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구 106

하늘에 오르신 어머니 | 김현일 예로니모 신부님(성바오로성당 주임)

하늘에 오르신 어머니                                                                  김현일 예로니모 신부님(성바오로성당 주임)   오늘 교회는 성모님께서 하늘에 오르신 것을 믿음 으로 고백합니다. 성모님께서 하늘에 오르셨다는 것 은 물리적으로 하늘에 오르셨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 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하늘의 존재가 되었다는 것 을 의미합니다. 마리아는 아기를 밴 무거운 몸으로 임신한 나이 많 은 사촌 언니 엘리사벳을 시중들기 위해서 찾아갑니 다. 석 달가량 머물렀다고 오늘 복음은 전해주고 있 습니다. 처녀의 몸으로 임신한 여자가 바깥을 나다 닌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자신의 위험은 아 랑곳하지 않고 사촌 언니의 어려움을 먼저 생각합니 다. 마리..

사제의 공간 2024.08.15

누룩 | 마태오 복음 6장 3절

마태오 복음 6장 3절  출근길 현관문을 나서 지하철역까지 20여 분의 거 리를 걸어가 역에 도착하여 전동차가 들어오기를 기 다리고 있는데 앞쪽에 핑크색 가방을 메고 크고 하 얀 리본을 한 젊은 자매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무 언가 불안해 보이는 자매의 행동이 눈에 고정되었 다. 순간 자매가 비실거리다 쓰러지며 몸을 부들부 들 떨었다. 사람들이 고함을 질러대고 혼비백산했 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나의 등을 센 힘으로 와락 밀었다. 자매에게 다가가 그 자매의 머리를 나의 무 릎에 앉히고 손은 그 자매의 어깨를 주무르고 있다. 힘을 주어 어깨를 주물럭거리자, 몇 명의 중년 자매 들이 팔다리를 주물러 주며 도와주었다. 자매의 떨 림이 멎고 딱딱했던 어깨가 부드러워지면서 자매가 눈을 떴다. 그리고 빤히 나를..

세대간 소통 2024.08.10

익숙함에 대한 불신앙 | 김현일 예로니모 신부님(성바오로성당 주임)

익숙함에 대한 불신앙                                                      김현일 예로니모 신부님(성바오로성당 주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나는 하늘 에서 내려온 빵이다.” 유대인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합 니다.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 예수가 아닌가? 그의 아 버지와 어머니도 우리가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저 사람이 어떻게 ‘나는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말할 수 있 는가?”(요한 6,41-42) 예수님에 대한 불신앙은 익숙함 때문에 일어났습니 다.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너무 잘 안다는 것입니다. 성 장 배경이나 부모나 친척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 입니다. 저런 배경에서는 저런 인물이 나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들은 우리 일상에서..

사제의 공간 2024.08.08

누룩 | 아버지

아버지  부모님께서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가정을 꾸리기 위 해 어린 저를 외할머니에게 맡겨두고는 고군분투하 셨습니다. 그렇게 저는 일곱 살이 될 때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지 못하고 할머니 아래서 자랐습니다. 그래서 영유아기 때 부모님과 함께했던 추억이 거의 없습니 다. (특히 많이 바쁘셨던 아버지와의 추억 말입니다.) 어린 시절이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일지 모르지만 아버지와의 기억보다는 오히려 할머니 댁 근처에 사 시던 친척들과의 기억이 더 선명한 것 같습니다. 그리 고 이렇게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추억이 기억나지 않 는 것이 불운이라 생각하며 아버지를 참 많이 원망하 기도 했습니다. 유치원 때 부모참관 수업에 오지 못하 신 아버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주말이면 아버지와 공놀이를 즐기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세대간 소통 2024.08.03

영원한 생명의 양식 | 김종엽 바르나바 신부님(옥동성당 주임)

영원한 생명의 양식                                                     김종엽 바르나바 신부님(옥동성당 주임)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 고 힘써라.”(요한 6,27) 오늘 복음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라면, 이 말씀이라 하겠습니다. 영원한 생명의 양식, 곧 생명의 빵! 이는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먹고, 무엇보다 그리스 도의 몸인 성체성사를 영하라는 말씀이겠지요. 그런 데 이 말씀을 들은 군중은 이렇게 알아듣습니다. “‘하 늘에서 그들에게 빵을 내리시어 먹게 하셨다.’라는 성 경 말씀대로, 우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었습 니다.”(요한 6,31)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내가 생명의 빵이..

