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198

무명(無名)|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무명(無名) 松竹 김철이 한 시절 푸르던 양귀비 꽃잎은 가는 시절 부여잡고 울지만 화려하지 못한 외모 때문에 끝이 없는 세상 시련 가슴에 품었던 솔잎은 사계(四季)를 웃더라 낙엽에 불 질러 아픈 상처 태우려 하니 상처는 더더욱 아프다 피를 토하고 돌아본 황령산은 못 본 척 한마디 대답이 없었네 살다 살다 서러워 흘린 눈물 한 광주리 수북이 담아 이순(耳順)의 가슴을 흐르는 강물에 띄워 보내려니 모진 가뭄에 물도 마르고 철새도 떠난 지 오래일세 무명이란 두 글자 자유로워 반 생애 너를 벗하며 참 힘겨운 시절 이겨낸 건 다 네 덕이니 남은 반 생애 너를 위한 시 한 편 걸쭉하게 읊어 보리라

작품 발표작 2020.05.23

담쟁이|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담쟁이 松竹 김철이 하늘만큼 사랑하고 땅만큼 아껴주리라 내 영혼 다 바쳐 맹세했건만 켜켜이 쌓인 세상 담장이 너무 높아 담장 넘어 흰 꽃을 볼 수가 없네 내 마음의 키가 작아서일까 반백 년 백발이 되어 그대 앞에 고개 숙이려 해도 가슴 겹겹이 접힌 무지개 일곱 서러움 탓에 돌아보고 또 돌아보아도 넘을 수 없는 동녘의 저 담장 나, 차라리 아무도 귀히 보아줄 이 하나 없어도 잡초의 넋으로 다시 태어나 줄기마다 한(恨)을 심고 원(願)을 심어 윤칠월 푸른 잎으로 되돌려 피리라 저 담장 넘어 흰 꽃 안아보리라

작품 발표작 2020.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