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망각과 살아있는 빵 | 윤정한 바오로 신부님(제17 강서지구장)

松竹/김철이 2024. 8. 4. 21:41

망각과 살아있는 빵

 

                                                     윤정한 바오로 신부님(제17 강서지구장)

 

 

오늘 제1독서에서 이스라엘 자손들은 말합니다. “우리가 고기 냄비 곁에 앉아 빵을 배불리 먹던 그때, 이집트 땅에 서 주님의 손에 죽었더라면! 그런데 당신들은 이 무리를 모 조리 굶겨 죽이려고, 우리를 이 광야로 끌고 왔소?”(탈출 16,3)

 

노예 생활을 하면서 먹었던 음식과 고기에 대한 그리 움은 광야에서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총과 자비를 기 억하지 못하게 합니다. 광야의 가혹한 환경이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얼마나 큰일을 해 주셨는지 잊게 만 드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에서 고달픈 삶을 살면서 하느 님께 불평과 불만을 쏟아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마련해 주신 장소인 가나안으로 가는 여정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 의 불순물을 걸러내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광야에서의 순 례는 하느님께 대한 순수하고 굳건한 믿음으로 나아가도 록 이끄는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용광로에도 불순 물을 걸러내는 과정이 있듯, 망각과 하느님에 대한 불평 과 불만은 그들이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순수한 믿음의 길 을 걷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은 생명의 빵에 대한 말씀입니다. 구약의 하느 님 백성이 만나와 메추라기로 배를 채우고 하느님 안에 머 물렀다면, 예수님으로 시작된 신약의 하느님 백성은 예수 님께서 내어주시는 생명의 빵을 먹음으로 주님 안에 머물 게 됩니다.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보고 따라온 군중들 은 예수님께 묻습니다. “하느님의 일을 하려면 저희가 무 엇을 해야 합니까?”(요한 6,28) 세례를 받기 위해 세례자 요 한을 찾아온 사람들은 그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그러면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루카 3,10) 하느님의 백성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백성답게 품위를 유지하며 말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보내신 당신을 믿으라고 말 씀하십니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예수님을 닮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을 닮아 가는 것이며, 예수님의 손과 발이 되어 세상에 하느님의 나라가 왔음을 선포하고 세상에 봉사하는 것을 의미합니 다. 그러나 예수님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와중에도, 우리 마음에 불평과 불만이 어느새 자리하거나, 예수님의 은총 과 자비를 체험했던 기억을 망각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유혹에 빠지게 될 때 우리는 제대 앞에 나와 주님께서 주시는 생명의 빵이신 성체를 먹어야 합니다. 살아있는 빵으로 우리의 영과 육을 살찌우는 생명의 빵을 먹음으로 써 믿음의 순수함을 다시금 회복해야 합니다.

 

“살아있는 생명의 빵이신 주님! 세상의 거친 생각과 환 경으로 지치고 힘겨워 주님을 멀리하고자 할 때, 주님의 성체를 받아 모시고 다시금 생명을 회복하도록 우리의 발 걸음을 당신의 제단으로 인도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