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186

화려한 꽃의 비애|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화려한 꽃의 비애 松竹 김철이 밤에 피는 꽃이라 향기가 없는 게 아니다 내일을 기약하는 어둠 속 곤한 잠에 빠져있을 뿐이지 바로 코앞에 볼 수 없다 하여 깔보지 마라. 화려한 꽃이라 하여 사계절 늘 피는 건 아니지 필 때가 있으니 질 때도 있는 법 필 때면 질 때를 기억하고 질 때면 필 때를 새겨 간직함이 세상사 잘 사는 법이라 하겠네 어느 구름에 비가 쌓였을까 두 눈 부릅뜨고 한 생을 올려다보아도 알 길이 묘연하구나 사노라면 언젠가 깨달을 날 올 테지 그 순간 올 때까지 맨발로 뛰며 살기를…

작품 발표작 2020.06.13

저무는 하늘가에|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저무는 하늘가에 松竹 김철이 꽃물이 진다. 영영 꺼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영롱한 청춘 어디에 버려두고 걸어가는 걸까 살다 보니 나, 여기 와 있네 돌아본 세월의 그림자 저만치 울고 안아본 시절의 흔적은 묘연하네 본향 하늘 쳐다보니 내 삶의 향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언제나 아래로 흐르는 물살 날 오라 아래로 손짓 하더라 그 곱던 나이 제 청춘 팽개치고 단숨에 내게로 달려온 너만 곁에 있다면 두렵고도 아름다운 나만의 별나라 갈 수 있으리

작품 발표작 2020.06.06

세상을 닮으려 하지 말자|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세상을 닮으려 하지 말자 松竹 김철이 인생의 큰 것을 잃었을 땐 가장 작은 진실을 살려가자 희망의 새싹이 돋게 삶의 큰 강물이 메말라갈 땐 가장 작은 물길을 살펴주자 마음의 물길이 솟게 비록 오늘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하여 실망하지 말며 마냥 손 놓고 세월을 보내지 말자 현실을 매의 눈으로 긍정하고 세상을 원숭이 지혜로 배우면서도 세상을 닮으려 하지 말자 세상을 따르려 하지 말자 작은 일과 작은 옳음은 종이 한 장 차이 나날이 변해가는 작은 진보를 더없이 소중히 여기며 살자 좁은 골목길이 갖는 의미 속엔 넓은 대로로 향하는 빛이 있고 넓은 대로는 좁은 골목길을 비추는 방편일 뿐인 것을.

작품 발표작 2020.05.30

무명(無名)|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무명(無名) 松竹 김철이 한 시절 푸르던 양귀비 꽃잎은 가는 시절 부여잡고 울지만 화려하지 못한 외모 때문에 끝이 없는 세상 시련 가슴에 품었던 솔잎은 사계(四季)를 웃더라 낙엽에 불 질러 아픈 상처 태우려 하니 상처는 더더욱 아프다 피를 토하고 돌아본 황령산은 못 본 척 한마디 대답이 없었네 살다 살다 서러워 흘린 눈물 한 광주리 수북이 담아 이순(耳順)의 가슴을 흐르는 강물에 띄워 보내려니 모진 가뭄에 물도 마르고 철새도 떠난 지 오래일세 무명이란 두 글자 자유로워 반 생애 너를 벗하며 참 힘겨운 시절 이겨낸 건 다 네 덕이니 남은 반 생애 너를 위한 시 한 편 걸쭉하게 읊어 보리라

작품 발표작 2020.05.23

담쟁이|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담쟁이 松竹 김철이 하늘만큼 사랑하고 땅만큼 아껴주리라 내 영혼 다 바쳐 맹세했건만 켜켜이 쌓인 세상 담장이 너무 높아 담장 넘어 흰 꽃을 볼 수가 없네 내 마음의 키가 작아서일까 반백 년 백발이 되어 그대 앞에 고개 숙이려 해도 가슴 겹겹이 접힌 무지개 일곱 서러움 탓에 돌아보고 또 돌아보아도 넘을 수 없는 동녘의 저 담장 나, 차라리 아무도 귀히 보아줄 이 하나 없어도 잡초의 넋으로 다시 태어나 줄기마다 한(恨)을 심고 원(願)을 심어 윤칠월 푸른 잎으로 되돌려 피리라 저 담장 넘어 흰 꽃 안아보리라

작품 발표작 2020.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