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시집 340

소쩍새_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소쩍새 松竹 김철이 밤이 깊으면 새는 낯선 울음으로 밤과 새벽 이랑마다 다리를 놓는다 야밤 돌풍 소용돌이에도 무너지지 않는 소리의 다리 제 새끼들 그 다리 건너 고목 둥지로 간다. 행여 다리가 끊어질까 봐 홀어미 새는 소쩍소쩍 울음 징검 돌다리 연이어 촘촘히도 놓는다 고랑 깊은 봄 야밤 슬하 새끼 걱정이 깊어 장작불 가마솥에 쑥떡을 얹혀놓은 듯이 목이 메고 목이 쉬더라

개인♡시집 2023.03.26

감정(感情)_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감정(感情) 松竹 김철이 나 좋으면 다 좋은 거지 뭐 부모님 물려주신 교훈으로 한평생 살았는데 무형의 악이 이빨을 드러내니 대처 방도는 뻔한 것 세상살이 고달프다 남 탓할 궁리 하지 말고 무릉도원(武陵桃源) 도를 닦아 신선놀음 즐겨 삼세 오늘도 하루살이 내일도 하루친데 인생살이 고달프다 말만 말고 뒤 한번 돌아보소 배부른 자 간 곳 없고 배곤 자만 지천이지 모레도 백 년 살이 글피도 백 년 살이 넓혀갈 생각 말고 배곯은 자 밥 한술 얹어주어 내세(來世) 복덕(福德) 쌓다 감세

개인♡시집 2023.03.19

인륜(人倫)_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인륜(人倫) 松竹 김철이 인간사 만남이란 모두가 남남이고 낯설긴 마찬가지 초면 부지 인연의 실 드높은 창공 아스라이 차고 오를 구면의 연실로 성화시켜 세상을 탄다. 윗사람 아랫사람 서로 아껴주고 도와가니 세상은 은혜를 베풀어 마음 큰 부자로 살게 하더라 세상천지 인간 천지 나라님 신하를 믿고 신하는 나라님을 따르는 게 도린데 욕심보 불려가면 하늘도 노하사 사금파리 된단다. 세월도 흐르고 강물도 흐르지만 마땅히 흘러선 안 될 건 세상 뭇 인간사 도리의 강일세

개인♡시집 2023.03.12

천륜(天倫)_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천륜(天倫) 松竹 김철이 하늘이 매어주신 연줄 잡고 세상 마실 나온 벌거숭이 첫울음 울 적에 첫 만남 소중히 맞아주었네 버거운 인생살이 아옹다옹 살다 보면 원수 대하듯 할 날 있으련만 천륜지정 되새김질 평생을 산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 웃고 함께 울라시던 천명을 받았으니 고향 가는 그날까지 입 안 혀처럼 살리 누구는 더 갖고 누구는 덜 가진들 눈꼬리 치켜올리지 말고 세상 축복 꿔다가도 빌어줘야지

개인♡시집 2023.03.05

까치_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까치 松竹 김철이 오늘은 또 무슨 소문 물고 왔을까. 아침은 눈곱도 떼지 않았건만 수다가 지천이네 바람도 머금지 못할 세상 숱한 풍문을 알 수 없는 언어로 가을 들판에 토해낸다. 참말인지 거짓인지 알 순 없지만 반가운 소식 물고 오는 길조라니 믿어볼 수밖에 속 다르고 겉 다른 게 세상이라 겉모습 먹물이라 속마음도 먹물이랴 먹물도 씻으면 그만인걸

개인♡시집 2023.02.26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_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松竹 김철이 계절의 끝은 어딘지 몰라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봄은 실눈을 뜨려 하지만 해묵은 전염병 시절 문 앞 망나니 칼춤 추듯 하더라 청산은 꽃피울 채비로 분주한데 병마 꼬리는 산천을 휘감으니 새순은 지레 겁먹고 허공을 나는 철새 날개를 접겠네 봄은 봄이로되 봄나무 가지마다 역병이 맺혔으니 꽃 순도 병색이요 날아든 따오기 울음마저 병색이라 춘삼월 절경은 어디에서 찾으랴

개인♡시집 2023.02.12

처가(妻家)_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처가(妻家) 松竹 김철이 처가와 통시는 멀수록 좋다고 어느 누가 말했든가 이 모두가 어불성설 내 아내 양처현모 꿈꾸던 동지인걸 하늘이 내 미래의 내자로 점지하여 몇십 년을 고이고이 숨겨놓고 삶의 학습시키느라 갖은 시련 몸소 체험시켜주신 보석함이었네 험상궂은 세상사 참사랑 나누라고 하나뿐인 마음의 고향 덤으로 하나 더 챙겨주시어 첫 마음 첫정으로 부여안고 살라네 하늘이 내게 더부살이 주셨으니 넋의 고향 가는 그날까지 본가를 다하듯이 추억 쌓기 패물함 삼아 고이 보존하리라

개인♡시집 2023.02.05

외가(外家)|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외가(外家) 松竹 김철이 철부지 코흘리개 어리광 둥지로 삼아 곡도 가사도 없는 천방지축 노래를 불러도 금지옥엽 재롱잔치로 받아주었지 놀고 또 놀아도 끝이 없을 유년 시절 마냥 뛰어놀 놀이터 되어 동심에 추억 쌓기 스승 노릇 능하더라 어머니 향기 가득히 품고 모정을 담을 보석함 고운 칠하며 꿈 많던 시절 꿈의 꽃순 안팎에 접붙였대 코흘리개 소꿉친구 낭군 삼아 사금파리 소꿉놀이하며 연필도 공책도 없이 현모양처 학습장 구실 능통했네!

