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에/늦가을, 그들의 삽화 5집 중에서(화숲) 겨울밤에 松竹/김철이 어둠이 짙게 깔린 창밖에 시절의 하얀 정이 새록새록 쌓여가고 건넛방 악동들 재잘거리는 수다는 길게 드리워진 밤의 그림자 걷어 올릴 듯하다. 어머니 고생의 꼬리가 길어 밤새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잰걸음으로 새벽을 향하니 게으른 첫닭은 하품을 흘리고 길잃은.. 동인♡시집 2018.01.22
새야 새야 파랑새야/늦가을, 그들의 삽화 5집 중에서(화숲) 새야 새야 파랑새야 松竹/김철이 22세기 태평성대(太平聖代)를 이룬 태평(太平)한 나라는 어떤 모습 일는지 한순간 스쳐가는 바람결에라도 보고 싶구나 먼 옛날 박혁거세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임금이 백성을 걱정하는 나라가 아니라 백성이 임금을 걱정하는 나라가 안되길 천지신명께 .. 동인♡시집 2018.01.18
시월의 편지/늦가을, 그들의 삽화 5집 중에서(화숲) 시월의 편지 松竹/김철이 사모한다는 한마디 말 대신에 잘 영근 석류 한 송이 펼쳐 드릴까 하오. 가슴에 새긴다는 두 마디 말 대신에 계절에 수줍은 홍시 한 알 바치고 축원한다는 거치래 표현 대신에 시월의 추억으로 남을 탱자 향기로 드리려 하오. 높푸른 시절의 하늘이 켜켜이 포개져.. 동인♡시집 2018.01.16
옛 시인의 노래/늦가을, 그들의 삽화 5집 중에서(화숲) 옛 시인의 노래 松竹/김철이 어디선가 읽어본 그 가사 어디선가 들어본 그 곡조 귀에 익은 그 노래 어느 시인의 절규인지 마디마디 맺힌 애소(哀訴) 목이 메고 멀어진 세월이 야속하더라 청춘은 꽁지가 빠지게 달아나는데 못내 이루지 못한 꿈의 씨앗은 싹도 피우지 못하고 인생 텃밭엔 .. 동인♡시집 2018.01.12
단풍/늦가을, 그들의 삽화 5집 중에서(화숲) 단풍 松竹/김철이 아픔이 많은 넋의 흔적이던가 핏빛의 춤사위 온 거리에 갈팡질팡 술 취한 주정뱅이 같다. 부축해 주는 사람도 없는데 한 해를 동고동락 고운 정 미운 정 다 들여놓고 현신도 없는 한낱 바람 몇 자락에 전신을 통째 맡기려니 흐려 져가는 앞을 가려서일까 지난날의 애환.. 동인♡시집 2018.01.05
어머니/늦가을, 그들의 삽화 5집 중에서(화숲) 어머니 松竹/김철이 그녀의 미소에선 일곱 빛깔 무지개 웃음 칠한 듯 정이 피어오르는 시골집 앞마당 같은 맨드라미 짙은 향기가 났다. 속으로 골이 팬 주름진 세월에도 한숨의 파도가 넘실대는 유동 저고리 사랑이 크고 허름한 옷을 걸친 당신의 하루 속에 나의 작은 오늘이 편히 누워 .. 동인♡시집 2018.01.03
가을날의 소묘(掃墓)/時월리에서는 바람도 시를 쓴다 4집 중에서(화숲) 가을날의 소묘(掃墓) 松竹 김철이 쥐구멍 같은 공간으로 들여다 본 하늘은 더 높아 간다. 세상 풍상에 곰삭아 절로 피는 저승 꽃인 양 곁눈으로 바라본 나뭇가지마다 나뭇잎이 절로 말라 비틀어진다. 나의 인생 별다름 없으니 저와 같겠지 참아야 할 순간을 참지 못해 오늘 같은 이 순간을.. 동인♡시집 2017.06.02
사랑, 그리고 소망의 기도/時월리에서는 바람도 시를 쓴다 4집 중에서(화숲) 사랑, 그리고 소망의 기도 松竹 김철이 미리 예견된 인생이 존재하지 않음이 본래 인생살인 것을… 한 자뿐인 마음 심(心)을 다스리지 못해 죽는 그 순간까지 고생의 문을 잠그지 못함이라 연습도 복습도 없는 인생살이 언저리 피는 저승 꽃 고이 피우려 두 손 모아보지만, 소망의 끈은 저.. 동인♡시집 2017.05.22
