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186

일상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일상 松竹 김철이 대자연 펼쳐놓은 삶터 혼(魂)도 풀어놓고 육(肉)도 풀어놓고 인생 소풍 즐겨보리 때로는 버거워 슬퍼하고 때로는 즐거워 콧노래 흥얼대겠지만 생명 주신 내 임께 감사하고 넋풀이 제대로 해봐야지 창가 햇살도 벗이 되고 창틈 바람도 친구 되니 세상 으뜸가는 갑부도 눈 아래 걸인일세 자나 깨나 함께할 인생길 길동무 곁에 있으니 밤 가지 부엉이도 낮 가지 참새도 부러워 울겠네

개인♡시집 2024.02.18

나눔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나눔 松竹 김철이 드넓은 세상사 빈주먹 움켜쥐고 왔다 한들 콩 한 쪽 나누기가 그리도 쉽더냐 어떤 자는 제 부모 평생 모은 재산도 게 눈 감추듯 하는데 어떤 자는 노숙자 말 한마디에 입었던 제 옷마저 선뜻 벗어주더라 누구의 육신에 붙은 살점은 냉기 온기 제대로 느끼는 살점이고 누구는 냉기 온기조차 못 느낄 쇠가죽을 뒤집어쓴 줄 아는가. 먼 훗날 이 세상 떠날 적 발걸음 무거워 떠나기 힘겨울 적에 밥 한술 나눈 선행 천국 열쇠 되는 것을

개인♡시집 2024.02.11

칠월이 오면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칠월이 오면 松竹 김철이 먼 곳 날아들 갈매기 옛 삶 벗같이 홀연히 찾아올 칠월이 오면 물러앉은 추억을 만나는 것으로 첫 장을 넘겨 보리라 화톳불 이글대는 태음이 옛 여우비처럼 잠시 쏟아질 칠월이 오면 엉킨 생의 실타래 푸는 것으로 첫 매듭 엮어 가리리 생은 즐기는 것이기에 기왕에 예 왔으니 쓰디쓴 소주 한 잔에 감격하고 짠지 한 조각에도 풍류 지으며 칠월의 흥에 취해보련다

개인♡시집 2024.02.04

접시꽃 당신은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접시꽃 당신은 松竹 김철이 콩새는 떠나보낼 임 아쉬워 시절 말미 우는데 떠나는 임을 배웅하려는가 다섯 폭 소복으로 한해살이 상을 치르셨지 만개할 계절을 몸소 표하시려오 이승과 저승의 진리를 깨우치듯 한 송이 자주색 꽃으로 피시네 하늘과 땅이 녹아내리듯 아직 설익은 더위에 숨통이 막혀 한 자락 헛바람이 아쉽고 한 줄기 도둑 비가 그리울 참에 다섯 잎 바람개비로 돌더라 무녀의 넋으로 피었는가, 살인 더위 떠난 저승객이라도 달래시려는지 진분홍 무복 칠월에 춤춘다.

개인♡시집 2024.01.28

초목(草木)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초목(草木) 松竹 김철이 드높은 하늘을 오르고파 위로만 솟는가, 사시사철 푸르고 고운 잎과 꽃을 피워도 줄기는 늘 허황한데 드넓은 벌판을 푸르러지고파 옆으로만 번지나, 계절 따라 시들고 피우는 짙은 환경 물들여 살련다. 바람 불고 비 올 적에 바람 한 점 막아줄 버팀목 없어도 한줄기 빗물 가려줄 우산이 없어도 시시때때로 피고 지는 것을 초목은 내일을 꿈꾸지 못한다. 모진 가뭄엔 타 죽고 지린 홍수 땐 뿌리째 뽑혀도 내일을 만들어 핀다.

개인♡시집 2024.01.21

추억 앓이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추억 앓이 松竹 김철이 인생사 모두가 착각이라지만 몇십 년 전 입맛의 담장을 손 안 대고 넘으려니 제맛이 날 턱이 있나. 어머니 손을 떠나, 동짓달 칼바람 맞으며 하룻밤 살강 위에 홀로 지샌 탓에 살얼음 뼈가 자란 그 맛을 보려 했는데 아내의 손을 떠난 동지죽 베란다 칼바람에 하룻밤을 지새우고도 살얼음 뼈가 자라지 않았으니 분명 덜 자란 애동지 로고 남의 아내 손을 떡 주무르듯 주물렀으면 콩알만 한 염치라도 있어야지 눈곱만한 은혜도 모르니 그 이름 자명한 아기 동지여라

개인♡시집 2024.01.14

관계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관계 松竹 김철이 세상 모든 인연 하늘이 맺어준다 했는데 때로는 필연이 되고 때로는 우연이 되는 건 왜일까. 사랑이란 두 글자로 만나 평생 해로하자 했건만 원수란 두 글자로 등 돌리는 건 정녕 필연일까 우연일까. 간혹 우정이란 두 글자로 간혹 애정이란 두 글자로 맺은 인연 좋아 죽고 못 살았지 등에 칼 꽂을 악연 될지도 모르면서 백 년 인생 사는 동안 한길 걷다 스친 인연 관계란 두 글자 위에 오롯이 올려놓고 평생 벗 삼아 인생 외길 고이 걸어가야지

