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좋은 양식
김정훈 스테파노 신부님(부안성당)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 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 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 6,51)
예로부터 양식은 인간 생존의 기본적 수단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요즘은 사람들이 먹을거리에 많 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사람은 건강하게 오래 살 수도 있고, 일찍 병들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에는 보다 많은 소 출을 내기 위해 화학비료나 독한 농약을 사용하 는 게 당연시 여겨졌지만, 지금은 소출이 적고 볼 품없어도 무공해로 재배된 것을 더 찾는 풍조입니 다. 먹을거리가 생명에 직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보면, 양식을 많이 거둘 수 있는 풍년은 하느님의 은총으로(시편 65,10), 흉년은 죄인에게 내 리는 징벌로(예레 5,17)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당신 자신이 더 이상 배고픔과 목마름을 겪지 않게 하는 생명의 빵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요한 6,35 참조). 이는 예수님 자신이 인간에게 내려 진 하느님의 가장 큰 은총이며, 우리의 구원을 위 해 하느님 아버지께서 주신 양식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당신과 아버지를 하나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대로라면, 하느님께서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주신 빵은 바로 하느님 자신 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인간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먹을거리 정도가 아니라, 아예 죽음을 이기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해주는 음식을 소개해 주십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 바 로 그 음식입니다. 이 빵으로 세상이 생명을 얻게 될 것이라고도 말씀하십니다. 세상 모두가 먹기만 하면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는 생명의 빵! 그 런데 그 빵의 재료에 대한 말씀이 듣는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듭니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오늘 복음에 바로 이어지는 대목에는 유다인들 이 서로 논쟁하며 이런 말을 합니다. “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줄 수 있단 말인가?”(요한 6,52) 그 당시에도 그랬거니와 지금 도 사람이 사람을 먹는다고 하면, 보통 문제가 아 닐 것입니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는 매 미사 때마 다 예수님의 몸, 곧 성체를 받아 모시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우리를 식인종이라 부르지 않습니 다. 우리가 모시는 성체는 사람의 살이 아닌 ‘하늘 에서 내려온 빵’이며, 예수님의 생명이 살아 숨 쉬 고 있는 주님의 몸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성체에 담긴 예수님의 사랑을 묵상하다 보면 수컷 가시고기의 부성애가 떠올려 집니다. 가시고기는 암컷이 알을 낳고 떠나면 수컷 이 새끼들을 돌보고 마침내 자신의 몸까지 먹이로 내어준다고 합니다. 그렇게 자라나 아비가 된 물고 기 역시 그 아비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내어줄 것입니다. 한낱 미물까지도 스스로를 양식으로 내 어주신 하느님을 닮은 모습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를 통해 당신 자신을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주신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도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합니 다. 우리가 직접 생명의 빵은 될 수 없지만, 생명을 전하고 나누는 삶으로써 말입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신 예수님을 믿는 우리도 언제 어디에서든지 “살아 있는 빵” 곧 예수님과 하나의 생명을 나눈 제2의 그리스도 의 모습으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 모습이 생명 의 빵으로 이 세상에서 이미 영원한 생명을 누리 기 시작한 우리 신앙인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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