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부산교구 533

등(燈)을 채웁시다. | 김현영 마태오 신부님(사직대건성당 성사담당)

등(燈)을 채웁시다. 김현영 마태오 신부님(사직대건성당 성사담당) 오늘 복음에는 하느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우리가 등장합니다. 그날 과 그 시간을 모르는, 그렇지만 언 젠가 오실 그 분의 때를 기쁘게 기 다리고 있는, 세상의 눈으로 보면 어리석고 답답하기 그지없는 우리 믿는 이들이 있습니다. 출발 때의 조건은 모두 똑같습니 다. 순수하고, 저마다의 등을 가지 고 있으며, 그분이 오실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신랑이 늦어지자 조는 모습도 똑같습니다. 외치는 소리를 듣고 일어나는 것도 같습니다. 그 런데, 한밤중이었습니다. 등이 필 요합니다. 내 앞도 비추어야 하고, 오실 분의 앞길도 밝혀야 하는데, 어떤 이의 등에는 길을 밝힐 기름 이 없습니다. “우리 등이 꺼져 가니….” 말하는 것을 보니 처음에는 기름이 있..

사제의 공간 2023.11.10

젊은이에게 보내는 편지 | 나만의 고유한 인생길

나만의 고유한 인생길 반갑습니다. 저는 임성근 신부입니다. 제가 지금 하는 일은 20대 남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코 칭과 동행을 하는 역할입니다. 이번 학기는 23명의 학생을 맡고 있습니다. 한 명씩 만나서 무엇을 겪 고 있는지,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무엇을 갈등하 고 있는지 함께 겪는 일을 합니다. 또한 그룹으로 만나서 어떻게 공동체를 만들지 공동체를 통해서 함께 성장할지 감독하는 일을 합니다. 전자를 개별 동반이라고 하고 후자를 공동체 동반이라고 합니 다. 성장의 길에 동반하는 일은 많은 인내와 시간,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자 신의 인생길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참으로 보람된 일입니다. 청년은 길을 함께 걷는 동행자를 필요로 합니다. 청년은 미리 정해진 길을 ..

세대간 소통 2023.11.04

섬기는 자의 위대함 | 윤명기 요한 칸시오 신부님(영성의 집 원장)

섬기는 자의 위대함 윤명기 요한 칸시오 신부님(영성의 집 원장) 오늘 복음은 율법 학자들과 바리 사이들에 대한 예수님의 책망을 전 해주는데 그들은 오늘날의 종교 지 도자들, 그리고 그리스도교 공동체 에서 지도하거나 가르치는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라 볼 수 있습니 다. 예수님께서는 율법 학자들과 바 리사이들이 충실한 율법 해석가들 이기는 하지만 그 율법의 충실한 실 행자들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결과 적으로 그들은 위선자들일 뿐 아니 라 더 나아가 위선을 가르치는 자들 이라고 증언하십니다. “그러니 그 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 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따라 하지 마라.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다.”(마태 23,3) 자신들의 열심과 신심을 외적으 로 드러내 보이는 특정 행위나 ..

사제의 공간 2023.11.02

누룩 | 아버지의 이름으로

아버지의 이름으로 큰딸이 고3 때쯤이었습니다. 천 사 같던 딸들이 작심한 듯 냉담을 선언하던 날을 잊지 못합니다. 부 모의 신앙에 반기를 드는 것이냐며 큰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시간 을 쪼개고 잠을 줄여 입시에, 이후 에는 취업에 매달리는 딸들을 보 며 마냥 반대만 할 수는 없었습니 다. 그렇게 몇 번의 갈등 끝에 딸들 의 냉담을 묵인했습니다. 대신 언 젠가 주님 품에 다시 돌아올 거라 는 딸들의 말을 믿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얼마 전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 자 결승전, 부상으로 쓰러진 딸을 보며 관중석의 어머니는 오열하며 “기권해도 돼”라고 외쳤습니다. 하 지만 딸 안세영 선수는 힘줄이 끊 어진 무릎에 테이프를 감고 기적처 럼 승리를 일궈냈습니다. 고통을 감내하며 자신의 길을 가는 딸을 보는 그 어..

