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교구 32

착한 목자 | 박헌일 필립보 신부님(교구 성소국장)

착한 목자 박헌일 필립보 신부님(교구 성소국장) 이스라엘 민족은 목축을 하는 민족 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이 고향 칼데 아 우르를 떠날 때 그는 가족과 함께 양들을 이끌고 떠났습니다. 이곳저 곳을 떠도는 유목민의 모습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향해 길일 나서는 교 회 공동체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 다. 척박한 땅에서 목축을 한다는 것 은 여러 가지 위험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약탈하는 도 둑과 양들을 물어가는 이리들과도 싸워야 하고 무엇보 다 물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오로지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믿음 안에서 약속의 땅으로 걸어갑니다. 고령의 나이에도 하느님 께서는 사라와의 사이에서 이사악을 주셨고 야곱의 자 손들을 한 민족이 되게 하셨습니다. 구약성경에서 초 기 성조들의 삶은 ..

사제의 공간 2024.04.23

성주간 | 손병익 루카 신부님(괴산 본당)

성주간 손병익 루카 신부님(괴산 본당) 오늘 주님 수난 성지 주일부터 성토 요일까지 한 주간을 “성주간”이라고 합니다. 성주간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 음을 묵상하는 주간으로 가톨릭교회 의 전례주년 가운데 가장 거룩한 한 주 간입니다. 이 주간에 교회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통하여 이룩하신 하느 님의 구원 신비에 특별한 방식으로 참 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례주년 전 체의 정점을 이루는 성주간 전례는 예수님 생애의 마지 막에 일어난 사건을 기억하고 묵상하는 가운데서 예수 님의 부활을 맞이하도록 해 줍니다. 예수님이 어린 나귀에 올라앉으셔서 예루살렘으로 향하셨습니다. 많은 사람이 자신들의 겉옷을 길에 깔았 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잎이 많은 나뭇가지를 꺾어다가 길에 깔았습니다. 그리고 “호산나! 주님의 이름..

사제의 공간 2024.03.24

죽어야 산다 | 최상훈 디모테오 신부님(서운동 본당)

죽어야 산다 최상훈 디모테오 신부님(서운동 본당) 사순 제5주일입니다. 눈앞에 다가온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바라보면서, 오늘 독서와 복음은 교회의 구성원 모두에게 파스카 신비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시켜 줍니다. 예수님을 통한 신앙 생활이란 막연한 결심, 아니면 단순히 ‘잘 살아야 하는데…’가 아니라 파스카 신비를 이해하고 그 삶으로 초대받는 신비의 여정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축제에 예배드리러 온 그리스 사람 몇 명이 “예수님을 뵙고 싶습니다.”라고 청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만나서 얘기하지 않으시고 마치 독백처럼 밀알 이야기를 하십니 다. “밀알 하나가 떨어져 죽어야만 열매를 맺을 수 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인생의 본질, 예수의 정체, 파스카 신비는 인간의 ..

사제의 공간 2024.03.15

빛이신 예수 | 김남오 알로이시오 신부님(지현동 본당)

빛이신 예수 김남오 알로이시오 신부님(지현동 본당) †찬미 예수님! 주님의 축복을 빕니 다. 오늘은 사순 제4주일입니다. 오 늘 복음 묵상의 주제는 빛이신 예수님 을 찾아온 니고데모처럼 우리도 빛을 찾아 나서자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유대교 랍비인 니고데모와 예수님의 대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른 유대 교 지도자들과는 달리 니고데모는 예 수님의 말씀을 진심으로 믿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동료들이 두려워 공공연히 예수님을 지지할 수는 없었 습니다. 결국 그는 남들의 눈에 띄지 않게 한밤중에 예 수님을 찾아와서 가르침을 듣고자 합니다. 예수님과 니 고데모의 대화 주제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 는 새로 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새로 나야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그것은 광야의 구리 뱀처럼 높이 들..

사제의 공간 2024.03.07

겁먹고 비겁하지 않기를 | 안광성 타대오 신부님(교현동 본당)

겁먹고 비겁하지 않기를 안광성 타대오 신부님(교현동 본당) 새로 바뀐 교구 규정에 따라 소위 현 직 원로 신부들도 교구 주보 강론 당 번을 하게 되어 은경축 이후 오랜만 에 주보 강론을 맡게 되었습니다. 오 늘 사순 제3주일 복음으로 들려진 내 용은 예수님의 성전 정화입니다. 당시 종교적 부조리의 끝판이라 할 수 있는 성전 봉헌 예물 관행은 상상을 초월하 는 타락의 정점이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어렵고 힘겨 운 삶을 살아가는 민중들이었는데 기득권층들은 하느 님의 규정을 따라 살아가려는 그들의 신실함을 역 이용 하여 규정보다도 훨씬 큰 비용이 들어가도록 봉헌 관행 을 만들고 묵인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부당함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환전상들의 상을 둘러엎고 희생 제물이 될 동물들을 파는 상인들을 성전..