개인♡시집 2023.01.29

본가(本家)|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본가(本家) 松竹 김철이 한줄기 옹기종기 매달려 피는 초롱꽃인 양 부모님 슬하 올망졸망 피어 사계절 드높은 사랑을 모이로 삼아 장래의 꿈을 키워가던 곳 부모님 피와 살을 물려받아 사시사철 동고동락 호연지기 날로 키우며 더운밥 찬밥 서로 나누던 삶의 둥지 인생살이 살다 보면 생의 희로애락 절로 이는 계절풍 같아서 때론 몹시 아프고 몹시 슬퍼도 피신처 되어 버선발로 맞아주었지 부모님 떠나시고 없어도 모진 인생살이 힘겹고 버거울 때면 위로받을 부정(父情) 모정(母情)을 찾아들 듯 심뇌(心惱)를 풀어놓을 고향 같아라.

개인♡시집 2023.01.22

가족(家族)|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가족(家族) 松竹 김철이 세상 인생사 뭇 인연 중에 누가 불러도 같은 이름으로 묶어놓은 하늘의 뜻은 특별히 사랑하고 특별히 아파하라는 것이리니 홀로 나선 세상 소풍 길 터덜터덜 외로울까 봐 위아래 값없는 사랑으로 짝지어놓고 가족애 풀고 헐어 정으로 살랬지 살다 살다 지치고 버거울 때면 등 내주고 가슴 내주어 밤길 가로등 되고 소나기 쏟아질 때 우산이 돼주라네 고양이 발에 물 털듯이 네 일 내 일 가리지 말고 천만금 주고도 바꾸지 못할 피붙이 하늘가는 그날까지 내 몸처럼 사랑하랬지

개인♡시집 2023.01.15

아내|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아내 松竹 김철이 불혹을 홀아비 냄새 폴폴 풍기던 냉가슴에 은은한 목련 향으로 다가와 나팔꽃 아침을 맞았고 달맞이꽃 저녁을 더불어 맞았지 소나기 끝없이 내려도 구멍 난 우산조차 씌워줄 수 없고 뙤약볕 강렬히 내리쬔들 망가진 양산마저 바쳐 줄 수 없는데 날 우산 삼고 양산 삼더라 문득문득 자다가도 떠오른다. 내 어둔한 생각이 내 어눌한 손놀림이 당신 생애 만개할 꽃을 시들게 하진 않았는지 그대 삶의 텃밭 밑거름 줄 수 없어도 내 영혼에 더해 참사랑 웃거름 걸러 주리니 사시사철 피어 시들지 않을 인생 꽃피워 소풍 길 더불어 깔아줬으면

개인♡시집 2023.01.08

형제|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형제 松竹 김철이 아버지 뼈를 타고 어머니 배를 빌려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상 소풍 길 나선 참 벗이라 흉사도 길사도 더불어 업고 살았네 철부지 시절 속없는 생각에 성도 같고 피도 같으니 살아갈 모습도 같을 테지 했는데 온순한 성격 괴팍한 성질 각양각색이더라 그래도 외로울 땐 통째 마음 내주고 괴로울 땐 값없이 기댈 등 내주니 홀로 갈 세상 산보 길이 마냥 외롭진 않더군 몇십 년 이래저래 살다 보니 저승길 홀로 떠난 이도 피눈물로 손 흔들어 떠나보낸 이도 이별하는 사연 떨어지는 낙엽 이야기더라

개인♡시집 2023.01.01

어머니|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어머니 松竹 김철이 모진 고뇌 흙에도 묻히지 못할 넋에 감춘 채 아픔을 곰삭혀 삶의 토양 삼으셨지 인생의 텃밭 인고와 감내의 씨앗밖에 심을 게 없어 시집살이 석 삼 년에 건질 건 생의 희로애락뿐 생의 터전에 한만 숱하게 쌓으셨다네 왜 굳이 더러운 시대만 골라 사셨을까, 골수에 한이 맺힌 그 이름 그 모습들 어디 두고 가셨는지 이승과 저승의 기로에서 인생사 맺은 끈을 놓지 못해 오열을 토하셨으니 천국 마당 무대 삼아 한풀이나 실컷 하고 사시구려

개인♡시집 2022.12.25

아버지|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아버지 松竹 김철이 동지섣달 새벽 댓바람 무색하게 대 망태기 둘러메고 놓쳐버린 세월을 낚으러 가셨네 시대를 잘못 타고 난 탓에 솟구치는 신명 주체할 수 없어 소리통 목에 걸고 국악과 양악을 두들겼으리라 명인의 손길도 돋보이게 당신 손길 닿으시면 망가진 우산 새 우산이 되고 구멍 난 밥솥 새 밥솥이 되더이 그 숱한 끼 못다 풀고 가셨으니 너른 하늘나라 놀이터 삼아 해묵은 살풀이 여념 없으시겠지

개인♡시집 2022.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