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뉴스 포엠 59

경칩驚蟄 | 시인뉴스 포엠

경칩驚蟄                            松竹 김철이  겨울잠 곤히 자던 개구리울음주머니 크게 연 하품 소리에땅속에 단잠 자던 곤충들화들짝 놀라 엉겁결에 언 땅 뚜껑을 여누나 무슨 미련 그리 많아 녹지 못했나,잔설은 여태도 누리에 노니는데행여 다칠세라산수유 조심스레 샛노란 얼굴을 내밀더라. 나무껍질 속 침실 삼아 몇 달을 잤는데도무당벌레 허청걸음 여전하고꽃샘바람 심술이 머무는 그곳마다홍매화 연분홍 미덕이 서려 있구나 버들 빛도 새로워라,주인 맞을 제비 둥지 잡초가 새파랗고옷 벗은 나뭇가지 새싹이 돋을 적에얼음 풀린 냇물도 서로 어깨 걸어 흐른다.  경칩驚蟄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7060

작품 발표작 2025.03.05

얼음꽃 | 시인뉴스 포엠

얼음꽃                         松竹 김철이   동장군 칼바람은말라비틀어진 살점을 베고 스치는데현신現身도 없는 넋이 되어켜켜이 엉겨 붙었지. 고작 나흘을 피고 질 거라면차라리 피지나 말지,가지에 맺은 정 품기도 전에사온四溫의 제물이 된 채몇 방울 물로 대지를 적시네 물에서 왔으니물로 돌아가라는 진리를 깨달음인지대자연 섭리 순응順應하여물길 따라 아래로만 흐르더라. 더부살이 몸에 익은 듯남의 줄기 빌려 싹눈 뜨고남의 가지 끝에 꽃눈 뜨니꽃잎은 영혼 없는 냉기로 불어혹한 속 화신으로 머물러 핀다.     얼음꽃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953

작품 발표작 2025.02.13

함박눈 | 시인뉴스 포엠

함박눈                                松竹 김철이  철철이 잎새에 맺었던 정좀체 잊지 못해메마른 가지 사방으로 뻗치는데빈 가지 고이 어르듯이둥개둥개 내려앉아 꽃상여를 태운다. 잡초로 무성했던 산등성이애써 찾는 건산짐승 발 시린 발자국뿐이니잎눈도 꽃눈도 뜨지 않고한달음에 자박자박 꽃동산을 이뤘지 소소한 일상들이요리조리 모여 피던 산촌산새들 울음소리만 뜨덤뜨덤 쌓일 적에밤새 아린 발자취 위로고을마다 고운 꽃수를 땀땀이 놓더군. 고된 뱃일에 엉킨 그물처럼소박한 이야기들이 얼기설기 얽힌 어촌밀물 썰물만 들락인 줄 알았더니물새들 물고 온 걸까뱃전에 몰래 타고 희끗희끗 꽃가마로 삼더라.     함박눈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953

작품 발표작 2025.02.06

소망 반 걱정 반 | 시인뉴스 포엠

소망 반 걱정 반                          松竹 김철이  지난해 첫날이구동성 입 모아 만복을 빌어주었건만복을 빌어줄 적에마음 한 귀퉁이 쟁여놓았던지나라 안은 온통 아귀다툼네 그르니내 그르니 삿대질 판이었지 배신과 배척 속에신음하는 민초民草 한숨만 늘고민생고 죽음의 제를 넘듯 허덕이는데높은 자리 나리님들 뒷짐 지고양반걸음제 밥그릇 챙기기에 안달복달 새해도 밝았으니신년엔 내 미락 네 미락하지 말고네 탓도 내 탓내 탓도 내 탓으로 돌려산산이 흩어진 민심 한곳에 모아태평성대 한번 옹골차게 이루어 봄세 돈 많고 잘난 자 두 번 살고돈 없고 못난 자 한번 산다더냐저승 갈 적 후회 말고이승 살 적 하루살이 삶 살아나 보게     소망 반 걱정 반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

작품 발표작 2025.01.16

신년 기도 | 시인뉴스 포엠

신년 기도                                 松竹 김철이  신년엔 좀체 서두르지 않고드맑은 눈동자드맑은 영혼으로세상을 드맑게 할 물 한 종지 긷게 하소서 기원하는 초목이 되고새날을 몸짓하는 새의 날갯짓 되어늘 비상과 하강하며엇박자가 아닌정박자 노래를 읊는 악기로 살게 하소서 새해엔 절대 게으르지 않고드밝은 소망드밝은 희망으로만인을 좀 더 귀히 여길 넋으로 살게 하소서 몇 획의 글로슬픈 이 눈물을 씻어주고몇 행의 시로아픈 이 가슴을 조곤조곤 쓸어줄천생天生글 꾼으로 쟁여 들게 하소서    신년 기도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860

