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듣고 제대로 말합시다!
김남기 우르시노 신부님 (모현동성당)
아기들이 말하는 것을 배우는 방법은 주변에서 들 리는 소리와 말투 패턴을 따라 하고, 자주 듣는 단어 와 문구를 반복하는 법을 통해서라고 합니다.
즉 “엄마” 또는 “아빠”라 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듣는 아기는 결국 그 단어 를 스스로 말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어 린아이 때부터 산속에서 동물들과 함께 살면 아 무리 사람으로 태어났어도 동물들의 소리밖에 하 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제대로 들어야 제대 로 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만나시고, “에파타열려라!”(마르 7,34)하시며 막 힌 그의 귀를 열리게 해 주시고, 묶인 그의 혀를 풀리게 해 주십니다. 이 치유의 과정을 자세히 살 펴보면, 먼저 귀가 열리고 그다음 말을 하게 됩니 다. 말을 먼저 하는 것이 아니라 귀가 먼저 열립니 다. 예수님께서 그를 치유하신 순서는 귀가 먼저이 고 그 다음 혀입니다. 제대로 말하기 위해서는 먼 저 제대로 들어야 합니다. 귀가 입보다 먼저이고 듣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먼저라는 것입니다. 제 대로 듣지 못하면 제대로 말하지 못합니다. 그래 서 예수님께서는 먼저 귀를 치유하시고 그 다음으 로 혀를 치유하십니다.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 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다” (마르 7,33).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하나인 것은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중 요하다는 것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그렇 다면 우리는 얼마나 제대로 듣고 제대로 말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았으면 합니다. 귀가 있어도 하느 님의 말씀을 듣지 못하는 사람은 귀먹은 사람입니 다. 입이 있어도 하느님에 대해 한마디 말하지 못 하는 사람은 말 더듬는 사람입니다. 바로 귀먹고 말 더듬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이러한 우리를 향해 “에파타”라고 말씀하시는 주님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이는 주님을 통해서만 귀가 열리고 혀가 풀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제1독서에 나오듯이, 구 원의 하느님이 오실 때 “눈먼 이들은 눈이 열리고, 귀먹은 이들은 귀가 열리리라.”(이사 35,5)는 말씀이 실현되는 순간!
형제자매 여러분, 이제 주님의 말씀을 제대로 듣고 믿음을 키워 올바른 말을 하고, 또 다른 누군 가에게 복음을 전하도록 합시다. 바오로 사도는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 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 10,17)라고 말씀하십니다. 따라서 주님 말씀을 가로막는 것들에서 벗어나 주 님의 말씀을 제대로 들음으로써 믿음을 키워 하 느님께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귀로는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고, 입으로는 긍 정적이고 좋은 말로 그리스도인의 삶의 방식을 드 러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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