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196

다듬잇돌 소리|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다듬잇돌 소리 松竹 김철이 아직도 아련한 그 소리 가슴에 사무치는 모정이 되어 오늘도 귓전에 맴돌다 사라진다. 인생은 늙어도 추억 속 시절은 늙지 않는 것 철없던 시절 낮잠 자는 나의 머리맡에 한 소절 어머니 자장가로 단잠 재우더니 이 순간 현실 속 단잠을 깨운다. 누가 지은 곡조이고 누가 지은 가사인지 세상 제일의 노래가 되어 신발도 신지 않고 온 동네 뛰놀다 해질녘에 돌아온다. 해 묶은 여인의 가슴앓이 엇박자 장단 속에 하루해가 저물어 서산마루 붉게 걸터앉는다.

작품 발표작 2020.12.05

산길|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산길 松竹 김철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구비, 구비 열두 구비 봇짐장수 한이 서려 뻐꾸기 외로운 울음으로 남는 곳 깊은 계곡 흐르는 옥수 선녀가 내려와 나무꾼 넋을 빼놓고 사랑이란 사슬로 사지를 혼탁케 했던 원천이여 달빛도 넘다 지쳐버릴 산기슭마다 허리 잘린 산하의 비명이라 그 옛날 물 좋고 산수 좋다던 그 말 이제는 전설 속 그리운 몇 마디 설화로 남는구려

작품 발표작 2020.11.28

천생(天生) 그 삶의 향기를 따라서|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천생(天生) 그 삶의 향기를 따라서 松竹 김철이 가진 것 별로 없지만 해 뜨는 내일이 있기에 이 순간 삶이 힘겹게 하여도 동지섣달 눈밭에 피어난 한 송이 꽃처럼 오늘 주어진 몫이 천복(天福)이라 하겠네 속고 속이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라 하여도 더 갖고픈 욕망(慾望) 버린 지 오래이라 한 근도 채 못 되는 마음에 세상 제일의 황새 날개를 달더군 가난한 가문의 후손이라 유년(幼年) 시절 뜨거운 눈물 숱하게 흘렸건만 영혼보다 더 아끼고 사모하는 이 동행해 주니 고향 갈 발걸음 나비와 같더라 가져갈 것 하나 없는 이 세상 옷 한 벌 걸쳤으니 모래바람 판을 치는 광야(廣野)에 홀로 누워도 마음의 꽃불 절로 필 테지 불 꺼진 창가에 두견(杜鵑)새 슬피 울어도 먼 냇가 물안개 피기에 반딧불이 꽁지에 실 꼬리 달아..

작품 발표작 2020.11.21

소박한 삶|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소박한 삶 松竹 김철이 봄들에 절로 피는 민들레 홀씨의 헌신적 몸짓에서 늘 내려놓는 연습을 하라시는 천명을 절로 새겨듣는다. 나그네 본분을 다하려는 듯 저 홀로 가는 구름아 어차피 홀로 가야 할 귀향길에 비라도 벗 되게 해 주기를 수많은 세월이 말없이 흘러 품지 못할 시절의 아픔이 되어 이미 떠나버린 내 임의 목소리로 남아도 아름답던 추억의 솔밭길을 걸으리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건 또 다르게 찾아올 미래가 있기에 물젖은 솜처럼 세상 저 깊은 물속으로 젖어보련다.

작품 발표작 2020.11.14

피맛골|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피맛골 松竹 김철이 누구를 붙잡고 사정할까 이 절박한 심정 어디에 비하리 살점을 도려내는 이 아픔조차 외면하고 싶어라 지존하신 양반들 말발굽 소리를 피해 하나둘 숨어들어 막걸리 몇 되 빈대떡 몇 장에 서민들 육백 년 추억이 어울려 숨 쉬던 곳 이제 와 들여다보니 가슴에 피가 맺힌다. 몇 대에 걸쳐 순박한 행복 청춘이 꿈꾸며 살던 우리의 고향 모정 같은 손길로 늘 지켜줄 줄 알았는데 육백 년 정 뒤로 하고 헤어질 운명이 원망스럽더라 못 먹고 못 살던 시절들의 모습이나 지난 시절의 그림자 영영 오지 못할 구천 길 오른다니 가슴이 메 절로 조여 온다. 그 따스했던 손길 그 다정했던 마음 고등어 살타는 냄새로 온 국민 마음속에 영원불멸 머무시길…

작품 발표작 2020.10.31

물오른 가지 끝에|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물오른 가지 끝에 松竹 김철이 아장거리는 봄의 걸음 꽃샘추위 두려워 뒤뜰에 멈춰 섰는데 개나리 노란 꽃 시절의 태동을 알린다. 흐르지 못하는 계곡 속 개구리 아직도 단꿈을 꾸는데 계곡물 억지로 가자 울고 진달래 빨간 꽃 계절의 불을 지른다. 양지바른 앞뜰 약병아리 반나절 조는데 시절의 가지 끝에 매달린 씀바귀 조심스레 아래로 기어 내린다.

