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살/첫눈역에서 3집 중에서(화숲) 망신살 松竹/김철이 세상사 둥글다고 그 누가 말했던가 발광한 소 금수강산 옥토를 맨발로 뛰어다녀도 꿀먹은 언어장애인 주인은 어딜 갔누? 단군 할배 물려주신 이 땅을 태극기 높이 꽂아 보존하진 못할망정 국적 모를 굴착기로 몇 천 년 고이 잠든 겨레의 넋을 파헤치네 뿌리 없는 꽃이.. 동인♡시집 2016.12.19
초심(初心)/첫눈역에서 3집 중에서(화숲) 초심(初心) 松竹/김철이 바람이 인다 해 저문 저녁 바다 노을 위에 미련이 남은 해 조각들 허공을 채우려 갖은 용을 다 써보지만 바람은 머리도 꼬리도 없는 하루해를 산산이 부서질 파도 위에 내동댕이친다 세상이 둥글다 하여 풍선 속에 불어넣으려 하니 세상은 간데없고 배 터진 개구.. 동인♡시집 2016.12.16
바람이 분다/첫눈역에서 3집 중에서(화숲) 바람이 분다 松竹/김철이 늦가을 따사로운 햇살은 은혜로이 내리는데 갈 길 바쁜 한 자락 바람은 제 에비 등짝에 억지라도 부리듯이 슬픈 낙엽 쓸어안고 온 강변을 구르더라 엇갈리는 인생들 걸음마다 갖은 애환 다 묻어나도 하늘은 본 채 만 채 고개 돌려 외면하는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 동인♡시집 2016.12.03
곶감/첫눈역에서 3집 중에서(화숲) 곶감 松竹/김철이 연노랑 꽃향기 봄들에 쟁일 적에 옷 벗은 가지마다 작년 이만 때 못다 이룬 그리움이 송얼송얼 맺히더니 소나기 몇 줄기도 고마운 듯 푸른 넋을 가다듬어 어차피 홀로 갈길 순교자 몸짓이네 무슨 죄 그리 커 몇 달 동안 입었던 옷 갈기갈기 찍기 우고 석 달 열흘 알몸으.. 동인♡시집 2016.12.01
겨울 초상화/첫눈역에서 3집 중에서(화숲) 겨울 초상화 松竹/김철이 하늘의 축복이련가 배부른 만추(晩秋)로 뭇사람 얼굴엔 개기름이 흐르고 텃새는 둥지에 자는데 추수를 끝낸 들녘은 분주하던 일손을 놓고 상문(喪門) 받을 채비로 머리에 묶을 지푸라기 수집을 한다. 시절은 선로 없는 열차를 타고 석 달 열흘 여정(旅程)의 여행.. 동인♡시집 2016.11.30
칠월칠석/그리움도 흘러간다 중에서 (문학의봄) 칠월칠석 松竹/김철이 어디서 지냈을까 짧지 않은 긴 세월을 임이란 글자 속에 아로새긴 그 사연들 하룻밤에 어이 다 내놓을 손가 일 년이 여삼추라 일 년 삼백육십오 일 오복조림 가슴 조여 철길 같은 긴 세월 기다려 오작교 큰 문을 열었으나 심통을 부리듯 하늘은 흐리니 내 임 모습 알.. 동인♡시집 2015.04.02
한눈팔지 마라/그리움도 흘러간다 중에서 (문학의봄) 한눈팔지 마라 松竹/김철이 민들레 홀씨더냐 철새들 삶이더냐 세상 계곡 깊어 눈물이 날지라도 근본도 없는 아이처럼 성 팔고 뼈 팔지 마라 두루마기에 넥타이 누가 봐도 꼴불견 돌고 도는 회전의자 앉고싶은 심정이야 곰보 째보 매한가지 제 꼬라지 못난 건 염두에 두지 않고 핫바지에 .. 동인♡시집 2015.03.31
억지 춘향/그리움도 흘러간다 중에서 (문학의봄) 억지 춘향 松竹/김철이 노을이 진다 하여 영원히 질까 보냐 샛노란 은행잎도 가을이면 다시 필 걸 춘삼월 따스함이 품속에 잠들 텐데 동녘에 해 뜨거든 네 인생 돌아보게 제 코가 석 자면서 남의 신세 참견일세 아침에 우는 파랑새 울고 싶어 운다더냐 바람에 흩날리는 솔가지 아플까 봐 .. 동인♡시집 2015.03.30
