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나의 값진 탈렌트 | 유정현 대건안드레아 신부님(고산성당)

松竹/김철이 2023. 11. 15. 10:01

나의 값진 탈렌트

 

                                               유정현 대건안드레아 신부님(고산성당)

 

 

어렸을 때, 성당 주일학교 에서 종이로 된 ‘탈렌트’를 열 심히 모았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아이들과 경쟁하듯, 기 도하고 착한 일을 하면서 종 이 한 장 한 장의 탈렌트들을 열심히 모았습니다. 그리고 성탄절에 모아놓은 탈 렌트를 탈탈 털어 어묵과 떡볶이를 마음껏 사 먹 으며 뿌듯함과 즐거움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그 기억이 어른이 된 지금, 무언가 내가 착한 일을 해서 탈렌트를 받고 그것으로 신앙의 즐거움을 얻 고 싶게 하는 흐뭇한 욕심을 갖게 합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몇 주간 묵상했던 하 늘나라에 대한 비유가 떠오릅니다. 포도밭에 나간 아들의 이야기(연중 제26주일: 마태 21,28-32), 제때에 소출을 바치는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내줄 것이라는 이야기(연중 제27주일: 마태 21,33-43),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손님에 대한 이야기(연중 제28주일: 마태 22,1-14)가 다시 묵상의 재료가 되었습니다. 예 수님의 이 비유 말씀 안에는, 성실한 이에게 주어 지는 보상도 제외되지 않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도 성실함과 보상은 중요한 주제가 됩니다. 받은 탈렌트로 더 벌어들이는 종에게 주님은 주인의 말 을 빌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잘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마태 25,21.23)

 

성실히 포도밭에 나가 일하고, 성실하게 그 포 도밭의 소출을 내고, 혼인잔치의 초대받은 손님으 로서 자격을 갖추고, 탈렌트를 더 벌어들이는 일 은 성실히 신앙의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것을 강 조하시지만, 동시에 이에 따른 보상을 잊지 않으 시며, 신앙인으로서 성실한 모습에 대해 용기와 격려도 주십니다.

 

주님은 성실한 종을 결코 외면하지 않으시는 자비로운 주인이십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삶 안에 서 성실히 당신 말씀 지켜가며 탈렌트를 모으고 벌다 보면, 천상의 잔치에 차려진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될 것입니다. 정녕 “그 손이 거둔 결실을 그 에게 돌리고, 그가 한 일을 성문에서 칭총하여라.” (잠언 31,31)라는 말씀에 어김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각자의 인생을 아주 소중하고 값 진 탈렌트로 받았습니다. 아무리 우리 자신 스스 로가 자신의 인생을 두고 가진 것이 별거 없는 인 생이라 생각할지 몰라도, 그 양과 모습은 다를지 몰라도 우리는 주님에게서 각자에 맞는 값진 탈렌 트를 받았으니, 우리의 이 값진 인생을 소중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열매를 맺고, 분명히 기쁨의 보 상을 받게 될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가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말한 것처럼, 우리는 결코 다른 이들 처럼 어둠에 잠든 사람이 아니어야 하고, 빛 속에 서 맑은 정신으로 우리의 값진 인생을 주님께 소 출을 봉헌하는 자이어야 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성실한 삶을 보시고 기쁨이 가득한 은총을 나누 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