잔치 한참이고동백꽃 수선화 초연한 춤사위에산맥은 길게 줄지어 뻗는다. 언제 풀릴 귀양살이인가.기약 없는 연약 지루하기도 하련만어름 사슬 온몸에 걸고먼 데 눈길 둔 채 침묵만 지킨다. 진달래 개나리도 지고 없는데서리꽃 눈꽃만은계곡마다 빼곡히 늘어 피고골골대던 계곡물 겨울잠 길게 잔다.    겨울 산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593

작품 발표작 2024.11.14

겨울나무 | 시인뉴스 포엠

겨울나무                       松竹 김철이  초겨울 문은 이미 열렸는데무슨 미련 그리 많아나뭇잎 떨어져 가는 발걸음천길만길 무겁기만 하누나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듯이잎새들 돋고 지는 사이숱한 사연 덩달아 피고 지고빈 가슴 외롭기가 그지없다. 묵은 잎에 맺은 정은새잎이 필 때까지 잊혀 가겠지만젖 물려 키워온 모정만은나이테 옹이로 절절히 남겠지. 한 점 바람만 고이 불어도고명딸 출가시킨 친정 모(母) 심정으로가지마다 근심 걱정 곰삭히며춘삼월 호시절을 목 빼 기다리겠네.   겨울나무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593

작품 발표작 2024.11.07

상강霜降 | 시인뉴스 포엠

상강霜降                                   松竹 김철이  얼기설기 맺은 정 냉정도 하게나뭇가지마다 꽃단풍 지고비어갈 가지 끝에 서리꽃이 매달려 필 무렵뒷문 밖 동장군 무딘 칼날을 갈더라 한해 가을걷이 끝낸 논두렁엔게으른 허수아비 하품만 늘어가는데가는 시절 이별하기 아쉬운 듯길섶마다 낙엽들 억지가 대판일세 농번기 잰걸음 걷던 농심은국화주 몇 잔에 시름을 떨치는데늦여름 설거지 마친 단풍잎알록달록 생가슴만 타들어 가겠네 시절의 끝자락을 환칠하듯점점 드높아져 가는 하늘 붓도 없이하늘 아랫동네 뜨락마다천하제일 풍경화를 마냥 휘갈긴다.   상강霜降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454

작품 발표작 2024.10.17

한로寒露 2 | 시인뉴스 포엠

한로寒露 2                             松竹 김철이  한 해 가을이 점차 물러날 채비에 분주하니푸릇푸릇하던 식물들제 몫의 시절을 내려놓고갈 길 바쁜 낙엽들 참도 을씨년스럽다. 편히 쉬던 찬 이슬온 누리 두루 거니느라 종종걸음시름 많은 사람들 드높은 산을 찾아머리에 적색 꽃을 꽂으니잡귀들 물러가고 평온이 절로 깃드네. 겨울의 문턱을 넘기 전삼복을 살아내느라 심히 지친 몸과 마음을용솟음치는 미꾸리 한 움큼 건져뚝배기 제물로 삼은 추어탕으로 달래더라 곱디고운 춘삼월 즐기려고단한 날갯짓도 아랑곳없이천리만리 날아든 제비 가족들 고향을 찾고귀뚜리 노랫소리 마루 밑 쟁여 들 때혀 빼문 알곡들 소슬바람에 절로 영근단다    한로寒露 2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

작품 발표작 2024.10.03

추분秋分 | 시인뉴스 포엠

추분秋分                      松竹 김철이  논밭길 사이 홀로 걷던 나그네집 나온 지 어저껜데논밭머리 오곡백과 무르익듯시절은 소복소복 잘도 익는구나. 찹쌀가루 새알 빚어동네방네 나눠 먹고농가마다 쇠스랑 걸어놓고알곡 도둑 참새떼 입 붙이더라. 무법자처럼 마냥 설쳐대던갖은 벌레 땅속에 숨고철새들 날갯짓 다급할 적에촌민들 만복 그린 연을 날리네. 황소걸음 재촉하는 농부 걸음 마냥 다급한데멍에 건 소걸음은 마냥 버거우니네 걸음 내 걸음 탓하지 말고부평초 세월 쉬엄쉬엄 따라가게나   추분秋分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342

작품 발표작 2024.09.19

백로白露 | 시인뉴스 포엠

백로白露                              松竹 김철이  마냥 푸를 것만 같았는데청춘을 잃어가는 듯푸르던 잎새 누릇누릇 곰삭아갈 적에밤이슬 막무가내 저승길을 재촉하더라. 갈색 시절 점점 번져가니드높은 대자연 은혜 힘입어들녘마다 오곡백과 무르익어갈 짬에늦장마 싹쓸바람 훼방꾼 역할 충실하지. 점점 길어질 야밤중에밤이슬 몰래몰래 벌판을 메워가고구슬픈 귀뚜리 울음은사랑방 식객의 가슴을 후벼파누나 텃새들 둥지 보수 공사 충실하고먹이 저장에 열중하니몇 달 며칠 더부살이 지친 나그네새본향 찾는 날갯짓 나날이 분주하다.    백로白露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342

작품 발표작 2024.09.03

처서處暑 | 시인뉴스 포엠

처서處暑                               松竹 김철이  땅에선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하늘에선 뭉게구름 타고 온다더니소리 소문도 없이시절 품에 쟁여 드누나 이날 이후 모기도 입이 비뚤어지고풀도 울며 돌아선다고 했듯잡초도 해충도대자연 섭리 앞에 머리를 절로 조아리지 여름내 눅눅해진 몸과 마음은혜로운 가을 햇살에 포쇄하고발길 뜸했던 조상 묘 찾아큰절로 후손 도리 다 하더라 모진 무더위에 지쳤을세라미꾸리 꼬리 치는 추어탕에애호박 숭덩숭덩 칼국수로온 가족 둘러앉은 밥상머리 대풍일세      처서處暑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236

