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교구 18

병자 성사와 교회법 2 | 최진우 아드리아노 신부님(명례성지)

Q 병원에 본당 신자의 봉성체를 갔다가 다른 성당 신자가 병자성사를 청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교회법에서는 “사목을 맡은 모든 사제들은 자기의 사목 직무에 위탁된 신자들에게 병자성사를 집전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다른 어느 사제든지 합리적 이유가 있 고 위에 언급된 사제의 동의가 적어도 추정되면, 이 성사를 집전할 수 있다.”(교회법 제 1003조 2항)라고 말합니다.따라서 사목을 맡은 모든 사제들은 자기의 사목 직무에 위탁된 신자들, 즉 본당 주임 신부와 보좌 신부는 본당의 신자들에게, 병원의 원목 신부는 담당 병원의 환자 들에게 병자성사를 집전할 수 있습니다. 병자성사 예식서에서는 병자성사의 통상적 인 직무 수행자를 “주교, 본당 사목구 주임과 보좌 신부, 병원이나 요양원의 원목 신 부, ..

교회법 추녀 2025.01.02

병자 성사와 교회법 1 | 최진우 아드리아노 신부님(명례성지)

병자성사는 어떤 사람이 받을 수 있나요?  여러 가지 성사 중에 신자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고 있는 성사가 병자성사일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병자성사를 종부성사 혹은 임종성사라고 해서 죽기 직전에 받는 성사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병원에 입원하여 큰 수술을 앞두고 있어도 병자성사를 받기 꺼려하십니다. 아직 죽을 때가 되지 않았다고 기다리시다가 때를 놓치는 분들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봉성체를 하시는 어르신에게 병자성사를 드리려고 하니 불쾌하게 여기시며 단호히 거절하신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성사는 어디까지나 병자성사입니다. 교회법에서도 “병자성사는 이성의 사용을 하게 된 후 병이나 노령으로 위험하게 되기 시작한 신자에게 집전될 수 있다.”(교회법 제1004조 1항)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행 교회..

교회법 추녀 2024.12.05

고해성사와 교회법 (5) | 최진우 아드리아노 신부님(명례성지)

Q 대사(大赦)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대사는 보통 전대사(全大赦)와 부분 대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대사란 죄에 따른 잠시적 벌을 전부 없애주는 것이고, 부분 대사란 그 벌의 일부분을 없애 주는 것을 말합니다. “어느 신자든지 부분 대사거나 전대사거나 자기 자신을 위해서 얻을 수 있고 또는 죽은 이들을 위해서도 대리 기도의 방식으로 대사를 얻어줄 수도 있습니다.” (교회법 제994조) 즉, 세례를 받은 신자라면 자기 자신을 위해서 대사를 얻을 수 있고, 죽은 이들을 위해서도 대사를 얻어 줄 수 있지만 살아있는 사람을 위해서는 대사를 얻어 줄 수 없는데, 교회는 산 사람은 자신의 행위로 대사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하고, 참회하는 마음을 가져야하기 때문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분 대사는 부..

교회법 추녀 2024.11.07

고해성사와 교회법 (4) | 최진우 아드리아노 신부님(명례성지)

대사(大赦, Indulgentia)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자신이 지은 죄를 뉘우치게 되면 고해성사를 봅니다. 고해성사를 통해서 우리의 죄는 용서 받지만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벌은 남아 있어서 어떤 방식으로든 기워 갚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를 사제가 주는 보속으로 대신하지만 이 벌을 다 기 워 갚지 못한 신자들, 살아 있는 신자들뿐 아니라 이미 세상을 떠난 영혼을 위해 교 회가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받은 맺고 푸는 권한으로 잠벌을 면해주는 제도가 대사 (大赦)입니다. 교회법에서 “대사는 죄과에 대하여는 이미 용서받은 죄에 따른 잠시적 벌에 대 한 하느님 앞에서의 사면이다.”(교회법 제992조) 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고해성사에 대한 보충 장치로서 이미 고해성사를 통하여 죄를 용서 받은 사람이 자신의..

교회법 추녀 2024.10.03

고해성사와 교회법 (3) | 최진우 아드리아노 신부님(명례성지)

Q. 고해성사는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할 수 있나요?  A. 교회법에서는 “성사적 고백을 듣는 본래의 장소는 성당이나 경당이다.”(교회법 제964조 1항)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어느 성당에 가든지 고해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고해소에 관한 규범은 주교회의에서 정하지만 참회자와 고해 사제 사이에 고정된 칸막이가 비치된 고해소를 개방된 장소에 설치해야 하며 신자들이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야 합니다. 고해성사는 성사적 행위이므로 거룩한 장소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고해성사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익명성이 유지된 곳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고해소 밖에서는 고백을 듣지 말아야 합니다.”(교회법 제964조 3항)  하지만 고해소 밖에서도 고해를 할 수 있는 정당한 경우는 병원..

