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교구 12

인내로써 풍성한 열매를 맺으리라! | 김효 베르나르도 신부님(교포사목(미국 멤피스)

인내로써 풍성한 열매를 맺으리라!                                                         김효 베르나르도 신부님(교포사목(미국 멤피스))  찬미 예수님! ‘참을 인 자 셋이면 살인도 피한다.’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이 격언의 의미는 ‘어떤 경 우에도 끝까지 참으면 무슨 일이든지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입니다. 우리는 삶이나 신 앙 안에서 어떤 형태로든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어떤 이는 잘 극복해서 공동체에 녹아드는 모습으로, 어떤 이는 참지 못하고 스스로 떨어져 나가기도 합니다. 결국 모든 이들은 소속감과 유대감을 필요로 하는데, 그 관계 안에서 인내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자가 인생이든, 신앙이든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

사제의 공간 2024.04.28

영혼의 뜨락 |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그리고 죽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그리고 죽음 시간은 괴물처럼 아주 서서히 우리의 생을 야금야금 먹어치운다. 젊었던 부모님을 늙게 하고 병들게 하고 돌아가시게 했다. 고왔던 연인을 어느새 늙은이로 변화시키고, 사랑스럽던 아이들도 서서히 그 과정을 겪게 한다. 이런 면에서 우리가 지나온 생은 각자의 죽음을 향해 걸어온 시간의 누적 층이라 할 수 있겠다. 죽음을 자연의 이치로 여기며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애쓰고 있지만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을 잃은 상실감은 극복하기 힘들다. 이런 생명의 유한성으로 인한 고통은 우리가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실존적 경험이다. 인간에게 죽음이라는 고통이 없다면 삶의 본질에 대해 숙고할 일도 별로 없을 것이다. 생을 귀하게 여기지도 않고 거만한 태도로 얼마나 단순하게 살고 있을까 싶기도 하다..

세대간 소통 2023.08.08

영혼의 뜨락|매일매일 부활의 기쁨으로

매일매일 부활의 기쁨으로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세우신 최후의 만찬은 마지막이 아닌 부활의 영광을 알리는 식사 자리였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예수님은 이 만찬을 끝으로 피눈물 나는 기도와 십자가의 고통을 당하시고는 돌아가셔야만 했다. 그래야만 부활의 선물을 우리에게 안길 수 있기에. 따라서 그분의 부활을 믿는 우리는 미사 중 성체를 모시고, 예수님의 죽음을 전하며 부활을 선포한다. 예수님 부활 확인은 주간 첫날 이른 아침, 무덤의 돌이 치워진 모습에서 시작된다. 돌무덤의 입구가 봉해지고 열린 것만은 확실한데도, 언제 어떻게 치워진 것인지는 복음 어디에도 그 정황이 없다. 지금이야 CCTV로 보거나, 여러 매체가 실시간 중계를 할 만한 역사적 사건인데..

세대간 소통 2023.04.08

영혼의 뜨락|사랑의 세레나데

저는 고무나무를 닮은 사람입니다. 윤기나는 잎사귀 앞면과 윤기 없는 잎사귀 뒷면을 동시에 펼쳐 보이는 고무나무는 얼굴에만 로션을 바르고 손에는 로션을 바르지 않은 채 정신없이 살아가는 저를 보는 것 같아요. 그런가 하면 저의 남편은 호접란을 닮았습니다. 자신이 가진 가장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자태, 화분을 한 바퀴 빙 둘러보아도 곱게 화장한 앞모습만 보여주는 꽃, 가까이 다가가도 향기조차 남기지 않는 호접란은 언제나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품위 있는 저의 남편을 보는 것 같습니다. 남편은 추운 겨울날 가습기를 사 왔습니다. 우윳빛 몸체에 전원코드를 연결하면 발그스름, 푸르스름하게 무드등 색깔이 변하며 안개처럼 수분이 분사되는 물건이었죠. 늘 코막힘으로 고생하던 남편은 일찍 잠이 들었는데 저는 불면..

세대간 소통 2023.03.14

영혼의 뜨락|그들은 우리들의 파랑새였다

가희, 민영, 민지, 은경, 주환, 미현, 수정, 경엽, 단이, 도은, 동규, 미정, 미주, 보미, 산하, 선영, 세리… 파랑새의 이름들은 꽃처럼 별처럼 예쁩니다. 불러도 불러도 예쁘고 들어도 들어도 아름답고 아까운 이름들입니다. 누군가가 고심해서 지어준 이름이고 누군가의 가슴에서 꺼내어준 이름들입니다. 앞선 세대의 한스럽고, 가난을 떨쳐내기 위하여 지은 이름이 아니라 그냥 예쁘고 곱고 희망찬 우리 미래를 짊어질 새 세상의 이름들입니다. 희망차고 밝고 고운 이름들… 슬기, 예은, 유나, 의진… 다시는 적지도 부르지도 말라는 이름들… 정훈, 주환, 지현… 우리들의 파랑새는 그렇게 지워져 갔습니다. 왜 지워져야 하는지, 왜 울 수도 없었는지도 모른 채 기성인의 잘못된 판단과 서투른 과오들로 인해 함께 묻혔습..

