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燈)을 채웁시다.
김현영 마태오 신부님(사직대건성당 성사담당)
오늘 복음에는 하느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우리가 등장합니다. 그날 과 그 시간을 모르는, 그렇지만 언 젠가 오실 그 분의 때를 기쁘게 기 다리고 있는, 세상의 눈으로 보면 어리석고 답답하기 그지없는 우리 믿는 이들이 있습니다.
출발 때의 조건은 모두 똑같습니 다. 순수하고, 저마다의 등을 가지 고 있으며, 그분이 오실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신랑이 늦어지자 조는 모습도 똑같습니다. 외치는 소리를 듣고 일어나는 것도 같습니다. 그 런데, 한밤중이었습니다. 등이 필 요합니다. 내 앞도 비추어야 하고, 오실 분의 앞길도 밝혀야 하는데, 어떤 이의 등에는 길을 밝힐 기름 이 없습니다.
“우리 등이 꺼져 가니….” 말하는 것을 보니 처음에는 기름이 있었던 듯합니다. 그들은 살아오면서 한 번 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모르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니 단 한 번도 다른 이를 위해 쓸 만큼의 기름을 준비해 본 적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주님께서는 그들을 “어 리석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 고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라고 대답하십니다. 어리석은 이들에게 는 영원한 어둠이 장막처럼 내려옵 니다.
세례 때에 우리의 영혼은 “세상 의 어떤 마전장이도 그토록 하얗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게 빛났습니 다.”(마르 9,3)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영을 선물 로 주기도 하셨습니다.(요한 20,22 참조) 그리고 “서로 사랑하며”(요한 13,34) 기 다리라고 하셨습니다.
세례를 받은 우리 가톨릭 신자들 은 똑같은 출발선에 있었습니다. 그 런데 지금은 어떠한지요? 그날을 밝 힐 사랑과 용서 그리고 기쁨이라는 기름을 가득 채우고 있으시겠지요!
“지혜는 자기에게 맞갖은 이들을 스스로 찾아 돌아다니고, 그들이 다 니는 길에서 상냥하게 모습을 드러 내며, 그들의 모든 생각 속에서 그 들을 만나 준다.”(지혜 6,16)
수고하지만 등에 진 십자가를 무 거워하거나 귀찮아하지 않고, 끊임 없이 그분의 앞길을 밝히고 살아가 는, 믿는 이들을 찾아서 만나 주시 는 하느님의 상냥하신 모습을 우리 의 영에 새기고 걸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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