작품 발표작 2024.08.15

입추立秋 | 시인뉴스 포엠

입추立秋                         松竹 김철이  초가을 조심스레 삽짝을 여니논두렁 벼메뚜기 살이 통통 오르는데숨어 울던 귀뚜리숲속 시절가 가락이 마냥 을씨년스럽다. 두 눈 부릅뜨고논두렁 한가운데 우뚝 선 허수아비기상은 가상한데호시탐탐 달려드는 참새떼는 불감당일세 어정칠월 건들팔월이라눈코 뜰 새 없던 농심에한가함이 조붓조붓 노니는데성급한 소달구지 볏논을 내달리네 네 번을 죽어 되살 신세인데뭣이 그리 급했던고무 배추 앞서거니 뒤서거니농한기 들어설 일손 밭두렁으로 불러대지   입추立秋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236

작품 발표작 2024.08.01

대서大暑 | 시인뉴스 포엠

대서大暑                       松竹 김철이  장마 텃세 밀어낸 큰 더위천지를 독차지한 채 위세를 드높이니계곡마다 인생 꽃이 만개하고강물마다 인파 더미 일렁였지 오락가락 장맛비 그치는 듯싶더니한더위 온 누리 호령하듯찜통더위 주야장천 부려갈 적에풀 뜯는 염소 뿔 절로 녹더라 지루한 한여름 장맛비에물은 흙으로 흐르고흙은 물로 굳어갈 즘풀은 곰삭아 반딧불로 핀다네 장마철 돌도 웃자란다더니씨앗은 꽃으로 피고꽃은 씨앗으로 굳어갈 적에꽃대는 곰삭아 시절의 제물로 묻힌다.  대서大暑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085

작품 발표작 2024.07.18

소서消暑 | 시인뉴스 포엠

소서消暑                       松竹 김철이  한여름 문을 활짝 열어젖히니한가해진 농부들 제철 과일 깎아놓고구슬땀 쉬엄쉬엄 식혀가며미리 불러볼 풍년가에 여름 해가 짧구나 여름새 앞서 예고한 듯무더위 폭우가 천방지축 극성이니깊어진 농심 속 가슴앓이소달구지 걸터앉아 논두렁을 내달리네 장맛비 웃자란 잡초 뽑기 분주할 적헛바람 누리에 널뛰고귀뚜라미 벽 속에 숨어 우니보라매 잡새 꽁무니 쫄랑쫄랑 쫓아대지 작은 더위 커갈 적에대자연 긴 수염 다듬어 너털웃음 키워가고비 갠 후 무지개 뜨듯피땀 쟁인 농심 속에 대풍의 무지개가 뜬다.   소서消暑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085

작품 발표작 2024.07.02

하지(夏至) | 시인뉴스 포엠

하지(夏至)                           松竹 김철이  가장 긴 대낮 시간 자비에농번기 농부들 큰절하고나라님 더불어뭇 백성 마음가짐 행동거지 청결히 한댔지 농심은 일각이 석삼년이라논바닥 물 대기 가뭄 대비로코 풀 새 없고밭고랑 타는 아낙들 치맛자락 꽃불이 일겠네 한해 풍흉은 하늘의 몫이거늘대자연 부려 먹을 심사인지제단에 제물 쌓고기우제 큰절에 군주만 등 휠 새라 초여름 문턱에서조상님 물려주신 속담 풀이해 갈 제에햇감자 밥상머리 걸터앉고감자밥 감자알이 저절로 굵어간다.   하지(夏至)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5957

작품 발표작 2024.06.13

망종(芒種) | 시인뉴스 포엠

망종(芒種)                                    松竹 김철이  하늘가 뭉게구름 드높이 떠오를 즘에텃논 벼포기파릇파릇 제자리 잡아가고제비딱새 둥지마다 보리 익어 구수하네 제아무리 달래 봐도 소용없네다랑논 층층이 울음주머니 펼쳐놓고개구리 떼 지어 울음 우니눈코 뜰 새 없는 농심은 어이할꼬 매화꽃 열매를 맺고멍에를 걸머진 황소걸음 분주하기만 한데정지 바닥 부지깽이농부들 일손 돕기에 소매를 걷는다 삼다도 풍습엔 보리죽 쑤어먹고뭍에선 밤이슬 맞힌 보리밥 지어 먹으니무병장수 대를 이어조선팔도 풍년가를 불렀댔지   망종(芒種)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5957

작품 발표작 2024.06.04

세월은 가도 | 시인뉴스 포엠

세월은 가도                  松竹 김철이  부평초 같은 세월이 흘러그대들 이름은 잊혀 가겠지만귀군들 아랫사랑도이녁들 치사랑도내 숨 쉬는 가슴속에 영영 읊어졌네 강풍이 일고소나기 무수히 몰아칠 때도나날이 지저귀듯 왔다가 사라지는 회상나는 되살아날 추억의 날을 잊질 못하지 인연은 가도 과거는 살아남는 법봄날의 민들레 가을날의 들국화추억 쌓아 놀던 그 장의자 위에꽃잎은 떨어지고낙엽이 한없이 쌓인다 한들가슴 내준 자네들 우정만은 하겠는가, 봄날 아지랑이인가당신들 함자는 멀어지지만따스했던 그 우정만은내 비어갈 가슴속에 영영 읊어졌네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5704

작품 발표작 2024.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