사제의 공간 2024.03.02

주님께서 미리 마련해 주신다 | 이중섭 마태오 신부님(엄정 본당)

주님께서 미리 마련해 주신다 이중섭 마태오 신부님(엄정 본당) 1994년, 전 세계의 언론과 방송들은 니콜라스 그린이라는 7살 미국 소년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이 소년은 이탈리아에서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던 중, 강도들의 총을 맞고 죽었다. 무장한 강 도들이 차와 돈을 탈취하려고 풀숲에서 숨어 기다리고 있다가 니콜라스 가족이 탄 차가 지나가자 총탄 세례를 퍼부었다. 다른 가족은 도망하는 데 성공했으나, 자동차 뒷좌석에 누워 잠들어 있던 니콜라스는 총탄을 여러 발 맞았다. 소년은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지고 말았다. 이 소식 을 들은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고 분노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분노는 곧 놀라움과 찬양으로 바뀌 었다. 소년의 가족이 소년의 장기를 기증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탈리아 사람 여덟 명..

사제의 공간 2024.02.26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마르 1,41) | 박영봉 마태오 신부님(봉방동 본당)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마르 1,41) 박영봉 마태오 신부님(봉방동 본당)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오늘은 연중 제6주일입니다. 오늘 봉독된 제1독서, 레위기에서 주님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누구든지 살갗에 악성 피부병 이 나타나면, 부정한 사람이므로, 옷을 찢어 입고 머리를 풀고, ‘부정한 사람이오.’하고 외쳐야 한 다.”고 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어떤 나병환자가 예수님께 와서 도움을 청하며, 무릎을 꿇고 “스승님께서는 하 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 어라.”고 하시자, 바로 나병이 가시고 그가 깨끗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 2월 11일은 영육간에 아픈 사람..

사제의 공간 2024.02.07

선택 | 장 건 알베르토 신부님(송절동 본당)

선택 장 건 알베르토 신부님(송절동 본당) † 찬미 예수님! 안녕하세요! 이번 한 주간 다들 잘 지내셨습니까? 이번 한 주간도 각자 삶의 자리에서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한 주간에 있었던 많은 수고로움, 하느님께 봉헌하며 새로운 한 주간, 주님께 힘과 용기를 받으러 모이신 여러분 한 분, 한 분에게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이 함 께하기를 기도드립니다. 성경 전체의 주제를 하나로 요약하자면 그것은 ‘선택’입니다. 우리의 손은 두 개밖에 없어서, 우 리가 더 좋은 것을 선택하기 위해서 다른 것을 포기하는 것은 특별한 것도 없는 당연한 모습입니 다. 특별히 이스라엘의 역사 안에서 하느님의 섭리를 곱씹는 구약성경 전체를 통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기억하면서 실천할 때 주어지는 하느님에게서 오는 생명과 자유, ..

사제의 공간 2024.01.22

예수님의 손과 발 | 조중희 가브리엘 신부님(사회사목국장)

예수님의 손과 발 조중희 가브리엘 신부님(사회사목국장) 예수님을 기다리는 대림 시기도 중반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는 일은 우리에게 매 우 커다란 은총이며 기쁨입니다. 오늘 주일의 독서와 복음은 온통 “기쁨”으로 가득합니다. 우리 가 기다리는 예수님은 어떤 분이고,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요? 복음 속 바리사이의 제자들은 요 한의 증언대로 참된 예수님을 만났을까요? 참된 기쁨으로 다가오신 주님을 만났었던 옛 여정을 돌이켜 봅니다. 시골 본당신부로 있을 때 홀로 사시는 할머니 집을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할머니는 ‘예수님, 어서 오셔요!’하며 대문 앞에서 제게 인사하셨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인사말이었습니다. 할머니 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가 기도를 바치고 성수를 뿌리는 도중 하나의 물건이 유..

사제의 공간 2023.12.17

자살한 사람의 장례미사 가능 여부 | 최승환 요셉 신부님(청주성모병원 원무행정부장)

자살한 사람의 장례미사 가능 여부 최승환 요셉 신부님(청주성모병원 원무행정부장) Q : 신부님 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본당에서 알고 지내 던 지인분이 안타깝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습니 다. 주변 분들이 자살한 사람은 성당에서 장례미사 를 못한다고 하는데 정말인가요? A : 지인분을 안타깝게 떠나보내야 하셔서 마음이 많이 아프실 것 같습니다. 자살자의 장례미사의 가능 여 부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고 잘못 알고 계신 분들도 참 많습니다. 이번 시간을 통해서 자살 자의 교회식 장례 즉 장례미사에 대해 명확히 아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교회법 제1184 조에는 교회의 장례식, 장례미사가 거부될 사람들 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1184조 ① 죽기 전에 어떤 참회의 표 ..

