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703

의병장(義兵將)

의병장(義兵將) 松竹 김철이 섬나라 오랑캐 침략에 봉기한 칠백여 민초의 함성이 잠자던 몽산포 너울을 뒤흔들어 깨우니 노도로 변하여 금산을 오르네 도포 자락 허리춤에 장검 길게 차고 중봉에 오르니 칠백 백성 의기충천 하늘을 찌르고 고개 숙인 오랑캐 의기소침하더라 한바다 겨울 햇살 잘도 저무는데 대장부 나라 근심 사그라지지 않고 골바람에 놀란 잡새 눈을 뜨니 초저녁달 무심하기 창검을 비추네 왜적들 화승총 흉탄이 선량한 백의민족 심장을 겨누니 의병장 충심에 횃불 밝혀 왜국 영혼까지 서늘케 하더라

松竹일반시 2023.05.21

칠백의총(七百義塚)

칠백의총(七百義塚) 松竹 김철이 보석사 예불 소리 태평성세 빌고 빌었건만 들고 나는 현해탄 물꼬 따라 쓸려온 멸치 떼 금수강산 넘보니 모국애 치솟는다. 인두겁 뒤집어쓴 섬나라 왜구 무리 해적질 날이 밝고 해 저무니 후학을 가리키던 선비가 솔선수범 의병장으로 충효를 가리킨다. 글을 벗하고 붓을 벗하던 군자의 손에 장검을 잡으니 백의종군 나아가는 길에 살신성인 충절이 국혼(國魂)으로 피더라

松竹일반시 2023.05.14

딱새

딱새 松竹 김철이 다른 이 빈 쉼터 붙살이 하는 노숙자처럼 첨아 밑 원주인 부재중인 제비집 몰래 숨어든 딱새 한 쌍 얼기설기 더부살이 둥지를 튼다. 지붕 위에 다소곳이 내려앉고 대문짝에 나란히 앉아 애정도 나누고 빨랫줄에 길게 널려 앉아 둘만의 영역을 확인하더니 무고한 벌레 부리로 고쳐서 문다. 집주인 찾아들까 두리번두리번 그러다 다시금 숨는데 철부지 새끼들 누른 입 크게 벌려 마냥 악악댄다. 앙가슴이 붉은 수컷보다 조심성 더 깊은 암컷은 안쓰러워 드높은 모정으로 둥지를 나서며 집 잃은 나그네새 마실도 못 오게 제비 둥지 대문을 걸어 잠근다.

松竹일반시 2023.05.11

중봉집(重峰集)

중봉집(重峰集) 松竹 김철이 문인의 혼을 펼쳐놓고 한 획 한 획 적어 내려 태평천하 담으려 했는데 피비린내 웬 말인고 기름진 옥토를 들고 놓는 이리 떼 철포 소리 차고 넘치건만 만월도 슬퍼 구름에 쌓인다. 피로 물든 고국 땅 눈 뜨고 못 볼세라 붓 잡던 선비 옥수 칼을 잡으니 칠백의총 혼불로 피누나 달은 밝고 금산은 깊은데 소쩍새 우는 소릴 듣자니 떠듬대는 산새 울음보 시인의 애간장을 끊는구나.

松竹일반시 2023.05.07

철새

철새 松竹 김철이 널 애써 기다리는 사이 꽃은 제멋에 겨워 몇 번을 피었다, 제풀에 지쳐 몇 번을 졌는지 넌 모르지! 널 사모하는 동안 슬프진 않아도 눈물이 흘렀고 기쁘진 않아도 웃음이 흘렀지 넌 모르게 네 울음과 웃음 사이로 강물도 흘렀고 해는 뜨고 지고 또 지고 뜨고 빛바랜 갈대숲 하현달은 거듭 찾아왔네! 그 뜨거웠던 여름은 고요한 은빛 억새 숲으로 사라져 가더니 그새 햇덩이 불그레 가로지르며 밀려든 집시들의 하모니

松竹일반시 2023.05.04

밤 설화

밤 설화 松竹 김철이 어젯밤 뭘 했는지 상현달 먹구름 새로 온밤을 졸고 허접한 닭장 햇병아리 덩달아 조는데 임 잃은 야화 서글피 피더라 그믐을 향한 하현달 걸음은 조급하기만 하고 풀벌레 사계절 정형시를 읊는데 삽살개 괜스레 별 보고 짖누나 쌓은 둥 만 둥 허술한 돌담 월장을 하듯 보름달 흙먼지도 잠든 집안을 엿보는데 소쩍새 울음 징검다리를 놓는다. 초승달 밤의 문을 열면 잔별은 밤마실 할 궁리를 하고 서리꽃 쪽창에 피는데 밤이슬 응달 풀잎을 촉촉이 적시네

松竹일반시 2023.04.30

끈 松竹 김철이 세상은 내게 물었지. 넌 먼 훗날 자라서 뭐 될래? 고사리손 움켜쥐고 다짐했네 글 꾼이 되겠다고 몽당연필 쥐고 내 차가운 가슴에 자문자답했었네 입 있어도 말 못 하고 귀 있어도 말 못 듣는 입 대고 귀 되리라고 한 글자 두 글자 원고지 한 칸 두 칸 메우며 세상을 담고 세월을 담아 내 인생 끈을 묶었지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고, 공짜 나이 허겁지겁 먹다 보니 인생 칠십 코앞이라 노을 진 인생 고개 허둥지둥 내려갈 끈이나 잡으련다.

