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海)
박종주 베드로 신부님(남천성당 주임)
어느 신부님께서 미사 강론 시간에 신자들에게 물으 셨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바다가 무엇인지 아 시나요?” 신자들이 한참 고민하자, 신부님께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셨습니다. “그 바다는 바로 ‘썰렁해(海)’ 입니다.” 신부님께서 다시 질문하셨습니다. “그럼 세 상에서 가장 따뜻한 바다는 어디일까요?” 신자들이 고 개를 갸웃하며 답을 찾으려 애쓰자 신부님께서 부드러 운 목소리로 “그 바다는 바로 ‘사랑해(海)’입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모두의 마음이 항상 따 뜻한 사랑의 바다 같기를 바란다며 강론을 마치셨습니 다. 이 말씀을 들은 한 자매님이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 집에 돌아가 남편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습니 다. 남편이 고민하며 답을 하지 못하자, 자매님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이럴 때 당신이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잖아요.”라고 했지요. 남편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 더니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그만 “고마해”라고 외쳤 답니다. 자매님이 진정으로 듣고 싶었던 말은 “사랑해” 였는데 말이지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기 말을 잘 들어주 기를 바랍니다. 부모는 자식이, 부부는 서로가, 친구나 동료들은 각자가 자신의 말을 잘 들어 주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자신의 말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지위 나 재물 같은 외적인 요소를 활용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런 방식은 결국 사람들 간의 소통을 어렵게 만들고 상 대방의 말을 더 듣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맙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귀먹고 말 더듬는 이”(마르 7,32)를 치유해 주십니다. 이 장면은 단순히 신 체적인 치유를 넘어, 우리가 삶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귀먹음’과 ‘말 더듬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입니 다. 사실 우리 모두는 예수님의 치유를 받아야 할 귀먹 은 이들입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을 과대평가하며 다 른 사람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으려 하거나, 자기도취 에 빠져 상대방의 말을 무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러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섬기는 사람이 되어 모든 이의 종이 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섬기는 사람은 상 대방의 말을 잘 듣고, 그들이 기뻐할 일을 하며, 그들의 필요를 이해하고 돕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러한 섬김의 삶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말을 더욱 잘 듣고,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입니 다. 사랑으로 섬기며 모든 이의 종이 되신 예수님을 본 받는 것은, “광야에서는 물이 터져 나오고 사막에서는 냇물이 흐르리라.”(이사 35,6)는 제1독서의 말씀처럼 나 날이 새로워지는 삶이며 영적 세계에 눈을 뜨는 길입 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예수님의 사랑을 본받아 서로 를 섬기고, 기쁨을 나누며, 마음을 열어 서로 이해할 때, 그때에 비로소 우리의 귀가 열리고 혀가 풀려, ‘고마해’ 가 아니라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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