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시집 340

시(詩)|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시(詩) 松竹 김철이 영혼의 옥토에 단어의 씨앗이 내리면 심성의 호미로 잡초를 저미고 노력의 물조리개 물을 뿌리니 너른 세상 인생이 되더라 어디서 날아왔는지 이른 봄 뜰에 나비 한 마리 가슴속 안방을 차지하고 날갯죽지 흰 가루 절로 뿌릴 적 언어의 마술사 말벗으로 산다. 인간의 고뇌 속의 감정 없는 노예가 되어 쇠고랑 발목에 차고 마음속 밭고랑을 오가길 몇 차례 웃자란 곡식을 수확하듯 설익은 가을을 캐더군 세상은 요지경 어릿광대 어설픈 춤사위에 울고 웃는 관객인 양 언어의 조련사 머슴이 되어 인생들 마음의 뜰 안을 쓸어주니 세상 뭇사람 허상뿐인 그를 가르쳐 뭇 민족의 가슴속 되새김질 삶을 사는 시(詩)라고 하더라

개인♡시집 2021.12.04

장승|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장승 松竹 김철이 나그네 걷는 길 구름도 바람도 벗이 돼주지 않는 외로운 길 삶의 고단함이 속속들이 묻어나는 긴 여정 한순간 중얼거리는 언어의 말벗이 된다. 갈지자 취객의 시야에 들어선 그 모습 요지부동 꼿꼿한 고목의 표정인 양 어엿함에 흥얼거리다 마을 어귀 통째 흔들거린다. 산새도 들새도 날다 지치면 썩은 나무 둥지 어깨에 내려앉아 순간을 쉬어가려 하니 왕방울 눈을 부릅뜨고 호령이 미물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천하 대장군 지하 여장군 국란(國亂)이 일어난다 한들 두려움 하나 없는 듯 창칼 들지 않았어도 험상궂은 인상 한번 쓰고 나면 두만강 건너오던 오랑캐도 현해탄 건너오던 왜군도 신발조차 못 신고 천리만리 달아나겠네

개인♡시집 2021.11.27

별똥별|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별똥별 松竹 김철이 인간사 누구나 봄들에 꽃이 되길 바란다. 굼벵이 기어가듯 느린 걸음 세상이 열두 번 바뀌어도 변치 않을 모습과 표정인걸 껍데기 한 불 벗겨 얻을 수 있다면 고무신 벗어들고 맨발로 뛸 테지 너른 바다 모태 삼아 꼴뚜기로 태어난 네 팔자야 천금을 주고도 되팔 수 없건만 망둑어 뛴다 하여 시장바닥 널뛰지 마라 사흘에 콩 한 톨 세지 못해도 세상 햇살 먼저 셌으니 다람쥐 쳇바퀴 거꾸로 되돌려도 형은 형이로되 밥상 위의 머슴 밥 넘보지 말고 제자리 잘 지켜 천복이나 타 봄세 하늘의 해와 달이 둘이 될 수 없듯이 수많은 날들이 유성처럼 흘러가도 밤과 낮의 탑돌이 한결같지 않더냐 밤하늘 수만 수천 별들이 있어도 늘 봐야 제자리 제모습 제 표정 성을 다해 어둠 밝히리

개인♡시집 2021.11.20

마음|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마음 松竹 김철이 산중 날씨처럼 변덕스럽기 한이 없다. 어제는 마냥 울고 싶어 눈물이 폭포 되어 여울져 내리던 그곳에 오늘 해뜨기 무섭게 구름이 걷혀 오뉴월 불볕 쏟아져 내리더라 알다가도 모르겠네 아침나절엔 흥부 심보 저녁나절엔 놀부 심보 그 씨앗 어디서 피고 질까 질투도 나 스스로 짓고 시기도 나 스스로 짓는 것 굳은 땅 진 땅에 물이 고이고 빠지듯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잘도 고이고 잘도 빠지네 물꼬도 없는데 내일은 또 어떤 꽃 어떤 향기를 피울까 물주고 가꾸어 벌, 나비 절로 날아드는 꽃밭을 꾸며야겠네 젖과 꿀이 흘러 기름진 동심처럼…

