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언제 어디서나 | 박석일 베드로 신부님(문경 본당 주임)

松竹/김철이 2024. 9. 11. 12:26

언제 어디서나

 

                                                박석일 베드로 신부님(문경 본당 주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마르 8,27)하고 물으십니다. 이에 제자들이 다양한 대답을 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다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하고 물으십니다. 이에 베드로는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마르 8,29)라고 답합니다.

 

그리스도란 하느님의 일을 하기 위해 기름 부음 받은 사람을 뜻합니다. 이스라엘에선 이 그리스도란 명칭이 메시아 곧, 구원자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구원자시다’라는 베드로의 말에 예수님 께서는 이제 자신이 사람들을 어떻게 구원할 것인지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곧 당신의 고난과 죽음, 부활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베드로가 난리가 납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구원자는 누구보다도 힘이 있고 죽어서도 안 되는 사람인데, 자신이 구원자라고 고백한 예수님이 고난을 받고 돌아가신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들렸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의 이런 난리에도 자신이 누구이고, 무얼 하러 이 세상에 오셨는지를 잊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하느님의 일 을 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고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셨다가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살아생전 제자들을 가르치시고 병자를 고치시는 등 여러 활동을 하시 면서도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잊지 않으셨습니다. 더욱이 죽음이 다가와 인간적 두려움을 느꼈을 때도, 이 사실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뜻대로 이루어지길 기도하시며 다시 한번 그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누구이신지를 잊지 않으셨기 때문에, 하느님의 일을 완수하고 우리에게 구원을 선물해 주실 수 있으셨습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신앙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줍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구원을 위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을 뒤따르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모두는 세 례를 받으면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기로 다짐했습니다. 우리는 성당에 올 때나 기도를 할 때만 신앙인이 아닙니다. 내가 가정에서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부모나 자녀로 살아갈 때나 마을이나 직장에서 누군가의 이웃이나 동료로 살아갈 때나 우리는 여전히 신앙인입니다. 곧, 성당뿐만이 아니라 가정에서나 지역 사회에서나 언제나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우리가 신앙인임을 기억하면서 우리의 신앙을 실천해야 합니다. 이럴 때 우리의 신앙은 죽지 않고 살아 있습니다. 내가 성당에 있을 뿐만이 아니라 가정이나 사회에 있을 때도 하느님께서는 여전히 우리와 함께하심을 기억하며, 나 또한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든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며, 우리의 신앙을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