사제의 공간 2024.08.01

그리스도인의 시각(視角) | 박성태 마태오 신부님(반여성당 주임)

그리스도인의 시각(視角)                                                                  박성태 마태오 신부님(반여성당 주임)  예수님께서는 눈을 드시어 많은 군중이 당신께 오는 것을 보셨습니다. 안타깝게도 군중은 참으로 많은데 그들이 먹을 빵은 너무나 부족한 상황입니다. 굶주림 이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는 입장은 예 수님도 제자들과 같습니다. 그러나 문제 해결 방법은 예수님과 제자들의 시각(視角)이 완전히 다릅니다. 필립보가 먼저 해결 방법을 제시합니다. “저마다 조 금씩이라도 받아 먹게 하자면 이백 데나리온어치 빵 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다.”(요한 6,7) 이는 엄청난 비 용이 발생하기에 안타깝지만 각자도생하도록 하여 도 덕적인 죄책..

사제의 공간 2024.07.27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4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담화 요약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4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담화 요약‘다 늙어 버린 이때에 저를 버리지 마소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녀들을 결코 버리지 않으십니 다. 우리가 나이 들고 쇠약해졌을 때에도,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고 사회에서의 역할이 줄어들었을 때에도, 우리 삶이 덜 생산적이고 쓸모없다고 치부될 위험이 있을 때에도 말입니다. 노인이 ‘젊은이의 미래를 훔친다.’는 비난은 요즈음 어디에서나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노인들이 필요로 하는 값비싼 사회 복지비로 노인들이 젊은이들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고, 이러한 방식으로 노인들이 공동 체 발전과 젊은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자원들을 전용 하고 있다는 확신이 현재 만연해 있습니다. 이는 현실 에 대한 왜곡된 인식입니다. 나이 들고 쇠..

사제의 공간 2024.07.25

누룩 | 택배비 무료 맞죠? 쌀 보내 주세요~

택배비 무료 맞죠? 쌀 보내 주세요~  “ 따르릉~ ”“ 안녕하세요.부산 우리농입니다.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저 유영일 신부인데요.쌀 보내 주세요. ”“ 네. 감물로 보내드릴게요.오늘 보내 드리면 내일 도착할 거예요. ” 부산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에는 ‘쌀지킴이’라고 있 습니다. 내가 먹을 쌀에 대한 비용을 선납하여 적립해 놓고 필요할 때 본부로 전화하여 쌀을 받아 보시는 분 들을 일컫습니다. 실은 그 이상의 선한 지향을 가진 이 들입니다. 언양에는 부산 우리농과 연계하여 생명농업을 짓는 농부들이 있습니다. 생명농업은 화학비료와 합성농약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화학비료와 합성농약이 먹는 쌀에 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 땅에도 해를 입히기 때문입니 다. 그래서 조금 고되 어도, 신앙인으로서 하느님이 주신..

세대간 소통 2024.07.20

누룩 | 주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

주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  얼마 전 한 학사님께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국장 님은 언제부터 노동 활동가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생각해 보니, 주님께서 저를 이곳으로 이끄셨습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사실 저는 활동가도 무엇도 아니 지만 말이죠. 노동과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대학 신입생 때입니다. 새내기로 처음 대학 교문을 지나던 날, 동아 리 신입생 모집 중이던 성당오빠가 절 불러세웠습니 다. 자연스럽게 가입한 동아리가 민중노래패였고, 그 곳에서 저는 민중노래와 함께 민주주의와 노동운동의 역사를 배우고 거리에서 싸우는 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취업 이후의 저는 지역의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진 시민이자 정작 저 자신이 파견노동자로 중간착취의 대상임은 잘 몰랐던 무지한 청년이었..

세대간 소통 2024.07.13

그대, 지금 견딜 만한가? | 권경렬 베드로 신부님(덕천성당 주임)

그대, 지금 견딜 만한가?                                                                    권경렬 베드로 신부님(덕천성당 주임)  여행을 떠나기 전에 우리는 필요한 것들을 챙긴다. 그런데 오늘 스승께서는 빈 몸으로 떠나라 하신다. 무 슨 뜻인가? 말씀 따라 여행을 한 번 떠나보자. 길을 떠난다. 지금 걸친 옷과 신발과 지팡이뿐이다. 한나절만 지나도 배가 고프기 시작할 텐데, 날이 저물 면 자야 할 텐데, 뙤약볕에 걸으면 땀과 냄새가 나고, 비가 오면 젖어서 추울텐데...아무 것도 없다. 몇 날이 될지 모르는 여행길이다. 불편을 넘어 고통을 겪게 될 터이다. 도움을 받고 고마움도 느끼겠지만 업신여김 과 모욕도 당할 것이다. 탈진을 하는 등 한계 상황에..

