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구 131

누룩 | 현세의 복음적 삶, 내세의 영원한 삶

현세의 복음적 삶, 내세의 영원한 삶  몇 년 전부터 17세기 중국에 파견된 예수회 선교사 알폰소 바뇨니(1568-1640)가 저술한 한문서학서 『사말론四末論』을 번역하고 있다. 한문서학서는 명나 라 말부터 서양선교사들이 중국에서 전교활동을 전개 하면서 천주교 교리와 서양 문명에 관한 지식을 담아 한문으로 저술한 책이다. 이러한 한문서학서들이 조 선에 전래되었고, 우리 신앙 선조들은 이들 서적에 대 한 연구를 통해 천주교를 이해하고 신앙에까지 이르 게 되어 한국천주교회 설립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사말론은 천주교의 사말 교리를 적어 놓은 것이다. 요리문답으로 교리를 배운 옛 신자들은 ‘사말’이라는 용어가 익숙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도 생 소할 것이다. 사말은 사람이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네 ..

세대간 소통 2025.03.22

무화과나무 한 그루와 나 | 한윤식 보니파시오 신부님(오륜대순교자 성지사목 겸 교회사연구소장)

무화과나무 한 그루와 나                                              한윤식 보니파시오 신부님(오륜대순교자 성지사목 겸 교회사연구소장)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자신의 죽음 을 생각하며 회개하라고 촉구하시는 예수님! 이 예수 님이 들려주신 비유 말씀 속에 등장하는 한 그루의 무 화과나무가 ‘나’와 결코 무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 느님이 주인이신 포도밭이라는 세상 속에서 한 사람 의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나’를 되돌아보게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열매도 맺지 않고 그저 땅만 차지하고 있어 당장이라도 잘려나갈 처지에 놓인 한 그루의 무화과 나무! 이 무화과나무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만 지 니고 있을 뿐,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함에 있어 그리스 도인..

사제의 공간 2025.03.22

누룩 | ‘생태적 삶의 양식’으로 돌아가는 ‘희망의 순례자’

‘생태적 삶의 양식’으로 돌아가는 ‘희망의 순례자’올해는 교회의 희년 정신으로 모든 창조세계가 본래 의 자리, 생명의 자리로 돌아가는 은총의 해이자, 『찬 미받으소서』 반포 10주년을 맞이하는 특별한 해입니 다. 전 세계에서 전쟁이 멈추고 난민들이 고향으로 돌 아가는 기쁨의 희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삶의 존 엄성을 회복하는 자비의 희년, 공장 옥상에서 고공 농 성을 이어가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터로 당당하게 돌아가는 희망의 희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무 엇보다 자연 생태계가 인간의 과도한 개발과 억압으 로부터 해방되어,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았던 세상 을 다시금 노래하는 희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어릴 적, 저는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동네 반찬가게 에서 콩나물과 두부를 사오거나, 기름집에서 식용유..

세대간 소통 2025.03.15

산 아래로 다시 내려와서 | 강지원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연산성당 주임)

산 아래로 다시 내려와서                                               강지원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연산성당 주임)  오늘 주님은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향한 구원의 여 정에서 제자들과 함께 산 위에 올라가시어 잠시나마 영광스럽게 변한 당신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십니다. 그 까닭은 앞으로 당신의 십자가 위에서의 죽음을 곧 보게 될 제자들이 십자가의 길을 계속해서 굳건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부활에 대한 희망을 그들에게 확고 하게 심어주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세상 끝날에 주님과 같은 영광 스러운 모습으로 변화되기를 기대하면서 더욱 영광 스러운 상태로 변해 가도록 불림을 받은 사람들입니 다.(2코린 3,18 참조)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은 믿는 사람이며 동시에 ..

사제의 공간 2025.03.13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 장민호 미카엘 신부님(신선성당 주임)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장민호 미카엘 신부님(신선성당 주임)  지난 재의 수요일, 머리에 재를 얹으면서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 갈 것을 생각하여라.” 사순절은 언젠가 흙으로 돌아가 야 할 우리 인간의 처지를 생각하고 지나온 나날들을 반성하며 속죄하는 시기,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 상하면서 하느님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시기입니다. 우리는 매번 사순 제1주일에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악마로부터 유혹을 받았다는 말씀을 듣습니다. 돌을 빵으로 만들라는 먹고사는 문제, 세상의 모든 권세와 영광을 보여주면서 악마를 경배하면 모든 것을 주겠 다는 권력에..

