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구 106

누룩 | 우리는 바오밥나무처럼 강하다

우리는 바오밥나무처럼 강하다  지난 8월에 아프리카 말라위에 구호 활동을 다녀왔 다. 그 지역은 말라리아 상존 지역인데다 급성 감염병 인 ‘원숭이두창’이 만연하여 WHO에서 공중보건 비상 사태까지 선포되어 지금은 아프리카에 가지 않는 게 좋겠다고들 만류하였다. 하지만 수혜자들이 기다릴 것을 생각하니 나는 일정을 미룰 수 없었다. 부담을 안고 출발했지만 막상 여러 난관을 겪게 되 었다. 특히 이동 과정에서 그러했다. 최종 목적지에 도 착하기까지 30시간, 현지에서 돌아오는 데 무려 48시 간이 걸렸다. 항공사 측에서 몇 시간씩 돌아서 가는 일 정으로 변경하는가 하면, 귀국길에는 아디스아바바 공항의 트랜짓 과정에서 여행객을 오버 부킹으로 받 아 결국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하루를 붙잡혀 있어야 했다. 아디스아..

세대간 소통 2024.09.21

“우리도 스승님과 함께 죽으러 갑시다.” | 박 혁 스테파노 신부님(김범우순교자성지 담당)

“우리도 스승님과 함께 죽으러 갑시다.”                                                                       박 혁 스테파노 신부님(김범우순교자성지 담당)  매일 김범우 순교자 묘역을 드나들면서, 새삼스레 순교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렸고, 심지어는 목숨조차 바쳤을까 생각해 봅니다. 라자로 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베타니아의 “라자로에게 가 자.”는 예수님의 말씀에 토마스 사도가 “우리도 스승 님과 함께 죽으러 갑시다.”(요한 11,16) 하고 비장하게 대답합니다. 과거 서구에서는 순교에 대한 열망으로, “우리도 죽으러 갑시다.” 하면서 앞다투어 선교지로 갔다고 합니다. 순교 자체는 아름다운 것이지만 죽음 을 미화해서는 안 됩니다...

사제의 공간 2024.09.19

우리는 세상에 초대된 ‘손님’입니다. | 곽길섭 베드로 신부님(범서성당 주임)

우리는 세상에 초대된 ‘손님’입니다.                                                                 곽길섭 베드로 신부님(범서성당 주임)  한가위엔 한 해의 결실을 나눕니다. 이는 그 결실이 있기까지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삶임을 잘 알고, 분명 ‘함께’ 이루어낸 결실들이기에 감사의 마음을 듬뿍 담아 나누며, ‘서로’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것입 니다 한가위엔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분들을 기억 합니다. ‘나그네 살이인 인생길’을 먼저 마무리한 분들 의 영혼을 기억하며, 이 세상 여정을 마무리하고 하느 님 나라에서의 복된 삶을 살아가는 그분들이 하느님 의 자비하심 안에서 평안한 안식을 누리시길 기도합 니다. 한가위엔 자신을 돌아봅니다. 가끔 말씀에서 ..

사제의 공간 2024.09.16

누룩 | 어떤 기적

어떤 기적  금빛 억새로 유명한 간월재 아래 산죽 숲속의 죽림 굴(대재공소)은 경신박해(1860년) 때 최양업 신부가 4개월여 은신했던 곳이며, 당시 24세에 불과한 동정 녀 김 아가다가 선종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가기 위 해서는 배내골 주차장에서 3.2km의 산길을 올라야 한다. 처음에는 수월하게 시작되는 임도가 나중에는 숨을 턱턱 막히게 할 정도로 가팔라진다. 지난 6월 말, 30여 년 전 죽림굴의 소중함을 세상에 드러낸 김영곤 신부님이 집전하시는 미사(*하반기 9월 ~11월 매주 금요일 11:00)를 봉헌할 기회를 가졌다. 동행 한 세 분이 육십 대 후반에 이르는 자매님들이라 체력 의 한계에도 강행한 길이었다. 순례길은 박해의 고통을 느끼게 하려는 듯 어려움이 따랐다. 자매님 한 분의 걸음이 점..

세대간 소통 2024.09.14

스트레스 No! 고난 Yes! | 곽길섭 베드로 신부님(범서성당 주임)

스트레스 No! 고난 Yes!                                                      곽길섭 베드로 신부님( 범서성당 주임)  “우리는 원치 않는 일을 하게 되었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같은 일이라도 어떤 사람 은 스트레스를 받고, 어떤 사람은 받지 않기도 하기 때 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표현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선택했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즐 거운 마음이 아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의해서 어떤 행위를 선택하게 되면, 그 마음의 근저에 분노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것이 스트레스를 만들어 내 지요. ‘내가 이렇게 일하는데 너희들은 뭐 하는 거야!’하 는 분노의 소리가 스트레스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어느..