작품 발표작 2025.01.09

겨울 허깨비 | 시인뉴스 포엠

겨울 허깨비                              松竹 김철이  지금 여기볏단이 누렇게 영글어 누웠던 흔적뿐일걸 잘 훑어보면행여 탈곡기 가출한 알곡들이 뒹굴지 모름이라고먹이 훑는 참새들을 위한 헌신으로혹한을 몸소 절절히 맞으며논바닥 한가운데기꺼이 홀로 서서 알림판이 되리라 겨울 꼭두각시시방 이곳나그네새 허덕허덕 이삭 줍던 자취뿐인걸 뒤 훑어보면간혹 벼쭉정이 속에 숨겨진 낟알들도 있음이라고무작정 먹이만 훑어대는콩새들을 위한 봉사로허허벌판 논두렁 칼바람 무릅쓰고논바닥 고지판으로 꿋꿋이 서리니      겨울 허깨비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741

작품 발표작 2024.12.12

겨울나무 2 | 시인뉴스 포엠

겨울나무 2                          松竹/김철이  호시절 어디다 쟁여두고가파른 산등성이 외로이 홀로 선메마른 가슴갈팡질팡 구르는 잎사귀 위로를 받겠지. 그댄 지금비록 앙상한 잔가지 부여안고멍하니 허공만 올려다볼 뿐이지만화려한 희망이 예비되 있질 않은가. 때로는나그네새 홀로 찾아 동무 되고때로는 잔바람 길잃은 듯슬그머니 불어와 벗 되어 놀아줄 테지 당장은 볼품없어 가련할지라도파릇한 새싹 새 옷 갈아입고싱싱한 잎사귀 고이고이 단장하여목 빼 기다리는 임들 앞에 우뚝 서리니  겨울나무 2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741

작품 발표작 2024.12.05

겨울 산 | 시인뉴스 포엠

겨울 산                      松竹 김철이  고즈넉한 산길 따라허기진 산짐승 발걸음 후들후들 이어져도괜찮아, 괜찮아품어 달래는 아비의 큰마음 쟁인다. 야밤을 울던 소쩍새 떠난 그 자리콩새 재롱잔치 한참이고동백꽃 수선화 초연한 춤사위에산맥은 길게 줄지어 뻗는다. 언제 풀릴 귀양살이인가.기약 없는 연약 지루하기도 하련만어름 사슬 온몸에 걸고먼 데 눈길 둔 채 침묵만 지킨다. 진달래 개나리도 지고 없는데서리꽃 눈꽃만은계곡마다 빼곡히 늘어 피고골골대던 계곡물 겨울잠 길게 잔다.    겨울 산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593

작품 발표작 2024.11.14

겨울나무 | 시인뉴스 포엠

겨울나무                       松竹 김철이  초겨울 문은 이미 열렸는데무슨 미련 그리 많아나뭇잎 떨어져 가는 발걸음천길만길 무겁기만 하누나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듯이잎새들 돋고 지는 사이숱한 사연 덩달아 피고 지고빈 가슴 외롭기가 그지없다. 묵은 잎에 맺은 정은새잎이 필 때까지 잊혀 가겠지만젖 물려 키워온 모정만은나이테 옹이로 절절히 남겠지. 한 점 바람만 고이 불어도고명딸 출가시킨 친정 모(母) 심정으로가지마다 근심 걱정 곰삭히며춘삼월 호시절을 목 빼 기다리겠네.   겨울나무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593

작품 발표작 2024.11.07

상강霜降 | 시인뉴스 포엠

상강霜降                                   松竹 김철이  얼기설기 맺은 정 냉정도 하게나뭇가지마다 꽃단풍 지고비어갈 가지 끝에 서리꽃이 매달려 필 무렵뒷문 밖 동장군 무딘 칼날을 갈더라 한해 가을걷이 끝낸 논두렁엔게으른 허수아비 하품만 늘어가는데가는 시절 이별하기 아쉬운 듯길섶마다 낙엽들 억지가 대판일세 농번기 잰걸음 걷던 농심은국화주 몇 잔에 시름을 떨치는데늦여름 설거지 마친 단풍잎알록달록 생가슴만 타들어 가겠네 시절의 끝자락을 환칠하듯점점 드높아져 가는 하늘 붓도 없이하늘 아랫동네 뜨락마다천하제일 풍경화를 마냥 휘갈긴다.   상강霜降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454