사제의 공간 2025.03.10

열두광주리 | Alter Christus 복음적 사랑의 실천 부산 교구민과 함께 발전한 메리놀병원 75주년이 되다

Alter Christus 복음적 사랑의 실천 부산 교구민과 함께 발전한 메리놀병원 75주년이 되다  메리놀병원 탄생의 토대 ‘메리놀의원’메리놀수녀회는 1950년 4월 15일 부산시 중구 대 청동 현재 가톨릭센터 자리에 가톨릭이념을 이어받아 무료진료소를 개설하여 진료를 실시하였고, 5월 1일 정식으로 의원 개설 허가를 받아 ‘메리놀의원’으로 명 명하고 부산지역 최초의 가톨릭 의료기관으로서 역할 을 담당하였습니다. 커지는 병원 규모, 천주교부산교구로 병원 운영권 이양한국전쟁 직후 당시 급증하는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 및 인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시설 확충과 더불 어 전문 의료인들을 양성하여 외국의 원조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자 새 병원 건립 계획을 마련하고 실현한 것이..

세대간 소통 2025.03.08

프란치스코 교황님 성하의 2025년 사순 시기 담화 (요약)

희망 안에서 함께 길을 걸어갑시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해마다 우리는 믿음과 희망 안에서 거룩한 사순 여정 의 순례를 머리에 재를 얹는 참회 예식으로 시작합니 다. 어머니요 스승인 교회는 우리가 하느님의 은총에 마음을 열어 죄와 죽음을 이기신 주 그리스도의 파스카 승리를 더없이 기뻐하며 축하하도록 초대합니다. 십자 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는 우리 믿음의 핵심이시고, 사랑하시는 아드님 안에서 이미 성취된 성부의 위대한 약속인 영원한 생명에 대 한 우리 희망의 보증이십니다.(요한 10,28; 17,3 참조) 희년의 은총을 함께 나누는 이번 사순 시기에, 저는 희망 안에서 함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에 대하여, 그리고 하느님께서 개인이든 공동체든 우 리 모두에게 ..

사제의 공간 2025.03.07

누룩 | ‘나’ & ‘우리 함께 together’

‘나’ & ‘우리 함께 together’  어릴 적 저는 매주 토요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성당 에 갔습니다. 그때는 왜 그렇게 토요일이 기다려졌는 지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여름 신앙학교, 성탄 예술제, 성월마다 열리는 행사들, 그리고 예수님을 만 나러 가는 길이 설레었기 때문이었겠지요. 성당에 가 면 지금도 그렇지만 마음이 평온해지고 편안함을 느 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아이들은 그런 기쁨을 덜 느끼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교회 밖에 아이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요소들이 많아 지고,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신앙적 환 경이 변화하지 못한 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 다. 물론 교리교사들은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 램을 준비하고, 즐거운 신앙생활을..

세대간 소통 2025.03.01

열두광주리 | 부산가톨릭농아인선교회 ‘즐거움의 원천 쁘레시디움’ 2,000차 주회를 맞이하며

부산가톨릭농아인선교회 ‘즐거움의 원천 쁘레시디움’ 2,000차 주회를 맞이하며  Q. 부산가톨릭농아인선교회와 ‘즐거움의 원천 쁘레시디움’ 역사를 소개해주세요.지금은 스마트폰 영상통화, SNS 등으로 서로의 안 부를 묻고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제 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농인학교에서 같은 농인 을 만나서 공부하고 지내면서 수어로 소통하였고, 주 일에는 따로 만날 수 있는 것은 종교단체가 유일하였 습니다. 그래서 주일에는 교회에 가거나 성당으로 가 서 친구들을 만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시절에 성당 으로 오는 친구들이 세례를 받게 되면서 신앙생활로 이어져 오게 되었습니다. 농아인선교회는 1960년에 서대신성당에서 농아 인 모임을 시작하였습니다. 1965년 한국순교복자수 녀회 이 야고보 ..

사제의 수어 2025.02.28

다 배우고 나면 내 눈 안에 들보가 있음을 알게 될까요? | 김동환 마티아 신부님(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 겸 발달장애인 담당)

다 배우고 나면 내 눈 안에 들보가 있음을 알게 될까요?                                                                               김동환 마티아 신부님(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 겸 발달장애인 담당)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졸업하면 무엇을 배웠을 까요? 세월이 너무 오래 되었네요. 성당에서 배운 것 도 참 많은데... 글자를 읽을 수 있고, 산수를 하고, 사 회와 자연을 알고 음악과 미술, 체육을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바른말, 바른생활, 공중도덕과 예절을 배우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친구와 어울릴 줄 알게 되고, 즐겁 게 놀 수 있는 방법과 취미와 오락도 할 줄 알게 됩니 다. 그런데 좋은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네..

