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빵공장 빵 | 양윤성 다윗 신부님(연수동 본당)

松竹/김철이 2024. 8. 10. 09:57

빵공장 빵

 

                                            양윤성  다윗 신부님(연수동 본당)

 

 

예전에 청소년사목국에서 근무할 때, 또래사도라는 청소년들과 매년 필리핀의 가난한 마을을 찾아갔었습니다. 그 마을에서 활동했던 여러 프로그램 중에 3살에서 5살 되는 어린 아기들을 위함 무료 급식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고 있는데 음식을 나누어주는 공소의 철문에 바짝 붙어서 밥을 먹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같은 또래의 아 이를 보았습니다. 철문 하나를 사이에 놓고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이 밥 먹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아이에게 음식을 줄 수 없었습니다. 그 아이는 무료급식 프로그 램을 이미 받았기 때문에 음식을 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음식 먹는 것을 식당 밖에서 바라보던 그 아이의 배고픈 눈망울이 눈에 선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은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고, 나는 생명의 빵이다. 이 빵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 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라고 하십니다. 이 구절을 보면서 예수님이라는 빵을 밥을 굶고 있던 그 아이에게 가져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반드시 풀어 야 할 문제가 생깁니다. ‘어떻게 예수님이라는 빵을 밥을 굶던 그 아이에게 가져다줄 수 있을까?’라는 문제입니다.

 

그 문제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내가 바로 생명의 빵이 되면 되는 것입니다. 나는 이미 예수님이라 는 생명의 빵을 먹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이미 생명의 빵으로 인해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고, 한 걸음 더 나간 다면 나는 이미 또 하나의 ‘예수님’입니다. 내가 빵이 필요한 곳에 가서 빵이 되어주면 되는 것이지요. 이런 의미를 가지고 오늘 복음을 다시 보면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생명의 빵이고 생명을 주기 위해서 자신의 살을 내어주신 다는 이 말씀은 우리에게 ‘네가 생명의 빵이 되어라, 생명을 주기 위해서 네 살을 나누어주어야 한다.’는 말씀이 아 닐까요?

 

교회는 이렇게 예수님의 사명을 이어받은 수많은 또 다른 예수님 같은 사람들에 의해서 여태껏 사라지지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생명의 빵을 나누어 왔습니다. 그렇기에 이 빵은 땅에서 자란 밀로 만든 빵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에게서 나온 내가 빵이 되어주는 것이니까요.

 

여전히 세상에는 빵이 필요한 곳이 참 많습니다. 세상에 생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 세상에 그 사람에게 빵을 나누어주어야 하는 사명을 지닌 우리입니다. 내가 그 빵 자체가 될 수도 있고, 나의 사랑이, 관 심이, 물질적인 나눔이 생명을 살리는 빵이 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고향이 빵 공장(베틀레헴)이라면 우리도 역 시 그 빵 공장의 빵일 운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