바로 네 곁에/그리움도 흘러간다 중에서 (문학의봄) 바로 네 곁에 松竹/김철이 희미한 별 그림자 초저녁 동산 위를 서성이는데 하늘의 배 조각달 노 젓는 소리 임 잃은 네 가슴에 차누나 슬퍼 말아라 가는 배 있으면 오는 배 있을 테지 밤에 우는 저 새도 떠난 임을 못 잊어 이 밤도 서럽게 울지만 바로 네 곁에 벗이 되어 놀아줄 혼이 있음에 .. 동인♡시집 2015.03.27
봄소식/그리움도 흘러간다 중에서 (문학의봄) 봄소식 松竹/김철이 계사년 설날 춘삼월 불어올 봄바람 가불하여 미리 불어온 봄바람에 실려 날아든 낭보 질경이보다 더 질긴 게 천륜이라 저승의 삶을 살아온 지 몇 십 년, 가지 말라고 처절하게 울부짖는 삼 남매 고사리 손 뿌리치고 돌아선 그 발길, 천 근이나 되었던지 영혼 없는 육신.. 동인♡시집 2015.03.23
타인/그리움도 흘러간다 중에서 (문학의봄) 타인 松竹/김철이 한 세상 사노라면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과 표정들이 철철이 만나고 헤어지는 계절처럼 기쁜 듯이 슬픈 듯이 삶의 살갓을 파고들다 자취없이 사라진다 이미 예견된 만남었을까 필연 아닌 우연으로 만나고 헤어질 허상이여 잘 훈련된 충견처럼 해와 달이 뜨고 지는 그 .. 동인♡시집 2015.03.18
애원/그리움도 흘러간다 중에서 (문학의봄) 애원 松竹/김철이 참 걸음인지 헛걸음인지 그 판단은 내 몫이 아니기에 허탈한 심사 금할 길 없구나 목이 메 불러보는 그 이름 가엾은 생이여 돌아보면 그림자 되어 뒷전에 울고 있더이 두 번 다시 걸을 수 없는 이 걸음 뉘라서 쉬 여길까 물망초 어긋 피는 꽃잎처럼 먹었던 마음 늘 파장.. 동인♡시집 2015.03.14
봄 처녀/그리움도 흘러간다 중에서 (문학의봄) 봄 처녀 松竹/김철이 산 계곡 잔설은 녹기가 싫은데 계곡마다 여울져 내리는 정체 모를 이의 휘파람 소리 눈 씻고 바라보니 어느새 진달래 붉은 산불이 붙는다 꽃샘바람 심통은 영 잠들기 싫으나 혹한의 사슬에서 풀려난 윗물 얼마나 좋은지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아래로 달리는데 종달.. 동인♡시집 2015.03.11
초연(草宴)/그리움도 흘러간다 중에서 (문학의봄) 초연(草宴) 松竹/김철이 곡우(穀雨)는 한가한 농부들 손목잡아 논으로 가고 겨우내 부엌바닥 편히 누워 쉬던 부짓깽이 농심의 손길로 미리 놋날을 엮게 하니 못줄을 잡아주던 날 비는 잰걸음 가늘게 내리는데 윗마을 복순 아비 아랫마을 삼돌 어미 분신 같은 호미 씻어 곳간에 걸고 제 닮.. 동인♡시집 2015.03.04
소나무와 솔방울/그리움도 흘러간다 중에서 (문학의봄) 소나무와 솔방울 松竹/김철이 부모는 소나무 자식은 솔방울 늘 푸러른 소나무 푸른 둥어리 보노라면 어버이 주름진 모습을 보는 듯싶다 자식 향한 근심 걱정 하나로 시퍼런 멍이 들고 솔잎처럼 찢겨나간 가슴을 본다 숱한 시련 다 견디어 낸 훈장일까 소나무 껍질처럼 굳은 부모님 손등.. 동인♡시집 2015.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