개인♡시집 2024.01.07

효자 도시복 생가(효 공원)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효자 도시복 생가(효 공원) 松竹 김철이 숯 팔고 나무 팔아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홀어머니 지극정성 모시니 감정 없는 날짐승 들짐승도 시중들더라 드높은 효심에 말 못 하는 날짐승도 감복하여 도 효자 효심을 대신하여 나무꾼 지친 걸음 앞서 효성을 바치네 마음조차 얼어붙는 동지섣달 강추위에 병드신 어머니 홍시 찾으시니 범의 마음을 열게 하고 타인의 마음 열어 동반 효심을 바쳤지 효심이 실종된 시대 하늘이 내린 효심을 찾아 효 공원 문전성시 이루고 사립문 문전 사시사철 효 꽃불이 일겠네

개인♡시집 2023.12.31

석송령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석송령 松竹 김철이 만인의 우산으로 해치려는 이 해를 입는 이 차별하지 않는 고목의 그 그늘 은혜로운 어버이 마음이어라 드높은 가슴 펼치시고 동서남북 줄기 두루 펼치시고 부귀와 장수의 당신(堂神)이 되시니 천향리 자손들 정월 대보름 동신제로 보답하네 일제 침략의 무리 백의민족 한반도 정기 말살하려 들 적에 동신목 되어 일제의 꿍꿍이수작 물리쳐 주시니 석평마을 백성들 칭송이 끊일 날 없구나 크신 술배 음주 가무를 즐기시듯 정월 대보름 마신 열 말 막걸리 흥에 겨워 사계절 내내 너울너울 푸른 솔가지의 춤사위와 평생 더불어 살리니

개인♡시집 2023.12.24

선몽대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선몽대 松竹 김철이 그 절경 아름다워 하늘의 신선들 사바세계 내려앉아 드맑은 숲 시제 삼아 주거니 받거니 시구를 읊어 내린다. 첫사랑 같은 참사랑을 나누고 싶어 내성천은 말한다. 짝사랑일지라도 굵고 짧은 애정보다 가늘지만 긴 연정을 택하겠노라. 하루가 천년이 되듯 천년을 하루 같이 늘 푸른 노송으로 묵묵히 지켜온 절경 기암절벽 굽이치는 내성천 물이 되리니 세상 생명 죄다 품으려는 듯 어머니 젖가슴인 양 온유하게 동서로 흐르는 물돌이 허기진 나그네새도 품어 안는다

개인♡시집 2023.12.17

회룡포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회룡포 松竹 김철이 천년 수행 감내하고 승천한 용이 오묘한 물굽이 풍광을 잊지 못해 사바세계 일천을 되사려 흐른다. 비룡산 너머 장안사 종소리 숱한 고뇌 부를 적에 철철이 고운 옷 갈아입고 매혹적인 자태로 유혹하더라 물돌이 따라 돌고 도는 세상인고 허물 벗는 뱀처럼 훨훨 벗어던진 채 사계절 파고들어 쉬어 가리 부용대 아래 하회마을 덩더꿍 덩덩 세마치장단이 흐르니 숨기고 싶은 인생사 탈속에 감춰놓고 광대춤 신명 나게 어절씨구 놀아봄세

개인♡시집 2023.12.10

시간과 공간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시간과 공간 松竹 김철이 아침 동산에 해 뜨니 잠자리 뒤척이는 게으름뱅이 똥구멍 찔러 문전 밖으로 쫓아내더군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 했는데 노예 생활 찌든 두 입술 매 순간 입씨름만 붙이네 오지랖이 드넓어 세상 뭇 인생살이 무언으로 간섭하고 참견하다, 탈 생기면 침묵만 지킨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천지를 보살피느라 허리가 휘는지 가끔은 고장 난 시계로 쉬더라

개인♡시집 2023.12.03

다짐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다짐 松竹 김철이 바람 불고 소나기 계절을 때려 내려도 다시는 널 떠나보내지 않으리 이 축복의 달을 八月 달려들 모기떼 극성이 싫고 十月 쓸쓸히 돌아설 그 표정이 싫어 九月 그댈 내 안의 임으로 섬기려 하네 맺지 못할 정이라도 내 마음 변치 않으면 나 그대 안에 영영 머물고 그대 내 안에 영영 머물 것을 모질고 매몰찬 세월 날 속여도 연년이 찾아줄 그대 있으니 밤하늘 초승달로 사모하리

개인♡시집 2023.11.26

九月 너는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九月 너는 松竹 김철이 네가 지구촌 북쪽 꼭짓점에 잠시 머무는 동안 포도는 포도 나뭇가지 매달려 익고 알밤은 알밤 나뭇가지 매달려 익던 九月 너는 과일의 여왕 이름표 걸어놓고 내 냉가슴 계절병으로 영글다, 네가 지구촌 북쪽 꼭짓점 위로 천천히 올라오는 사이 포도는 포도나무 가지를 쓸쓸히 떠나야 하고 九月 너는 맺은 정 매몰차게 뿌리치고 내 가슴앓이 못 본 채 떠나려 하네 목을 매도 소용없고 네 걸음마다 두 팔 펼쳐 막아서도 잰걸음 멈출 길 없더라

개인♡시집 2023.11.19

마음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마음 松竹 김철이 보리밥 한 사발 퍼먹고 썩은 방귀 뀌더라도 썩은 세상 닮지 말자 꽁꽁 묶어보지만 눈꼬리 바보상자 속 끌려든다. 세상 수레바퀴 돌고 돌아 악인이 호인 되고 호인이 악인 되기란 시간문제 누가 악인이고 누가 호인인지 통 알 수가 없네 낭비하지 말자 맹세 크지만 누웠을 때 다르고 앉았을 때 다르니 요놈 심사 도무지 모르겠네 세상이 열두 번 바뀐다 한들 본새도 색깔도 변함이 없는데 때로는 선의를 품고 때로는 악의를 품어야 하니 당최 그 정체 분별이 어렵더라

작품 발표작 2023.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