개인♡시집 2021.11.13

보름달|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보름달 松竹 김철이 칠흑 같은 밤하늘 작은 숨소리마저 죽여 저무는데 중천을 밝히는 그이의 표정 언제부터 따라왔을까 그 임의 발걸음 외로운 영혼 마음 밑자락까지 손길 고르듯 달래주누나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새벽은 저만치 손짓하는데 촉박한 시간의 쫓김 속에서도 큰 얼굴 미소가 찬다. 순간에 불과한 운명 속에 풋사랑 엮어 걸어놓고 장담할 수 없을 미래를 향해 열정을 쏟는다.

개인♡시집 2021.11.06

옹달샘(2)|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옹달샘(2) 松竹 김철이 조그만 손거울 행여 누가 와서 들여다볼세라 숲속에 감춰 놓고 구름 비 거느린 먼 하늘 몰래 내려와 체면에 구김살 갈까 큰 얼굴 큰 모습 비춰본다 숲속에 숨겨놓은 작은 물거울 해와 바람 제모습 흐트러질까 앞다투어 보고 간다. 숲속 어둠이 내리면 밤하늘 밝게 지키던 달도 별도 가끔은 몰래 내려와 들여다보고 간다

개인♡시집 2021.10.30

글쟁이|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글쟁이 松竹 김철이 글쟁이 오십여 년 남은 건 엿 한 가락 바꿔먹지 못할 허상뿐 하늘이 내린 축복일까 힘겨운 이 땅의 저주일까 애꿎은 원고지 갖은 화풀이 다 하더이 부엉이 벗을 삼아 야밤을 대낮처럼 지새우던 시절도 있었고 풀리지 않는 글줄을 잡은 채 젊음을 불사르던 시절도 있었지 잔주름 자글거리는 얼굴에 검은 머리 파뿌리 되어 자라는 글귀 동무여 고맙구나 한 생을 벗하며 살았으니 인생의 강나루 건널 적에 내 품에 안겨다오

개인♡시집 2021.10.23

부초(浮草)|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부초(浮草) 松竹 김철이 어릿광대 혼령인가 세상 뭇인간 가슴에 사라질 흔적이여 노을이 곱다 한들 하루살이 날개인 걸 디딜방아 돈다 하여 어긋난 쳇바퀴 쉬 돌리지 마라 네 청춘 늙고 나면 춘삼월 씀바귀도 가엾다 동정하랴. 흘러간 저 강물도 돌아올 길 묘연하고 사월의 할미꽃 굽은 허리로 필 테지 잊지 말아라 널 지어내신 네 아버지 큰 은공을 입 있어도 말 못 하고 귀 있어도 못 들으며 눈 있어도 보지 못한 채 석 삼 년을 살았으니 이제라도 등창에 날개 달고 푸릇한 저 하늘 날아보려 마 네 사랑 지켜주실 네 어머니 푸른 모정으로 너의 빈 가슴 채워줄 영원함이 그곳에 두 손 펼쳐 기다릴 터이니

개인♡시집 2021.10.09

심마니|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심마니 松竹 김철이 인간사 연습도 복습도 없는 삶이기에 정결한 영과 육 혼불 밝혀 재단을 고이 차려놓고 산신령 전 치성을 바친다. 오래 살고 싶은 심정이야 인간 본연의 욕심인 걸 삼천갑자 동방삭이 되고 싶은 이들 무병장수 소원 빌어줄 재단이 된다. 남과 여가 살을 섞어 공존함은 세상 원리이자 진리인 것을 석 달 열흘 목욕재계하고 여인을 소, 닭 보듯 하니 산천도 감동하여 평생소원 들어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식음을 전폐하듯 노다지 찾아 떠나는 길에 노다지인지 도라지인지 눈앞을 흐려놓는 유혹 주체할 수 없는 심정에 외치는 소리 심 봤다!