松竹일반시 2023.04.23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 松竹 김철이 물도 흐르고 세월도 흘러 로켓 타고 우주여행 할 참인데 눈에도 들지 않는 병마 손에 이끌려서 만물 영장 인간사가 말이 아니네 도회지 전깃줄에 참새 떼가 늘려 앉아 끼리끼리 숙덕거렸지 살다 살다 허공 나는 새 마스크 쓰고 날 세상 올 줄이야. 허풍만 펑펑 너 잘 났으면 나 잘 났지, 내기라도 할 심산가 세계 공동운명체 허울도 좋더니만 하루살이 공동체로 전락한 지 오래지 세상 소풍 살이 정주고 마음 주며 살다 오라 하셨는데 이기심은 산을 넘고 강을 건너니 벌주고 회초리 쳐서 나무란 듯싶구려.

松竹일반시 2023.04.16

아침 안개

아침 안개 松竹 김철이 무척이나 고단했던 모양일세 상공과 해양과 산하와 넓고 긴 강줄기가 여태 단잠에 빠져 코를 곤다. 희멀건 커튼 속에서 눈곱도 떼지 못한 채 십 분만 아냐 아냐 오 분만 더 투정 소리 길게도 늘인다. 진종일 더 졸고 더 잔들 하늘 아래 온 대지의 주인들 무슨 따져야 할 말이 있고 한 마딘들 꾸중 거리가 있으랴 한순간 세상이 눈에 뜨이지 않으면 단 오 분 단 일 분인들 참고 인내하며 기다리지 못하는 속물근성으로 우러르지 말길 인생사 상관 말고 흔적 없이 햇살 맞이로 사라질 네 몸 하나 가뿐해질 때까지 그냥 그대로 곤히 자거라

松竹일반시 2023.04.13

범죄자

범죄자 松竹 김철이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는 모두 범죄자 절도범인지 정치범인지 통 알 수가 없네 코도 삐뚤고 입도 삐뚤고 마음도 삐뚤게 생겼을까, 마스크 속 참모습 볼 수 없구나 산새인지 들새인지 구분 못 하고 민물고기인지 바닷고기인지 구분 못 할 시국이다 아침 출근길 배웅한 가족도 저녁 퇴근길 맞이할 타인이라 오늘도 우리는 코미디 같은 세상을 왜 사누

松竹일반시 2023.04.09

독도는 한국 땅

독도는 한국 땅 松竹 김철이 외딴곳 홀몸으로 떨어져 살아도 하나 외롭지 않더라 민족의 얼이 들락날락 밀물 썰물처럼 더불어 사니까 독도는 한국 땅 비록 미물 같은 모래성이지만 자손만대 무너지지 않으리 오천만 나라 사랑 영구불멸 하나로 뭉칠 테니까 독도는 우리 땅 이웃 섬나라 저네 땅이라 우겨도 하나뿐인 너희 양심은 알 테지 대마도는 일본 땅 독도는 한국 땅이란 걸 말이 좋아 이웃사촌이지 알고 보니 날강도 이웃사촌 혼도 훔치고 얼도 빼앗던 도둑 근성 대대손손 잊지 않았구나 순간순간 발등에 떨어질 천벌도 영영 잊지 말기를…

松竹일반시 2023.04.06

시간

시간 松竹 김철이 피곤도 하련만 지칠 줄 모르는 달음질 길고 짧은 인생살이 인생 지표를 등에 업고 달린다. 길고 짧은 두 다리 균형도 맞지 않을 텐데 가난함과 부유함을 가리키듯 불철주야 잠시도 쉼이 없다. 쉼 없는 그대 걸음이 시기와 질투의 걸음, 분노와 배척의 걸음이라면 차라리 고장 난 시계로 편히 쉬려 마 그가 가는 곳 다툼이 있고 화해가 있으니 미움도 있고 사랑도 있으리니 미움 털 빼내고 사랑 털 심어주길

松竹일반시 2023.04.02

소쩍새

소쩍새 松竹 김철이 밤이 깊으면 새는 낯선 울음으로 밤과 새벽 이랑마다 다리를 놓는다 야밤 돌풍 소용돌이에도 무너지지 않는 소리의 다리 제 새끼들 그 다리 건너 고목 둥지로 간다. 행여 다리가 끊어질까 봐 홀어미 새는 소쩍소쩍 울음 징검 돌다리 연이어 촘촘히도 놓는다 고랑 깊은 봄 야밤 슬하 새끼 걱정이 깊어 장작불 가마솥에 쑥떡을 얹혀놓은 듯이 목이 메고 목이 쉬더라

松竹일반시 2023.03.26

감정(感情)

감정(感情) 松竹 김철이 나 좋으면 다 좋은 거지 뭐 부모님 물려주신 교훈으로 한평생 살았는데 무형의 악이 이빨을 드러내니 대처 방도는 뻔한 것 세상살이 고달프다 남 탓할 궁리 하지 말고 무릉도원(武陵桃源) 도를 닦아 신선놀음 즐겨 삼세 오늘도 하루살이 내일도 하루친데 인생살이 고달프다 말만 말고 뒤 한번 돌아보소 배부른 자 간 곳 없고 배곤 자만 지천이지 모레도 백 년 살이 글피도 백 년 살이 넓혀갈 생각 말고 배곯은 자 밥 한술 얹어주어 내세(來世) 복덕(福德) 쌓다 감세

松竹일반시 2023.03.19

바다 여행

바다 여행 松竹 김철이 바다로 여행하는 까닭은 무엇을 얻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들어찬 찌꺼기 죄다 버리러 간다. 미처 버리지 못한 생의 미련과 기울어진 삶과 몇십 년 함께 살아준 이름과 나이도 통째 버리고 몇백 년을 살 것처럼 꾸역꾸역 마음보에 싸맨 참사랑도 짝사랑도 밀물 썰물 등에 업혀 보내고 홀로 춤추다 멈춰버릴 물처럼 인생 무게 다 내려놓고 마냥 떠밀려 갔다 떠밀려 오길 소망하며

松竹일반시 2023.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