세대간 소통 2023.10.28

요한의 생활성가 선물 | Paraiso (하늘 나라) - 최창현 도마 수사 글/곡_김정훈 사도요한(금정성당)

요한의 생활성가 선물 | Paraiso (하늘 나라) - 최창현 도마 수사 글/곡_김정훈 사도요한(금정성당) (클릭):http://www.catholicbusan.or.kr/index.php?mid=board_johnsong&document_srl=2183720 Paraiso (하늘 나라) - 최창현 도마 수사 글/곡 결실의 계절을 지내고 있는 우리에게 교회는 우리의 본향으로 손짓하는 듯합니다. 벌써 이번 주간, 전례력의 마지막 달 위령 성월이 시작됩니다. 위령 성월은 죽음과 연옥이 먼저 떠올라 자칫 무겁고 침울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듯하지만, 그 어떤 성월 보다 희망과 사랑이 가득한 성월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 느님 안에 참된 복을 누리고 계신 천상교회의 모든 성인들 을 기억하고, 하느님과의 일치를 향..

성가 나눔터 2023.10.28

참 사랑의 힘 | 경훈모 알렉시오 신부님(동항성당 주임)

참 사랑의 힘 경훈모 알렉시오 신부님(동항성당 주임) 오늘의 말씀 주제는 사랑의 새 계 명입니다. “사랑은 약함 속에서도 자기를 일으켜 세우고 서로를 화해 시키며, 우리를 성장케 하는 모든 힘 입니다.” 현 교황님의 말씀입니다. 이 말씀의 진정성이 느껴지게 하 는 한 일화를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들려주셨습니다. 제목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 이 어느 노숙자에게 고해를 봤다.’ 였습니다. 하루는 그 노숙자가 봉사 자에게 놀라운 과거를 털어놓았습 니다. “나는 신부입니다. 교황님을 잘 알지요. 신학교에서 함께 공부했 거든요.” 이 소식과 그의 이름을 들 은 교황님은 “내 친구가 맞다.”라고 했고, 두 친구는 40년 만에 교황청 에서 얼싸안았습니다. 곧바로 교황 님은 “자네에게 고해를 보고 싶군.” 했고, ..

사제의 공간 2023.10.26

우리의 사명 | 조동성 요셉 신부님(학교법인 성모학원 상임이사)

우리의 사명 조동성 요셉 신부님(학교법인 성모학원 상임이사) 전교 주일은 우리에게 교회 본연 의 사명인 선교에 대한 중요성을 깨 닫게 해 줍니다. 세상에 하느님의 은총으로 태어난 우리는 각자 삶의 자리에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살 아갑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난 우리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랑과 은총 속에 살면서 우리 본연의 의무가 무엇인지를 알고 실 천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 다. 그것이 오늘 우리가 지내는 전 교 주일의 핵심 내용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교회뿐만 아니 라 인류 전체가 일시적 휴면 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여기에서도 교회 는 우리의 의무를 잊지 않고 신앙생 활을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지켰습 니다. 비록 그 결과와 성과는 미미 했을지라도 우리는 우리 본연의 책 임과 ..

사제의 공간 2023.10.20

누룩 | 매주 만나는 하느님 나라

매주 만나는 하느님 나라 제가 일하는 이곳 노동사목에는 주일마다 여러 나라의 친구들이 찾 아옵니다. 외국어로 진행되는 미사 를 봉헌하고자 오는 친구들, 어려운 상황에 처해 도움을 청하러 오는 친 구들, 한국어를 배우러 오는 친구들 입니다. 또한 주일마다 운영되는 무 료진료소 도로시의 집을 찾아오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무료진료소 도로시의 집은 주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운영됩니다. 상시적으로 내과, 치과, 물리치료과 가 운영되며 한 달에 한 번 안과 진 료가 있고, 비정기적으로 건강검진 과 예방접종 등 이주노동자의 건강 과 관련된 활동들이 이뤄지고 있습 니다. 주로 주중에 병원을 찾기 어려 운 친구들,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약값 이 부담스러운 친구들, 한국어가 서 툴러 병원을 찾기 어려운 친구들이 찾아옵니..

세대간 소통 2023.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