사제의 공간 2024.09.13

한가위 차례(茶禮) 예식

한가위 차례(茶禮) 예식(클릭);https://maria.catholic.or.kr/jubodata/22/2831_20240915.pdf    한가위 차례(茶禮) 예식  준 비1. 마음과 몸의 준비 고해성사를 통해 마음을 깨끗이 하며, 복장을 단정하게 갖춘다.2. 상차림 음식을 차리지 않고 단순하게 추모 예절만을 위한 상을 차릴 수도 있다. 상 위에는 십자가와 조상(고인)의 사진이나 이름을 모시며, 촛불을 켜고 향을 피운다. 음식상을 차릴 때에는 형식을 갖추려 하지 말고 소박하게 평소에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차린다. 시작 예식성 호 경시작성가 (아래에서 자유롭게 선택)가톨릭 성가 50번, 54번, 227번, 436번, 462번 시작기도┼ 사랑하는 가족 여러분,우리는 오늘 한가위 명절을 맞이하여 온 가..

가톨릭 소식 2024.09.13

누룩 | 믿음의 상태

믿음의 상태   어느새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선선합니다. 이 계절 의 바람은 인생의 가을쯤을 지나는 중년 남자를 감상 에 젖게도 만듭니다. “바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바람 같은 내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까?” 바람의 시원(始原), 내 생명의 근원을 찾아가다 보면 하느님 나라에 닿을 것도 같습니다. 조용필이 부른 ‘바 람의 노래’에는 “바람의 노래를, 꽃의 지는 이유를 나 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라는 구절이 있습니 다. 나이 들면서 인간의 지혜와 감각으로는 알 수 없지 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 무엇이 있다는 걸 자주 깨닫게 됩니다. 이 깨달음이 믿음의 시작 아닐까요? 히브리서 에도 “믿음은 보이지 않는 실체들의 확증”이라고 했 습니다. 이런저런 생각 중에 미사 강론 때 들은 ‘믿음..

세대간 소통 2024.09.07

사랑해(海) | 박종주 베드로 신부님(남천성당 주임)

사랑해(海)                                                 박종주 베드로 신부님(남천성당 주임)  어느 신부님께서 미사 강론 시간에 신자들에게 물으 셨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바다가 무엇인지 아 시나요?” 신자들이 한참 고민하자, 신부님께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셨습니다. “그 바다는 바로 ‘썰렁해(海)’ 입니다.” 신부님께서 다시 질문하셨습니다. “그럼 세 상에서 가장 따뜻한 바다는 어디일까요?” 신자들이 고 개를 갸웃하며 답을 찾으려 애쓰자 신부님께서 부드러 운 목소리로 “그 바다는 바로 ‘사랑해(海)’입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모두의 마음이 항상 따 뜻한 사랑의 바다 같기를 바란다며 강론을 마치셨습니 다. 이 말씀을 들은 한 자매님이 사랑..

사제의 공간 2024.09.05

누룩 | 선물

선물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들을 잊은 채 살아가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따뜻한 가정, 머물 수 있는 성당 그리고 항 상 지켜주시는 하느님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이었습 니다. 그리고 학업에 몰두하여 시간이 없다고 여겼기 에 가정과 주님은 항상 뒷전에 있었습니다. 그런 당연한 나날들이 계속되던 중 처음으로 시련이 다가왔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통제받는 삶을 살 수밖 에 없는 군 생활을 하게 되어 한순간에 따뜻한 집을 잃 어버렸고, 머물 수 있었던 성당을 잃어버렸고, 하느님 조차도 더 이상 바라봐주시지 않는 느낌을 받았습니 다. “왜 제게서 이 당연한 것들을 빼앗아 가시나요?”라 며 원망해 봤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고 시련들은 더욱 힘들게 다가왔습니다. 시련의 날들 속에서 “하느님 제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

세대간 소통 2024.08.31

“친절에 사랑을 더하면 즐거운 곳이 될 것입니다.” | 이상일 요셉 신부님(덕천성당 주임)

“친절에 사랑을 더하면 즐거운 곳이 될 것입니다.”                                                                                                  이상일 요셉 신부님(덕천성당 주임)  오늘 복음은 ‘조상들의 전통에 관한 논쟁’을 들려줍 니다. 제자 몇 사람이 더러운 손, 곧 씻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을 본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 몇 사람 이 예수님께 묻습니다. “어째서 선생님의 제자들은 조 상들의 전통에 따르지 않고,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 습니까?”(마르 7,5) 여기에 예수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입술은 하느님을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그렇지 않다’하시며 계명 안에 담겨 있는 하느님을 향한 사랑은 온데간데 없..

