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
松竹 김철이
작은 눈 속의 큰 세상이라
벅찬 가슴에 품은 욕망
한 해의 소망으로 빌어보련만
고개 돌려 외면하기 일쑤다.
근본이 야박한 게 인심이라
등 뒤에 감춘 속셈 헤아릴 길 없어
가진 본심 열어 한 걸음 다가서니
세상은 저만치 이별을 고한다.
동지섣달 기나긴 밤에
속속들이 파고드는 외로움 씻을 길 없어
동창에 부는 바람 벗을 삼으려니
언 뺨을 세차게 후려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도 안 되는 사람 속은 알 수 없다 했던가
몇 십 년 해묵은 부부의 연이
하루아침 철천지원수의 연으로 돌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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