교회법 추녀 2023.12.07

올바른 성물 구매와 사용 | 최승환 요셉 신부님(청주성모병원 원무행정부장)

올바른 성물 구매와 사용 최승환 요셉 신부님(청주성모병원 원무행정부장) Q : 신부님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주일학교 교사가 되 어 아이들과 함께 기도하는 즐거움을 배워가는 신 입 교리교사 논나 입니다. 교리 준비를 위해 성물이 나 신앙용품 등을 알아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당 내의 성물방에서 구매하는 때도 있지만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검색하다 보면 가톨릭 신앙용품인지 개신교 신앙용품인지 구분하 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가톨릭 신앙용품을 구분 하는 방법이 있나요? A : 논나 선생님, 안녕하세요? 먼저 교회와 우리 아 이들을 위해서 교리교사로 봉사해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이 선생님과 본 당 주일학교 학생들에게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먼저 성물이 무엇인지 함..

교회법 추녀 2023.11.23

‘나의 탈렌트는 어디에 있나요? | 정구용 마르코 신부님(중앙경찰학교 담당)

‘나의 탈렌트는 어디에 있나요? 정구용 마르코 신부님(중앙경찰학교 담당) 주인은 종들에게 각각 다섯 탈렌드, 두 탈렌트, 한 탈렌트씩 맡기고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그들과 셈을 하는데 다섯 탈렌트와 두 탈렌트를 받은 종은 그걸 두 배로 불립니다. 반 면에 한 탈렌트를 받은 종은 땅속에 묻어두었다가 다시 주인에게 돌려주죠. 그러자 주인은 돈을 빼앗아 열 탈렌트를 가진 종에게 주라고 합니다. 얼핏 보면 가진 사람은 더 갖고 못 가진 사람은 가진 것마저 빼앗기는 ’빈익빈 부익부‘의 세상 부조리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하느님 나라도 가진 사람에게 후한 걸까요? 오늘 복음 말씀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 하느 님께서는 ‘얼마만큼 가졌냐? 얼마나 벌었냐?’를 보시지 않고, ‘얼마나 잘 활용하였나?’를..

사제의 공간 2023.11.16

유아세례는 몇 살 아이까지 가능할까? | 최승환 요셉 신부님(교구장 비서 겸 전산홍보 담당)

유아세례는 몇 살 아이까지 가능할까? 최승환 요셉 신부님(교구장 비서 겸 전산홍보 담당) Q : 최 신부 잘 지내지? 나 00본당 김 신부야! 나도 궁금한 게 있어서 연락했어. 우리 본당에 긴 냉담을 풀고 다시 성당에 나오고 있는 젊은 부부와 어제 면담을 했어. 앞으로 열심히 신앙생활하기로 했는데 냉담하는 동안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 유아세례를 못 했다고... 지금은 초등학교 2학년인데 아이도 세례를 받고 같이 신앙생활을 하고 싶다고 하네. 근데 이런 경우에 초등학교 2학년인 이 아이에게 유아세례를 줄 수 있는 건지? 아니면 성인세례를 주어야 하는지? 알고 싶어 A : 신부님 안녕하세요? 삼복더위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시죠? 보내주신 질문 잘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질문의 요지는 ‘유아세례는 몇 살까지 받을..

교회법 추녀 2023.10.26

“파문”이란 무엇인가요? | 최승환 요셉 신부님(교구장 비서 겸 전산홍보 담당)

“파문”이란 무엇인가요? 최승환 요셉 신부님(교구장 비서 겸 전산홍보 담당) Q : 신부님 안녕하세요? 얼마 전 가톨릭 신문에서 전주교구장 주교님이 전주교구 소속 신자인 엄옥순 라파엘라를 파문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파문”이란 무엇인가요? A :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회 공공의 질서와 안녕을 위해 정해놓은 법을 지키지 않으면 그에 따른 제재 혹은 형벌을 받게 됩니다. 사회법이 존재하듯 교회 안에도 교회 구성원들이 지켜야 하는 교회법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교회법을 지키지 않았을 때 받게 되는 형벌 또한 존재합니다. 먼저 “파문(EXCOMMUNICATIO)”은 가톨릭 교회법에 따른 형벌 중에 하나입니다. 형벌 중에서도 매우 중하고 강력한 벌이 “파문”입니다. Q : 그렇다면 “파문”의 벌은 어떤 때 받..

교회법 추녀 2023.10.05

깊은 신앙, 기쁜 신앙!_이성용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_군종 (공군 화성대 성당)

깊은 신앙, 기쁜 신앙! 이성용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_군종 (공군 화성대 성당) 작년에 임관하고 부대로 발령받았을 때, 10년 전의 군대를 떠올리며, 몽쉘 2개로 행복했던 군인들의 모습을 상상 했습니다. 아울러 성당이 꽉 찰 정도로 병사들이 모여앉아 미사를 봉헌하는 모습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수천 명의 장병이 근무하고 있는 부대에서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은 30명가량이었고, 그중에서도 10명 정도가 병사들이었습니다. 또한 큰맘 먹고 준비한 버거킹 햄버거를 줄 때, 몇몇 병사들은 “신 부님 드세요.”라며, 저에게 양보해주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을 바라보며, 다른 장병들은 늦잠을 자 고 휴대폰을 하거나 운동을 하며 한 주간 근무로 힘들었 던 몸과 마음을 정비하는 시간에 성당..

사제의 공간 2023.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