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익숙함에 대한 불신앙 | 김현일 예로니모 신부님(성바오로성당 주임)

松竹/김철이 2024. 8. 8. 10:15

익숙함에 대한 불신앙

 

                                                     김현일 예로니모 신부님(성바오로성당 주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나는 하늘 에서 내려온 빵이다.” 유대인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합 니다.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 예수가 아닌가? 그의 아 버지와 어머니도 우리가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저 사람이 어떻게 ‘나는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말할 수 있 는가?”(요한 6,41-42)

 

예수님에 대한 불신앙은 익숙함 때문에 일어났습니 다.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너무 잘 안다는 것입니다. 성 장 배경이나 부모나 친척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 입니다. 저런 배경에서는 저런 인물이 나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들은 우리 일상에서도 빈번하게 일 어납니다. 가족에 대한 불신, 이웃에 대한 불신, 이것은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한 불신입니다. 이러한 불 신은 결국 시기와 질투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은 항상 누구와 비교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 다. 비교는 멀리 있는 사람이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가 까이 있는 사람이 비교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에 대한 불신앙을 타파하기 위해 서 일생을 사셨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십자가에 죽 기까지 하신 이유입니다.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 시면서 이렇게 복음을 선포하십니다. “하늘 나라가 가 까이 왔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 하늘 나라는 예수님의 복음 자체입니다. 하늘 나라가 여기 있다고, 우리 손이 닿는 데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마음 깊 은 곳에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늘 나 라는 죽어서 가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대인 들도 그렇게 생각한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이 사람들 을 갈라놓습니다. 하늘 나라에 갈 사람과 가지 못하는 사람으로 갈라놓습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갈라 놓고 성한 자와 병자를 갈라놓고 의인과 죄인을 갈라 놓습니다. 하늘 나라가 여기에 있는데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것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 당신의 살 과 피를 내놓으십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 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빵은 먹히는 존재입니다. 예수님은 탄생부터 우리의 빵으로 오셨습니다. 차디찬 마구간에서 탄생하시고 공생활 하 시면서 가난한 사람과 병자, 창녀, 세리, 죄인들과 먹고 마시며 마지막으로 유대인들의 시기와 질투로 십자가 에 죽으십니다. 이렇게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 되셨습 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하늘을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 입니다. 서로서로의 마음속에 와 있는 하늘을 보아야 합니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하늘로 대해야 하 겠습니다. 차별이 없는 하늘을 살기 위해서 성체의 삶 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 는 나의 살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