작품 발표작 2024.10.17

한로寒露 2 | 시인뉴스 포엠

한로寒露 2                             松竹 김철이  한 해 가을이 점차 물러날 채비에 분주하니푸릇푸릇하던 식물들제 몫의 시절을 내려놓고갈 길 바쁜 낙엽들 참도 을씨년스럽다. 편히 쉬던 찬 이슬온 누리 두루 거니느라 종종걸음시름 많은 사람들 드높은 산을 찾아머리에 적색 꽃을 꽂으니잡귀들 물러가고 평온이 절로 깃드네. 겨울의 문턱을 넘기 전삼복을 살아내느라 심히 지친 몸과 마음을용솟음치는 미꾸리 한 움큼 건져뚝배기 제물로 삼은 추어탕으로 달래더라 곱디고운 춘삼월 즐기려고단한 날갯짓도 아랑곳없이천리만리 날아든 제비 가족들 고향을 찾고귀뚜리 노랫소리 마루 밑 쟁여 들 때혀 빼문 알곡들 소슬바람에 절로 영근단다    한로寒露 2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

작품 발표작 2024.10.03

추분秋分 | 시인뉴스 포엠

추분秋分                      松竹 김철이  논밭길 사이 홀로 걷던 나그네집 나온 지 어저껜데논밭머리 오곡백과 무르익듯시절은 소복소복 잘도 익는구나. 찹쌀가루 새알 빚어동네방네 나눠 먹고농가마다 쇠스랑 걸어놓고알곡 도둑 참새떼 입 붙이더라. 무법자처럼 마냥 설쳐대던갖은 벌레 땅속에 숨고철새들 날갯짓 다급할 적에촌민들 만복 그린 연을 날리네. 황소걸음 재촉하는 농부 걸음 마냥 다급한데멍에 건 소걸음은 마냥 버거우니네 걸음 내 걸음 탓하지 말고부평초 세월 쉬엄쉬엄 따라가게나   추분秋分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342

작품 발표작 2024.09.19

백로白露 | 시인뉴스 포엠

백로白露                              松竹 김철이  마냥 푸를 것만 같았는데청춘을 잃어가는 듯푸르던 잎새 누릇누릇 곰삭아갈 적에밤이슬 막무가내 저승길을 재촉하더라. 갈색 시절 점점 번져가니드높은 대자연 은혜 힘입어들녘마다 오곡백과 무르익어갈 짬에늦장마 싹쓸바람 훼방꾼 역할 충실하지. 점점 길어질 야밤중에밤이슬 몰래몰래 벌판을 메워가고구슬픈 귀뚜리 울음은사랑방 식객의 가슴을 후벼파누나 텃새들 둥지 보수 공사 충실하고먹이 저장에 열중하니몇 달 며칠 더부살이 지친 나그네새본향 찾는 날갯짓 나날이 분주하다.    백로白露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342

작품 발표작 2024.09.03

처서處暑 | 시인뉴스 포엠

처서處暑                               松竹 김철이  땅에선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하늘에선 뭉게구름 타고 온다더니소리 소문도 없이시절 품에 쟁여 드누나 이날 이후 모기도 입이 비뚤어지고풀도 울며 돌아선다고 했듯잡초도 해충도대자연 섭리 앞에 머리를 절로 조아리지 여름내 눅눅해진 몸과 마음은혜로운 가을 햇살에 포쇄하고발길 뜸했던 조상 묘 찾아큰절로 후손 도리 다 하더라 모진 무더위에 지쳤을세라미꾸리 꼬리 치는 추어탕에애호박 숭덩숭덩 칼국수로온 가족 둘러앉은 밥상머리 대풍일세      처서處暑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236

작품 발표작 2024.08.15

입추立秋 | 시인뉴스 포엠

입추立秋                         松竹 김철이  초가을 조심스레 삽짝을 여니논두렁 벼메뚜기 살이 통통 오르는데숨어 울던 귀뚜리숲속 시절가 가락이 마냥 을씨년스럽다. 두 눈 부릅뜨고논두렁 한가운데 우뚝 선 허수아비기상은 가상한데호시탐탐 달려드는 참새떼는 불감당일세 어정칠월 건들팔월이라눈코 뜰 새 없던 농심에한가함이 조붓조붓 노니는데성급한 소달구지 볏논을 내달리네 네 번을 죽어 되살 신세인데뭣이 그리 급했던고무 배추 앞서거니 뒤서거니농한기 들어설 일손 밭두렁으로 불러대지   입추立秋  | 시인뉴스 포엠(클릭):https://www.poetnews.kr/16236

작품 발표작 2024.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