가시나무/時월리에서는 바람도 시를 쓴다 4집 중에서(화숲) 가시나무 松竹 김철이 누구 하나 초대하지 않은 걸음이지만, 쉬 포기할 수 없는 생이라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둥근 삶을 추구하려 하나 네모진 모습 탓에 동그란 마음을 그리지 못하니 세상만사 아쉽기가 표현할 길 없구나 가시 돋친 어두(語頭) 이미 몸에 베어버린 이중성으로 타인들의.. 동인♡시집 2017.05.17
강물의 깊이에서…/時월리에서는 바람도 시를 쓴다 4집 중에서(화숲) 강물의 깊이에서… 松竹/김철이 잘 살았느냐 못 살았느냐 판단의 몫은 먼 훗날 하늘의 것이겠지만, 넉넉한 마음 지녔을 땐 너를 볼 수 있는 눈을 잃었음이라 갖은 핑계 태산 같더니만 너를 향한 나의 소망이었을까 세상 철퇴 맞아 피 흘렸을 적에 너는 찢어진 가슴 부여안고 눈물조차 흘.. 동인♡시집 2017.05.10
고백/時월리에서는 바람도 시를 쓴다 4집 중에서(화숲) 고백 松竹/김철이 무명옷 갈아입고 못 추는 춤이라도 한 자락 추어 봤으면 목 맨 한이라도 남지 않았을 터 다 놓고 가라기에 노잣돈 한 품 없이 비렁뱅이 누더기 주머니 채워줬더니 탁배기 한 잔 걸칠 엽전 한 잎조차 없구나 그래도 좋더라 울 엄니 배 빌려 태어날 적에 빈 몸으로 왔으니 .. 동인♡시집 2017.04.06
꽃들의 아픔/時월리에서는 바람도 시를 쓴다 4집 중에서(화숲) 꽃들의 아픔 松竹/김철이 피라 하면 피고 지라 하면 져야 하는 운명이라 똥 묻은 발로 짓밟지 마소 제 때 피고 제 때 져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을 향기 없는 꽃이라 비웃지 마오 겉 향기 없다 하여 속 향기조차 없는 줄 아오 대자연 큰 섭리 뉘라서 깨달을까 착각도 유분수지 입이 없어 말 못.. 동인♡시집 2017.03.14
멸치 꽁댕이/時월리에서는 바람도 시를 쓴다 4집 중에서(화숲) 멸치 꽁댕이 松竹/김철이 아내 손맛에서 가출하여 코끝에 방황하는 냄새 근원지를 찾아 철없던 유년시절로 돌아간다 군것질 부재의 시대 엄마 몰래 훔쳐 흙먼지 폴폴 나는 골목에서 흙먼지 양념 삼아 먹던 멸치 꽁댕이 맛을 군것질 포화의 시대에 사는 아이들은 모르리 아이들아! 잊지 .. 동인♡시집 2017.03.02
신금(信禽)/첫눈역에서 3집 중에서(화숲) 신금(信禽) 松竹/김철이 고향도 타향도 없는 떠돌이 신세 외로움 이골이 난 몸이지만 오늘도 기러기 홀로 된 심사 물 위에 잎을 내는 수련처럼 칠월의 아침을 못내 그리워한다. 먼 옛날 물레질하던 아낙의 넋을 타고 난 현신인가 못다 한 물레질 울음으로 사연 지어 물가에 저며 드는 물레.. 동인♡시집 2016.12.21
예순 즈음에/첫눈역에서 3집 중에서(화숲) 예순 즈음에 松竹/김철이 연심 하루하루가 떨어져 간다 내뿜어 못내 머물지 못할 담배 연기처럼 초라한 내 삶의 기억 속에 또 다른 무얼 채우려 살고 있는지 봄날 아지랑이 되어 한 점 한 점 더 멀어져 간다 늘상 머물러 있을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워지는 내 영혼 속에 그 무엇도 찾을 수 .. 동인♡시집 2016.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