작품 발표작 2020.10.24

대지진|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대지진 松竹 김철이 경제 대국의 콧대 높은 위상 대자연 새끼손가락 한순간 움직임에 초토화되어 자존심은 온데간데없고 허울 좋은 인력으로 세워져 모래 위 홀로 선 일본열도 강풍에 호롱불 신세 로고 아서라. 말아라. 눈 감고 아옹 하는 꼴일랑 인간사 죄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 법 정녕 머리 조아려 사죄할 땐 콧대 세우고 황금 앞에선 두 눈 꼼 감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더니 하찮게 여긴 대자연 앞에 맥을 못 추누나

작품 발표작 2020.10.17

철새는 날아가고|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철새는 날아가고 松竹 김철이 초목들 잠이 들고 논두렁 허수아비 편히 쉬는데 노을이 곱게도 물든 서산마루 외로운 기러기 홀로 날더라 물보라 도도히 피는 건 아직도 여전한데 오염된 호숫가 먹이 찾던 청둥오리 옛 시절 그리워 눈물 없는 울음을 삼킨다. 가을로 가는 길이 멀기도 하구나 봄부터 이어지는 나그네 신세 허기진 굴뚝새 초가 굴뚝 구수한 된장 내음 군침을 삼키네 남의 덕에 사는 얌체족 뻐꾸기 종족 보존 위해 텃새 둥지 속 분신을 낳아놓고 꽁지가 빠지게 줄행랑치더군

작품 발표작 2020.10.10

거적(巨賊) 저놈의 꼴상 좀 보소|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거적(巨賊) 저놈의 꼴상 좀 보소 松竹 김철이 옛말에 이런 속담(俗談) 있었지 똥 누러 갈 때 급해도 뒷일 보고 나면 그만이라고 세상 감언이설(甘言利說) 경연장에서 방금 돌아와 신발 끈도 풀지 않은 듯 두 손이 닳도록 비비고 아양 부려 천심마저 속여 돌려 앉혀놓고 합법적 도둑질하는 꼴이 눈 가리고 아옹일세 민심이 천심인 걸 어느새 잊으셨는지 백성들 신음(呻吟) 애써 외면하고 팔짱 낀 채 먼 산만 관망이시구려 동심(童心)이 들어도 웃을 일 허공을 나는 새가 들어도 웃을 일이지 배고픈 이, 투성인데 멀쩡히 흐르는 강 물꼬는 왜 돌려놓누 이보시오. 벗님네요! 그렇게들 산다 하여 공덕비(功德碑) 하나 세워줄 미친놈 없을 테니 한 번뿐인 인생살이 제대로 살다 가시구려

작품 발표작 2020.09.26

자유인 그를 보라|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자유인 그를 보라 松竹 김철이 하늘을 찌를 듯한 제왕(帝王])의 그 위세 어디에 내려놓았는지 거적 한 폭에 마음은 흐르는 강이다. 세상 뉘라도 부러워 고개 숙일 명예의 겉옷 벗어놓고 한 점 바람처럼 떠돌이 신세 비웃지 마소 기둥 무너질 일 없으니 두 발 뻗고 편히 자겠네 궁궐 안 귀하신 몸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살던 그 인생 돌 차듯 걷어차고 구름 따라가는 길이 천국 가는 길일세 인간 본능의 애욕(愛慾)마저 흐르는 갯가에 씻어 내리고 몸 붙일 초막 한 채 없어도 거리에 널린 게 생명이고 벗이라 이 땅의 어떤 갑부 부럽지 않다더라

작품 발표작 2020.09.19

망각의 샘 그 발자취를 찾아서| 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망각의 샘 그 발자취를 찾아서 松竹 김철이 변화무상한 것이 사람의 마음인데 애정(愛情)이란 두 글자 네모진 틀에 목매달아 한평생 힘겨운 씨름을 하더라 세상 제물 다 준다 한들 손이 작아 못 받을까 남녀노소 앞다투어 제물 쫓아 마음 심(心) 축마(畜馬) 삼아 거센 채찍질을 가하더군 하룻밤 사이 눈감으면 그만인데 삼천갑자 동방삭도 제 죽을 날 모른다 했거늘 얼마나 더 살려고 저승사자 손 붙잡고 애걸복걸(哀乞伏乞), 천하의 꼴불견일세

작품 발표작 2020.09.12

당신들은 떠나지 않았기에|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당신들은 떠나지 않았기에 松竹 김철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넋(魂)이라도 피어올라 한마디 말씀이나 해 주구려 얼마나 두려웠고 얼마나 억울했는지 수중, 고혼(孤魂) 서해를 맴돌고 갈매기 통곡 소리 피의 절규로 날더라 누굴 위한 죽음이고 누굴 위한 희생인지 물처럼 묵묵히 흐르다 보면 뭇 인간 주춧돌 역사(歷史)는 알 테지 못다 감은 눈이라도 이 나라 비극 똑똑히 직시하여 귀 막고 눈 가려 살아온 반세기 하늘에 고해 주구려 가슴에 빛나는 훈장 해왕성(海王星)을 이루어 눈이 부셔도 당신들 영혼에 빛나는 젊음만큼이나 하겠소. 임들이여! 저세상 넋이라도 좋으니 이 겨레 이 민족(民族) 고이 지켜주기를…

작품 발표작 2020.09.05

4월 그 꽃바람 중에서|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4월 그 꽃바람 중에서 松竹 김철이 지난 시절 무슨 상처 많았길래 돌아보는 아픔이 가슴 한가운데 우두커니 아쉬움으로 남는다 나는 가리라 타다 만 열정 죄다 품에 쓸어 담아 허공에 날려 보내리 이보시오, 벗님네요! 가다가 지치거든 마냥 샘솟는 옹달샘 한 바가지 떠드시고 가시구려 못다 푼 한일랑 되돌려 풀지 마시길…

작품 발표작 2020.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