사제의 공간 2025.02.27

누룩 | 예수님 깨우기

예수님 깨우기  언론사에서 일한 지 30년이 됐습니다. 많은 일이 있 었지만 요즘 같은 정치적 혼란은 처음입니다. 정쟁이 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만 찬반이 거칠어지는 광 장의 흥분을 틈타 냉소와 분노, 독선 같은 어둠의 힘들 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정치 이야 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름을 틀림으로 간주하고 진영의 논리로 상대를 비난하는 지금의 갈등을 보편 된 공동체를 사는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 민이 깊어졌습니다. 갈릴래아 호수에서 일행을 태운 배가 돌풍에 휩싸였 을 때 제자들은 주무시는 예수님을 깨웁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풍랑을 잠재우는 기적을 보여주십니다. 제 자들이 닻과 돛을 내려놓고 예수님을 깨우는 그 순간 이 기적의 시작입니다. 알량한 지식과 경험의 완고함..

세대간 소통 2025.02.22

‘뭐, 인지상정 아니겠나...’ | 오종섭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야음성당 주임)

‘뭐, 인지상정 아니겠나...’                                                                   오종섭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야음성당 주임)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는 말을 우리는 잘 알고 있 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의레 그러려니 하는 마음 을 일컫습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같이 기뻐하지 못하 고 배 아파하는 맘보도,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처 럼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면 고마운 마음을 지 니고 은혜 갚음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선한 마음을 쉽게 생각하고 더 많은 것(보따리)을 뺏으려 하는 맘 보도, 호미 같은 작은 노력으로 해결할 일을 안일하게 방치하다가 가래 같은 큰 수고를 하며 겨우 수습하게 되는 경험들 모두가 인지상정 곧, 사람..

사제의 공간 2025.02.21

누룩 |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이사 43,1)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이사 43,1)  2005년, 평소 친하게 지내던 청소년분과장님의 주 일학교 교리교사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에 겁도 없 이 “한번 해볼게요.”라고 대답을 하고 중3 친구들을 만났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 자 먼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고, 부모님께 하지 못했 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또한 서로 단합도 잘 되어 성당 안과 밖에서 재미있고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그 렇게 1년을 보내고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교리교 사를 그만두게 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이 계속 떠올라 어느 날은 괜히 교사 실 앞에서 얼쩡거려도 보고 토요일 미사에 참례하기 도 했다. 언제든 교리교사를 다시 시작할 마음을 늘 가지고 살다가 ..

세대간 소통 2025.02.15

행복은 상대적이지 않다. | 원정학 바오로 신부님(주례성당 주임)

행복은 상대적이지 않다.                                                                   원정학 바오로 신부님(주례성당 주임)  우리는 보통 그가 잘사는 것을 보고, 건강하고 잘 먹 는 것을 보고, 웃는 것을 보고 행복할 것이라 생각합니 다. 그와 반대로 그가 형편이 어렵고, 잘 챙겨 먹는 것 도 병원 치료를 제대로 받는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속 상해 우는 것을 보면 안타깝고 불행하다고 여깁니다. 사실 여러 물질적·물리적 제약 때문에 작은 것 하나 도 제대로 못 할 때 힘들고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난 행복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안타깝고 가난한 삶에서 벗어나 편 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자 애를 씁니다...

사제의 공간 2025.02.13

누룩 |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부산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 환자들의 영적돌봄가 로서 오늘도 어김없이 기도로 하루를 연다. ‘주님 병자 들을 위해서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해 야 하나요? 제가 어떻게 할까요?’ 떨리는 간절함으로 도와주시기를 청하며, 아픈 이들을 만난다. 병동에서 환자나 보호자들이 가끔 나지막이 나에게 묻곤 한다. 아주 조심스레... “저~기... 수녀님 이곳에 오면 한... 얼마 정도 있다 죽게 되나요?”, “사람의 마음 먹기에 달렸지요. 어떤 분은 한 2~3일 생각하고 오시 지만 대세를 받고, 과거 삶을 정리하면서 모든 것을 내 려놓고 새로운 결심으로 매일을 산다고 고백하시며, 입원한 지 두 달이 지나 다른 병원으로 전원 가셔서 세 례성사까지 받고 재입원하여 지금도 잘 견디고 ..

세대간 소통 2025.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