세대간 소통 2023.03.04

영혼의 뜨락|그들은 우리들의 파랑새였다

영혼의 뜨락 그들은 우리들의 파랑새였다 가희, 민영, 민지, 은경, 주환, 미현, 수정, 경엽, 단이, 도은, 동규, 미정, 미주, 보미, 산하, 선영, 세리… 파랑새의 이름들은 꽃처럼 별처럼 예쁩니다. 불러도 불러도 예쁘고 들어도 들어도 아름답고 아까운 이름들입니다. 누군가가 고심해서 지어준 이름이고 누군가의 가슴에서 꺼내어준 이름들입니다. 앞선 세대의 한스럽고, 가난을 떨쳐내기 위하여 지은 이름이 아니라 그냥 예쁘고 곱고 희망찬 우리 미래를 짊어질 새 세상의 이름들입니다. 희망차고 밝고 고운 이름들… 슬기, 예은, 유나, 의진… 다시는 적지도 부르지도 말라는 이름들… 정훈, 주환, 지현… 우리들의 파랑새는 그렇게 지워져 갔습니다. 왜 지워져야 하는지, 왜 울 수도 없었는지도 모른 채 기성인의 잘못된 ..

세대간 소통 2023.02.25

영혼의 뜨락|깍두기

영혼의 뜨락 깍두기 휴대폰을 떨어뜨려서 액정이 나가는 바람에 전자 대리점에 들렀다. 저장해 둔 사진과 문서를 옮기는 작업을 하는 동안, 장날이기에 돌아보고 오겠다고 했다. 이상고온 현상으로 겨울옷이 팔리지 않는다고 하던 뉴스가 나온 게 어제 같은데 웬걸, 한파가 닥쳐서 시장은 조용했다. 코로나로 힘들고, 한파로 힘든 겨울이다 싶어 빈손으로 둘러보기 죄스러운 지경이었는데 무 몇 개를 앞에 두고 발을 동동거리던 할머니가 보였다. “이거 몽땅 5천 원에 가져가요. 오늘 나오는 게 아닌데, 추워서 들어가려고…” 우리식구들은 김치 없이는 한 끼도 먹지 못하는 토종입맛을 가졌지만 배추김치파와 무김치파로 나뉜다. 나는 무김치파, 특히 깍두기를 좋아한다. 방금 담아도 아삭거리는 그 맛이 좋아서 익기도 전에 먹어치운다...

세대간 소통 2023.02.04

우리는 평안한가?|신호열 요셉 신부님

우리는 평안한가? 신호열 요셉 신부님(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본당에서 생활하다 보면 다른 무엇보다 신경 쓰이고 힘든 일이 있다. 대부분의 본당 사제들이 겪는 문제이지만 사목협의회 임원을 뽑는 일이다. 사목회 임원의 임기는 2년이기에 때로는 연임을 하는 일도 많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임을 원하지 않고 기꺼이 사목회 임원으로 봉사하는 것을 꺼린다. 나서서 신자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싫고 나 자신의 일도 바쁜데 신경 쓸게 늘어나는 게 싫은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로 인해 본당 신자들이 반 토막 난 것도 봉사자를 뽑는 게 더 어려워진 현실이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이기에 본당 회장을 시작으로 여성부회장, 총무…등등 평소 생각하고 있던 신자들에게 전화를 하고 만나서 호소를 하고 부탁을 한다. 때로는 협박 아닌 협박..

사제의 공간 2022.12.21

“아재요?!”|백남해 요한 보스코 신부님(대방동 본당 주임)

“아재요?!” 백남해 요한 보스코 신부님(대방동 본당 주임) “우리 부장님은 다 좋은데 툭하면 고함을 지른단 말이야! 귀가 멍해.” “그래?! 그래도 그 정도로는 앓는 소리 하지도 마. 우리 부장님은 고함은 안 치는데 ‘쫌생이’ 중에 상 ‘쫌생’이야. 밥 한 번 사는 일이 없어. 심지어 부하 직원들하고 점심 먹으러 가도 ‘더치페이’하래. 어휴 ‘쫌생이’.” “후훗. 그러나 그 정도로 한숨 쉬기에는 아직 멀었다고요. 우리 부장님은 고함도 안 지르고 밥도 잘 사는데, 말이 많아 말이. 잔소리, 잔소리. 아주 귀에 딱지가 앉겠어!” “푸할할. 그래도 우리 부장님보다는 다들 나은걸. 우리 부장님은 꼰대 중의 꼰대, ‘꼰대 3관 왕’이야. 말만 하면 잔소리에,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그냥 말 자체가 고함이야. 게다..

사제의 공간 2022.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