사제의 공간 2024.08.29

누룩 | 하느님과의 일치를 통한 마음의 여유를 기대하며

하느님과의 일치를 통한 마음의 여유를 기대하며  전공은 아니지만 경영에 대한 기본 지식 정도는 알 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대학 2학년 때 정년을 얼마 안 남긴 원로 교수님의 ‘경영학원론’ 강의를 수강했다. 이 교수님은 방학 때마다 자신이 박사학위를 받은 미 국의 대학을 방문하여 강의에 활용할 자료들을 모으 고, 아직 미국 밖으로 퍼지지 않은 신간도서를 구입하 여 다음 학기 자신의 강의 교재로 삼으시는 등 나름 좋 은 강의를 위해 노력하셨다. 그런데 하루는 강의 중에, “나는 복사기가 지금보다 더 보편화되는 것이 두렵다. 지금은 새로운 이론과 지식이 담긴 신간도서를 누구 보다 빨리, 때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손에 넣고 있기 때문에 이걸로 학생들한테 잘난 척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어디서든 손쉽게 복사기를 ..

세대간 소통 2024.08.24

제자가 스승을 떠나는 까닭은 | 손태성 다미아노 신부님(하단성당 주임)

제자가 스승을 떠나는 까닭은                                                                 손태성 다미아노 신부님(하단성당 주임)  “제자들 가운데에서 많은 사람이 되돌아가고 더 이 상 예수님과 함께 다니지 않았다.”(요한 6,66) 누군가를 스승으로 모시고 그분께 자신의 인생을 거 는 사람을 제자라고 부릅니다. 참스승을 만났을지라 도 제자가 스승을 떠난다면 가장 불행한 일이지요. 그 런데도 제자들이 스승 예수를 떠난 이유는 무엇이었 을까요? 제자는 스승의 말을 듣고 스승의 깨달음을 자신의 것으로 하고자 열망하지만 제자는 스승의 깨달음을 성취할 수 없습니다. 스승은 깨닫고 가르침을 베풀었 지, 듣고 깨달은 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스승의 깨달 음은 언어..

사제의 공간 2024.08.22

누룩 | “물이 그 주인을 만나자 얼굴이 붉어졌다.”

“물이 그 주인을 만나자 얼굴이 붉어졌다.”  1928년 3월 3일 언양(현 울산시 울주군) 지역 16개 공소의 회원 대표 20명이 참석하여 ‘언양지방천주공 교협회(彦陽地方天主公敎協會)’를 조직하여 창립총회 를 개최하였다. 언양 본당의 평신도들이 교회 운영 보 조와 성전건립을 위하여 결성하였는데, 부산진 본당 에서 분리된 이후 교회의 자립과 전교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조성하고자 함이었다. 또한 당시 한국천주교 회가 외국 교회와 단체들의 재정적 도움에 대해 이제 는 자립하고자 한 것이다. 협회는 당시 언양 본당이 관할하던 지역의 공소들을 포함하였고, 임원은 각 공소의 회장들이다. 중요한 역 할은 이 시기 천주교회가 시행하는 가톨릭 운동에 적 극적으로 참여하였으며 재정기반인 공소전(公所錢) 운영이었다. 공소..

세대간 소통 2024.08.18

누룩 | 그분의 어머니를 뵙고 싶어지는 때

그분의 어머니를 뵙고 싶어지는 때  요즘 대부분의 아파트에는 공동현관이 있어 비밀번 호를 입력해야 건물 안으로 들어가게끔 되어 있다. 보 안을 위한 것이기는 하나, 양손에 짐이라도 들었을 경 우엔 번거롭기도 하다. 그래서 누군가가 내 앞에서 공 동현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종종걸음으로 뒤따라 들 어가기도 한다. 그날도 귀갓길에 장을 본 터라 한 손엔 가방을, 다른 한 손엔 장바구니를 들고서 지하 주차장을 걷고 있었 는데, 저만치서 조그만 여자아이 하나가 나와 같은 방 향으로 가고 있었다. ‘아, 저 아이 뒤따라 들어가면 편 하겠구나’ 싶어 걸음을 빨리하였다. 몇 발짝을 종종걸 음으로 걷다가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아이가 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쫓아온다고 느끼면 불안해질 수도 있겠지. 그래, 잠시 ..

세대간 소통 2024.08.17

참된 양식으로 살아가는 참된 삶이란? | 이강수 미카엘 신부님(가르멜수녀회 상주)

참된 양식으로 살아가는 참된 삶이란?                                                                                이강수 미카엘 신부님(가르멜수녀회 상주)   마더 데레사께서 “많은 활동에 피곤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는 아침 미사 때에 영한 성체의 힘 으로 살아요. 내가 내 힘을 빼고 주님의 힘으로 사는데 내가 힘들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라고 대답하셨다 는 일화가 있습니다. 흔히 살아갈 힘을 ‘무엇’ 혹은 ‘어 디로부터’ 얻어야 한다고 합니다. 사람에 따라 돈이나 쾌락에서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도 있고, 성공을 향한 집념이 그 사람을 강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지만, 무엇 보다 가장 고상하고 가치있는 것은 바로 ‘사랑에서 힘 을..

사제의 공간 2024.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