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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첫눈역에서 3집 중에서(화숲)

松竹/김철이 2016. 12. 3. 12:17

바람이 분다

                                松竹/김철이

 

늦가을 따사로운 햇살은 은혜로이 내리는데

갈 길 바쁜 한 자락 바람은

제 에비 등짝에 억지라도 부리듯이

슬픈 낙엽 쓸어안고

온 강변을 구르더라

 

엇갈리는 인생들 걸음마다

갖은 애환 다 묻어나도

하늘은 본 채 만 채 고개 돌려 외면하는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종종걸음 깃털 세운 비둘기 가슴에 쟁여둔다.

 

어디서 왔을까

세상 떠난 영아의 넋인 양

제 어미 품속에 생떼라도 쓰듯이

가을 물이 들어갈 나뭇가지 잎사귀마다 쉴 새 없이 파고들어

노략질 일 삼누나

 

오염된 강물 위를 더없이 좋은 둥지 삼아

한가로운 아침나절

물질하는 청둥오리 헤엄마다 가로질러 방해하더니

어느 사이 뛰어올라

연줄 없는 연을 날리듯 허공에 마른 잎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