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지금 견딜 만한가?
권경렬 베드로 신부님(덕천성당 주임)
여행을 떠나기 전에 우리는 필요한 것들을 챙긴다. 그런데 오늘 스승께서는 빈 몸으로 떠나라 하신다. 무 슨 뜻인가? 말씀 따라 여행을 한 번 떠나보자.
길을 떠난다. 지금 걸친 옷과 신발과 지팡이뿐이다. 한나절만 지나도 배가 고프기 시작할 텐데, 날이 저물 면 자야 할 텐데, 뙤약볕에 걸으면 땀과 냄새가 나고, 비가 오면 젖어서 추울텐데...아무 것도 없다. 몇 날이 될지 모르는 여행길이다. 불편을 넘어 고통을 겪게 될 터이다. 도움을 받고 고마움도 느끼겠지만 업신여김 과 모욕도 당할 것이다. 탈진을 하는 등 한계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시련과 어려움을 견디지 못 하면 여행을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대, 지금 견딜 만한가?’ 지극한 인내심이야말로 미혹한 상태에 서 벗어나는 최선의 길이다.
스승께서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행동을 다스릴 수 있는-악령을 제어하는-능력을 우리에게 주시며, 역경 을 지혜와 인내심을 기르기 위한 양식으로 삼아 경험 하며 배우라고 파견하신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이 겪는 모든 어려움,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 나아 가 자연 현상 속에서도 배움을 얻는다. 경험하고 인내 하고, 깨닫고 비로소 나누어 줄 수 있다. 자신이 경험 하고 행동한 오직 그만큼 이해하게 된다. 스스로 깨닫 지 못하고서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전할 수 있을까.
스승께서는 여기저기 옮겨 다니지 말고 바로 그곳에 서, 직시하여 배우라고 말씀하신다. 세상은 생각하기 에 따라서는 그 모든 것이 번뇌일 수 있고, 마음에 들 지 않는 일은 생겨나기 마련이다. 수행은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끊임없이 무언가로부터 달아나기 때문에 지혜는 솟아나지 않는다. 우리가 도망가면 그것들은 어디까지고 쫓아온다. 번뇌가 두렵다고 달아나서는 배움을 얻을 수 없다. 세상에서 다른 것들과 교류하며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그 시작이다.
경험하며 깨달으라. 인내하며 문제가 생겨난 그곳에 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라. 걸려 넘어진 그 돌부리 아 래 보화가 묻혀있다. 어려움에 달아나지 말고 자신의 번뇌와 맞서고 지혜를 얻어라. ‘오직 그 만큼’ 우리가 한 오직 그만큼 얻는다. 그래서 우리를 환영하지 않거 나 말을 듣지 않아 감정이 일어나면 그것 또한 신발의 먼지를 털어버리듯 털어버려라. ‘그래서!’ 어떻다는 것 인가? 좋은 느낌이 사라지듯이 그것들도 사라진다.
스승은 늘 옳은 방향을 가르쳐 주신다. 그 길을 걸어 열매를 따는 것은 이제 우리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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