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시집

신금(信禽)/첫눈역에서 3집 중에서(화숲)

松竹/김철이 2016. 12. 21. 13:32

신금(禽)   

                             松竹/김철이    


 

고향도 타향도 없는 떠돌이 신세

외로움 이골이 난 몸이지만

오늘도 기러기 홀로 된 심사 물 위에 잎을 내는 수련처럼

칠월의 아침을 못내 그리워한다.

 

먼 옛날

물레질하던 아낙의 넋을 타고 난 현신인가

못다 한 물레질 울음으로 사연 지어

물가에 저며 드는 물레새 애틋한 심정이


꼿꼿한 부들잎에 자라난다.  

늘상 물속에 발에 묶여

일 년 삼백육십오일 걷고 싶단 말 한마디 못하고

여름 한 시절 노란 꽃잎에 정을 새겨가는 통발의 입이 되려나

개개비 울음소리 천지를 진동한다.

 

무슨 한이 그리도 많아

날갯짓마다 먹물이 절로 튀고

흑고니 물질은 추운 계절의 정점에 매달리는데

물 위에 떠서 사는 자리풀 꽃잎은

늘 제자리 한 송이 흰 꽃을 만추의 달에 피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