사제의 공간 2024.07.11

누룩 | 사람을 찾습니다

사람을 찾습니다  요즘 들어 거의 하루에 한 번씩, 어느 날은 두어 번씩 사람을 찾는 문자가 들어온다. ‘인근에서 배회 중인’ 혹 은 ‘사람을 찾습니다.’로 시작하여 나이, 키, 옷, 신발뿐 만 아니라 신체 특징까지도 나열해 놓고 있다. 고령사 회인 만큼 치매 어르신들이 많은가 생각했지만, 연령 을 보면 그것도 아니다. 청년, 중학생, 심지어 초등학 생 나이까지 있어 안타까운 마음에 길거리를 지날 때 혹시나 하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기도 한다. 길을 잃어 집을 못 찾는 것인지 집을 나가버린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그 반면에 게임에 빠져서, 혹은 학교생활에 적응이 힘들어서, 일정한 직업 없이 주식을 한다는 등 여러 이 유로 방콕!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집 안에 있으면서도 대부분 식구들과 대화를 ..

세대간 소통 2024.07.06

마음의 문을 두드리시는 예수님 | 최현욱 베네딕토 신부님(구봉성당 주임)

마음의 문을 두드리시는 예수님                                                                       최현욱 베네딕토 신부님(구봉성당 주임)   영국의 화가 윌리엄 홀먼 헌트의 ‘세상의 빛’이라는 그림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예수님)이 한 손에 등불을 들고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는 그림입니다. 그 런데 그 그림에는 문을 두드리고 있는 예수님이 계신 쪽에는 손잡이가 없습니다. 손잡이는 오직 문 안쪽에 만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안에서 문을 열어주어야만 열릴 수 있는 문입니다. 이 그림이 우리들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것은 예수님 은 늘 문을 두드리고 계시지만 문 안에 있는 사람이 문 을 열고 예수님을 맞이하지 않으면 예수님은 결코 그 집으로 들어갈..

사제의 공간 2024.07.04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르 5,34) | 김정렬 모세 신부님(하늘공원 담당)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르 5,34)                                                                     김정렬 모세 신부님(하늘공원 담당)   ‘액자 형식’의 문학 구조는 액자가 그림을 둘러 꾸 며주듯 바깥 이야기가 그 속의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 는 기법을 말하는데, 오늘 복음이 그런 형식으로 내용 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액자 밖은 야이로라는 회당장 이 예수님을 찾아와 딸이 죽게 되었음을 알리며 살려 달라 간청하자 군중은 서로 밀쳐대며 그분을 따르게 된다. 이어 이야기는 액자 속으로 들어와 열두 해 동 안 하혈하는 여인이 ‘내가 저분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해 도 구원을 받겠지.’(마르 5,28)라고 생각하며 예수님 옷 에 손을 댄다. 군중이 ..

사제의 공간 2024.06.29

“나를 구원할 분이 내 인생이라는 배에 함께 타고 계십니다.” | 김원석 아우구스티노 신부님 부산성모병원 원목

“나를 구원할 분이 내 인생이라는 배에 함께 타고 계십니다.”                                                                                   김원석 아우구스티노 신부님(부산성모병원 원목)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이면서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 서 철학과 문학을 가르친 C.S. 루이스가 이런 말을 했 습니다.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은 어려움을 벗기 위함 이 아니라 어려움 속에서 누리는 평화 때문이다.” 우리가 하느님을 믿는 이유가 적어도 이 믿음을 통 해 남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되기를 바라거나, 나에 게만은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거나, 남들보 다 운이 많은 나이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나의 삶에 서 쉼 없이 고통이 몰려오고, 차..

사제의 공간 2024.06.20

아스피린 한 병 | 석판홍 마리오 신부님(양산성당 주임)

아스피린 한 병                                                     석판홍 마리오 신부님(양산성당 주임)  사람은 누구나 넉넉하고 건강하고 행복할 때는 하느 님의 존재조차 의식하지 않고 살다가, 경제적으로 허 덕이고 병들고 실패로 불행하게 되면 자신의 한계를 느끼며 하느님을 찾습니다. 이렇게 사람은 작아질 때 다시 말해, 좌절 속에 고통 당할 때 아이러니하게도 하 느님을 찾게 되고 하느님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이런 작은 자들 안에서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십니다. 예수님께서도 이 세상에 오시어 스스 로 작은 자가 되시고 죽기까지 아버지 하느님께 순명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영광스럽게 성부 오른편에 앉 게 되셨습니다. 하늘 나라는 작은 자 곧 실패한 자..

사제의 공간 2024.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