개인♡시집 2021.10.02

아침의 향기|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아침의 향기 松竹 김철이 검푸른 아침 안개 아직 온 세상 머물 적 여름밤을 호령하던 모기떼 더 행복한 밤의 몽상에 잠든다. 휘파람새 읊어대는 음표 없을 음률에 먹물 빛 어둠조차 한걸음 물러나 앉는다. 순례자 된 양 밤하늘 배회하던 반딧불 불빛 한층 더 희미한 꼬리를 내리고 태양은 더욱 열기를 뿜는다. 동트기가 무섭게 불어대는 나팔꽃 소리 없는 기상나팔 늦잠 자던 삽살개 세수도 하지 않고 조반상을 받는다.

개인♡시집 2021.09.25

추억의 강|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추억의 강 松竹 김철이 소중한 시간 속 역사가 흐른다. 천둥벌거숭이 동심은 성급한 심정에 고쟁이도 벗지 않고 냇물에 몸을 던져 철부지 한해살이 여름을 즐긴다. 악동들 닭서리에 밤 닭장은 한바탕 소란이 일고 쫓고 쫓기는 난투극은 연출 없이 흐지부지 장닭은 놀란 가슴 쓸어내린다. 동무들은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고 홀로 남은 별 아기 외로운 심사 달랠 길 없는데 몰래 다가선 소슬바람 쓸쓸한 마음에 왕소금을 뿌린다. 어제 같은 청춘은 어디로 갔는지 주름 잡힌 얼굴엔 회안이 돋고 서리 내린 머리엔 빛바랜 기억만 난무하니 돌아오지 않는 추억의 강이 외로이 흐른다.

개인♡시집 2021.09.18

애원|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애원 松竹 김철이 참 걸음인지 헛걸음인지 그 판단은 제 몫이 아니기에 허탈한 심사 금할 길 없구나 목이 메 불러보는 그 이름 가엾은 생이여 돌아보면 그림자 되어 뒷전에 울고 있더니 두 번 다시 걸을 수 없는 이 걸음 뉘라서 쉬 여길까 물망초 어긋 피는 꽃잎처럼 먹었던 마음 늘 파장이다. 개구리 뜀뛰기라도 할 수 있다면 움츠렸다 뛰어나 볼 텐데 뛰어봐야 도로 제자리 한심한 인생살이 돌아보기 싫더라

개인♡시집 2021.09.11

바로 네 곁에|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바로 네 곁에 松竹 김철이 희미한 별 그림자 초저녁 동산 위를 서성이는데 하늘의 배 조각달 노 젓는 소리 임 잃은 네 가슴에 차누나 슬퍼 말아라 가는 배 있으면 오는 배 있을 테지 밤에 우는 저 새도 떠난 임을 못 잊어 이 밤도 서럽게 울지만 바로 네 곁에 벗이 되어 놀아줄 혼이 있음에 혼불 밝혀 받쳐 들고 머지않아 찾아오실 임 마중 가자꾸나.

개인♡시집 2021.09.04

마음은 집시|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마음은 집시 松竹 김철이 돌아보지 말라시던 그 말씀 잠시 잊은 듯 돌아다본 옛 시절이 금세 달려와 품에 안길 듯 하늘은 저만치 내려다본다. 눈시울이 뜨겁다. 눈물이 나도록 곱게 물든 가을이 홀로 된 빈 벤치에 앉아 쓸쓸함과 고독에 빠져 나그네 걸음조차 못 본 채 고개를 돌린다. 작별의 손짓도 못 했을 터 저녁노을 서산마루 걸터앉아 피를 토하듯 자식 키워온 모정처럼 어서 가라 손짓을 한다. 누구의 돌팔매에 상처를 입었을까. 몸과 마음의 상처 탓에 이방인의 방문조차 한순간 관심도 없는데 돌아서는 발걸음 무겁기 천근이고 두고 올 마음은 가슴을 아리게 한다.

개인♡시집 2021.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