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시집

단풍/늦가을, 그들의 삽화 5집 중에서(화숲)

松竹/김철이 2018. 1. 5. 15:35

단풍

                    松竹/김철이


아픔이 많은 넋의 흔적이던가

핏빛의 춤사위 온 거리에

갈팡질팡 술 취한 주정뱅이 같다.

부축해 주는 사람도 없는데


한 해를 동고동락

고운 정 미운 정 다 들여놓고

현신도 없는 한낱 바람 몇 자락에

전신을 통째 맡기려니

흐려 져가는 앞을 가려서일까

지난날의 애환들이 못내 아쉽다.


자식들에게 제 살마저 다 파먹게 하고

빈 껍질로 강물 위에 떠다니는 어미 우렁이처럼

몸은 종이쪽이지만

떠나갈 심정은 무겁기 한이 없으니

말라 비틀어진 가지 끝에

이리저리 매달려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