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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 춘향/그리움도 흘러간다 중에서 (문학의봄)

松竹/김철이 2015. 3. 30. 14:22

억지 춘향

 

                      松竹/김철이

 

노을이 진다 하여
영원히 질까 보냐
샛노란 은행잎도 가을이면 다시 필 걸
춘삼월 따스함이 품속에 잠들 텐데

 

동녘에 해 뜨거든
네 인생 돌아보게
제 코가 석 자면서
남의 신세 참견일세

 

아침에 우는 파랑새
울고 싶어 운다더냐
바람에 흩날리는 솔가지 아플까 봐
푸른 창공 닮은 깃털 떨며 떨며 운다더라 

 

십이월이 오면
누구도 쉬 찾지 않는 산기슭
둥지 잃은 바람 새만 섧게도 울더군

 

수로에 홀로 서면
수만 가지 단어는 천 리도 더 달아나고
수만 포기 잡초들만 철없이 무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