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누룩 | 아버지의 이름으로

松竹/김철이 2023. 10. 28. 11:19

아버지의 이름으로

 

 

큰딸이 고3 때쯤이었습니다. 천 사 같던 딸들이 작심한 듯 냉담을 선언하던 날을 잊지 못합니다. 부 모의 신앙에 반기를 드는 것이냐며 큰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시간 을 쪼개고 잠을 줄여 입시에, 이후 에는 취업에 매달리는 딸들을 보 며 마냥 반대만 할 수는 없었습니 다. 그렇게 몇 번의 갈등 끝에 딸들 의 냉담을 묵인했습니다. 대신 언 젠가 주님 품에 다시 돌아올 거라 는 딸들의 말을 믿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얼마 전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 자 결승전, 부상으로 쓰러진 딸을 보며 관중석의 어머니는 오열하며 “기권해도 돼”라고 외쳤습니다. 하 지만 딸 안세영 선수는 힘줄이 끊 어진 무릎에 테이프를 감고 기적처 럼 승리를 일궈냈습니다. 고통을 감내하며 자신의 길을 가는 딸을 보는 그 어머니의 마음이 자식 키우 는 나에게도 전해져 가슴이 먹먹했 습니다. 그리고 아들의 십자가 고통 을 바라보는 성모님의 마음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딸들이 질풍노도에 휩싸였던 시 기에 “예수님도 사춘기를 겪었을 까?”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 이후에도 가정에서 아버지의 자리 는 점점 좁아지는 것 같습니다. 가 족들을 향한 충고가 잔소리로 받아 들여지고 점점 말 안 통하는 꼰대가 되어가는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습 니다. 가끔은 힘들게 버텨온 내 노 동의 수고로움을 몰라주는 것 같아 섭섭할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가장 의 무게가 힘들게 느껴질 때 마리아 의 배필이자 예수의 양부로 성가정 의 보호자였던 성 요셉의 신심을 떠 올립니다.

 

같은 가장 입장에서 성 요셉에 대 해 동질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요셉 성인은 구원을 위한 보 호자의 사명을 묵묵히 실천하셨습 니다. 약혼녀의 임신, 이집트 피난 의 고난 등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 으면서도 불평하지 않고 천사가 전 한 하느님의 뜻을 믿고 그대로 따랐 습니다. 아버지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 합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가족들 을 믿고 지켜봐 주는 희생이 있어야 한다는 뜻일 겁니다. 무엇보다 하 느님 아버지는 죄 많은 나를 지켜보 시며 착한 아들로 돌아오기를 기다 려 주십니다. 나도 두 딸의 냉담이 끝나기를 기도하며 하느님 품에 돌 아오겠다는 딸들의 말을 믿고 좀 더 기다려 볼 작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