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너머에 계신 하느님을 바라보고 믿읍시다.”
문형주 베드로 신부님 명성대(공군 제8전투비행단) 성당 주임
오늘 복음은 지난 주일 복음의 다음 내용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지난 주일 복음은 예수님께서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 리로 장정만도 오천 명이나 되는 숫자를 먹이신 뒤의 일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예수 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이만 명이 넘는 군중을 배불리 먹이시자, 군중은 예수 님을 억지로라도 왕으로 세우려고 합니다.
예수님은 이 사실을 아시고, 군중을 떠나 홀로 산속으로 물러가셨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따로 움직이셨지만 군중은 예수님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라삐, 언제 이곳에 오셨습니까?” 군중의 이 말은 예수님을 정말로 라삐라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 또다시 굶주린 자신들의 배를 채워주길 바라는 군중의 요구가 잘 드러난 말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는 하느님께서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민족에게 만나와 메추라기를 내려주신 내용이 나옵니다. 분명 만나와 메추 라기를 내려주신 분은 하느님이신데, 사람들은 만나와 메추라기라는 기적만을 바라보고, 이 기적이 모세의 손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만을 보았을 뿐, 기적을 베푸시고 이 기적을 통해 표징을 알려주시는 하느님의 섭리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군중 역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자신들이 배불리 먹은 기적만을 바라보았을 뿐, 이 기적을 통해 표징을 알려주시는 예수님과 기적을 베푸 시는 하느님을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우리 역시도 이 군중과 비슷하지 않 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는 왜 신앙생 활을 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왜 예수님을 만 나러 미사에 올까요? 내 삶에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고, 혹시나 좋은 일이 일어났다면 또 다른 기적을 계속 청하기 위해 성당에 오진 않을까요? 아니면 우리의 신앙을 주일의 의무를 지키기 위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이유로 주일 미사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봅시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원하시는 것은 딱 하나!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을 믿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믿는다면 이 믿음 안에서 우리의 신앙생활은 자연스럽게 그분께로 방향 지어집 니다. 기적 때문이 아니라, 믿음에서 우러나는 사랑의 응답으로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갈 것 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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