교회법 추녀 2024.09.19

그분의 손과 믿음의 손 | 김동영 아우구스티노 신부님 교포사목(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

그분의 손과 믿음의 손                                            김동영 아우구스티노 신부님 교포사목(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  저는 지난 2021년부터 미국에서 교포사목 중입니다. 생전 처음 미국에 와서 다른 언어와 다 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말하는 법,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새롭게 배워야 하기 에 가끔은 다시 유치원으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몇 년 동안 ‘이제는 좀 적응이 됐다’ 싶다가도, 예상치 못한 일에 당황하거나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해 웃픈 일이 아직 종종 있습니다. 사목도 마찬가집니다. 제가 있는 곳은 근처 지역까지 관할하는 사목구 본당인데, 한국인, 미국인 배우자, 여러 인종의 지역민이 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라면 특별한 어 려..

사제의 공간 2024.07.02

인내로써 풍성한 열매를 맺으리라! | 김효 베르나르도 신부님(교포사목(미국 멤피스)

인내로써 풍성한 열매를 맺으리라!                                                         김효 베르나르도 신부님(교포사목(미국 멤피스))  찬미 예수님! ‘참을 인 자 셋이면 살인도 피한다.’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이 격언의 의미는 ‘어떤 경 우에도 끝까지 참으면 무슨 일이든지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입니다. 우리는 삶이나 신 앙 안에서 어떤 형태로든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어떤 이는 잘 극복해서 공동체에 녹아드는 모습으로, 어떤 이는 참지 못하고 스스로 떨어져 나가기도 합니다. 결국 모든 이들은 소속감과 유대감을 필요로 하는데, 그 관계 안에서 인내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자가 인생이든, 신앙이든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제의 공간 2024.04.28

영혼의 뜨락 |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그리고 죽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그리고 죽음 시간은 괴물처럼 아주 서서히 우리의 생을 야금야금 먹어치운다. 젊었던 부모님을 늙게 하고 병들게 하고 돌아가시게 했다. 고왔던 연인을 어느새 늙은이로 변화시키고, 사랑스럽던 아이들도 서서히 그 과정을 겪게 한다. 이런 면에서 우리가 지나온 생은 각자의 죽음을 향해 걸어온 시간의 누적 층이라 할 수 있겠다. 죽음을 자연의 이치로 여기며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애쓰고 있지만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을 잃은 상실감은 극복하기 힘들다. 이런 생명의 유한성으로 인한 고통은 우리가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실존적 경험이다. 인간에게 죽음이라는 고통이 없다면 삶의 본질에 대해 숙고할 일도 별로 없을 것이다. 생을 귀하게 여기지도 않고 거만한 태도로 얼마나 단순하게 살고 있을까 싶기도 하다..

세대간 소통 2023.08.08

영혼의 뜨락|매일매일 부활의 기쁨으로

매일매일 부활의 기쁨으로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세우신 최후의 만찬은 마지막이 아닌 부활의 영광을 알리는 식사 자리였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예수님은 이 만찬을 끝으로 피눈물 나는 기도와 십자가의 고통을 당하시고는 돌아가셔야만 했다. 그래야만 부활의 선물을 우리에게 안길 수 있기에. 따라서 그분의 부활을 믿는 우리는 미사 중 성체를 모시고, 예수님의 죽음을 전하며 부활을 선포한다. 예수님 부활 확인은 주간 첫날 이른 아침, 무덤의 돌이 치워진 모습에서 시작된다. 돌무덤의 입구가 봉해지고 열린 것만은 확실한데도, 언제 어떻게 치워진 것인지는 복음 어디에도 그 정황이 없다. 지금이야 CCTV로 보거나, 여러 매체가 실시간 중계를 할 만한 역사적 사건인데..

세대간 소통 2023.04.08

영혼의 뜨락|사랑의 세레나데

저는 고무나무를 닮은 사람입니다. 윤기나는 잎사귀 앞면과 윤기 없는 잎사귀 뒷면을 동시에 펼쳐 보이는 고무나무는 얼굴에만 로션을 바르고 손에는 로션을 바르지 않은 채 정신없이 살아가는 저를 보는 것 같아요. 그런가 하면 저의 남편은 호접란을 닮았습니다. 자신이 가진 가장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자태, 화분을 한 바퀴 빙 둘러보아도 곱게 화장한 앞모습만 보여주는 꽃, 가까이 다가가도 향기조차 남기지 않는 호접란은 언제나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품위 있는 저의 남편을 보는 것 같습니다. 남편은 추운 겨울날 가습기를 사 왔습니다. 우윳빛 몸체에 전원코드를 연결하면 발그스름, 푸르스름하게 무드등 색깔이 변하며 안개처럼 수분이 분사되는 물건이었죠. 늘 코막힘으로 고생하던 남편은 일찍 잠이 들었는데 저는 불면..

세대간 소통 2023.03.14

영혼의 뜨락|그들은 우리들의 파랑새였다

가희, 민영, 민지, 은경, 주환, 미현, 수정, 경엽, 단이, 도은, 동규, 미정, 미주, 보미, 산하, 선영, 세리… 파랑새의 이름들은 꽃처럼 별처럼 예쁩니다. 불러도 불러도 예쁘고 들어도 들어도 아름답고 아까운 이름들입니다. 누군가가 고심해서 지어준 이름이고 누군가의 가슴에서 꺼내어준 이름들입니다. 앞선 세대의 한스럽고, 가난을 떨쳐내기 위하여 지은 이름이 아니라 그냥 예쁘고 곱고 희망찬 우리 미래를 짊어질 새 세상의 이름들입니다. 희망차고 밝고 고운 이름들… 슬기, 예은, 유나, 의진… 다시는 적지도 부르지도 말라는 이름들… 정훈, 주환, 지현… 우리들의 파랑새는 그렇게 지워져 갔습니다. 왜 지워져야 하는지, 왜 울 수도 없었는지도 모른 채 기성인의 잘못된 판단과 서투른 과오들로 인해 함께 묻혔습..

세대간 소통 2023.03.04

영혼의 뜨락|그들은 우리들의 파랑새였다

영혼의 뜨락 그들은 우리들의 파랑새였다 가희, 민영, 민지, 은경, 주환, 미현, 수정, 경엽, 단이, 도은, 동규, 미정, 미주, 보미, 산하, 선영, 세리… 파랑새의 이름들은 꽃처럼 별처럼 예쁩니다. 불러도 불러도 예쁘고 들어도 들어도 아름답고 아까운 이름들입니다. 누군가가 고심해서 지어준 이름이고 누군가의 가슴에서 꺼내어준 이름들입니다. 앞선 세대의 한스럽고, 가난을 떨쳐내기 위하여 지은 이름이 아니라 그냥 예쁘고 곱고 희망찬 우리 미래를 짊어질 새 세상의 이름들입니다. 희망차고 밝고 고운 이름들… 슬기, 예은, 유나, 의진… 다시는 적지도 부르지도 말라는 이름들… 정훈, 주환, 지현… 우리들의 파랑새는 그렇게 지워져 갔습니다. 왜 지워져야 하는지, 왜 울 수도 없었는지도 모른 채 기성인의 잘못된 ..

세대간 소통 2023.02.25

영혼의 뜨락|깍두기

영혼의 뜨락 깍두기 휴대폰을 떨어뜨려서 액정이 나가는 바람에 전자 대리점에 들렀다. 저장해 둔 사진과 문서를 옮기는 작업을 하는 동안, 장날이기에 돌아보고 오겠다고 했다. 이상고온 현상으로 겨울옷이 팔리지 않는다고 하던 뉴스가 나온 게 어제 같은데 웬걸, 한파가 닥쳐서 시장은 조용했다. 코로나로 힘들고, 한파로 힘든 겨울이다 싶어 빈손으로 둘러보기 죄스러운 지경이었는데 무 몇 개를 앞에 두고 발을 동동거리던 할머니가 보였다. “이거 몽땅 5천 원에 가져가요. 오늘 나오는 게 아닌데, 추워서 들어가려고…” 우리식구들은 김치 없이는 한 끼도 먹지 못하는 토종입맛을 가졌지만 배추김치파와 무김치파로 나뉜다. 나는 무김치파, 특히 깍두기를 좋아한다. 방금 담아도 아삭거리는 그 맛이 좋아서 익기도 전에 먹어치운다...

세대간 소통 2023.02.04

우리는 평안한가?|신호열 요셉 신부님

우리는 평안한가? 신호열 요셉 신부님(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본당에서 생활하다 보면 다른 무엇보다 신경 쓰이고 힘든 일이 있다. 대부분의 본당 사제들이 겪는 문제이지만 사목협의회 임원을 뽑는 일이다. 사목회 임원의 임기는 2년이기에 때로는 연임을 하는 일도 많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임을 원하지 않고 기꺼이 사목회 임원으로 봉사하는 것을 꺼린다. 나서서 신자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싫고 나 자신의 일도 바쁜데 신경 쓸게 늘어나는 게 싫은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로 인해 본당 신자들이 반 토막 난 것도 봉사자를 뽑는 게 더 어려워진 현실이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이기에 본당 회장을 시작으로 여성부회장, 총무…등등 평소 생각하고 있던 신자들에게 전화를 하고 만나서 호소를 하고 부탁을 한다. 때로는 협박 아닌 협박..

사제의 공간 2022.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