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대지진 松竹 김철이 경제 대국의 콧대 높은 위상 대자연 새끼손가락 한순간 움직임에 초토화되어 자존심은 온데간데없고 허울 좋은 인력으로 세워져 모래 위 홀로 선 일본열도 강풍에 호롱불 신세 로고 아서라. 말아라. 눈 감고 아옹 하는 꼴일랑 인간사 죄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 법 정녕 머리 조아려 사죄할 땐 콧대 세우고 황금 앞에선 두 눈 꼼 감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더니 하찮게 여긴 대자연 앞에 맥을 못 추누나 작품 발표작 2020.10.17
철새는 날아가고|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철새는 날아가고 松竹 김철이 초목들 잠이 들고 논두렁 허수아비 편히 쉬는데 노을이 곱게도 물든 서산마루 외로운 기러기 홀로 날더라 물보라 도도히 피는 건 아직도 여전한데 오염된 호숫가 먹이 찾던 청둥오리 옛 시절 그리워 눈물 없는 울음을 삼킨다. 가을로 가는 길이 멀기도 하구나 봄부터 이어지는 나그네 신세 허기진 굴뚝새 초가 굴뚝 구수한 된장 내음 군침을 삼키네 남의 덕에 사는 얌체족 뻐꾸기 종족 보존 위해 텃새 둥지 속 분신을 낳아놓고 꽁지가 빠지게 줄행랑치더군 작품 발표작 2020.10.10
빈터|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빈터 松竹 김철이 지난 세월의 아쉬움 덜 닫힌 마음의 창을 흔드는데 제비 한 쌍 창공을 가로질러 붉은 노을 따라 사라진다. 인생은 죄다 허상이라 영영 품을 수 없기에 넋이라도 묻힐 빈터 한 평 얻으면 그것이 천국 땅이라 하겠네 작품 발표작 2020.10.03
거적(巨賊) 저놈의 꼴상 좀 보소|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거적(巨賊) 저놈의 꼴상 좀 보소 松竹 김철이 옛말에 이런 속담(俗談) 있었지 똥 누러 갈 때 급해도 뒷일 보고 나면 그만이라고 세상 감언이설(甘言利說) 경연장에서 방금 돌아와 신발 끈도 풀지 않은 듯 두 손이 닳도록 비비고 아양 부려 천심마저 속여 돌려 앉혀놓고 합법적 도둑질하는 꼴이 눈 가리고 아옹일세 민심이 천심인 걸 어느새 잊으셨는지 백성들 신음(呻吟) 애써 외면하고 팔짱 낀 채 먼 산만 관망이시구려 동심(童心)이 들어도 웃을 일 허공을 나는 새가 들어도 웃을 일이지 배고픈 이, 투성인데 멀쩡히 흐르는 강 물꼬는 왜 돌려놓누 이보시오. 벗님네요! 그렇게들 산다 하여 공덕비(功德碑) 하나 세워줄 미친놈 없을 테니 한 번뿐인 인생살이 제대로 살다 가시구려 작품 발표작 2020.09.26
자유인 그를 보라|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자유인 그를 보라 松竹 김철이 하늘을 찌를 듯한 제왕(帝王])의 그 위세 어디에 내려놓았는지 거적 한 폭에 마음은 흐르는 강이다. 세상 뉘라도 부러워 고개 숙일 명예의 겉옷 벗어놓고 한 점 바람처럼 떠돌이 신세 비웃지 마소 기둥 무너질 일 없으니 두 발 뻗고 편히 자겠네 궁궐 안 귀하신 몸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살던 그 인생 돌 차듯 걷어차고 구름 따라가는 길이 천국 가는 길일세 인간 본능의 애욕(愛慾)마저 흐르는 갯가에 씻어 내리고 몸 붙일 초막 한 채 없어도 거리에 널린 게 생명이고 벗이라 이 땅의 어떤 갑부 부럽지 않다더라 작품 발표작 2020.09.19
망각의 샘 그 발자취를 찾아서| 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망각의 샘 그 발자취를 찾아서 松竹 김철이 변화무상한 것이 사람의 마음인데 애정(愛情)이란 두 글자 네모진 틀에 목매달아 한평생 힘겨운 씨름을 하더라 세상 제물 다 준다 한들 손이 작아 못 받을까 남녀노소 앞다투어 제물 쫓아 마음 심(心) 축마(畜馬) 삼아 거센 채찍질을 가하더군 하룻밤 사이 눈감으면 그만인데 삼천갑자 동방삭도 제 죽을 날 모른다 했거늘 얼마나 더 살려고 저승사자 손 붙잡고 애걸복걸(哀乞伏乞), 천하의 꼴불견일세 작품 발표작 2020.09.12
당신들은 떠나지 않았기에|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당신들은 떠나지 않았기에 松竹 김철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넋(魂)이라도 피어올라 한마디 말씀이나 해 주구려 얼마나 두려웠고 얼마나 억울했는지 수중, 고혼(孤魂) 서해를 맴돌고 갈매기 통곡 소리 피의 절규로 날더라 누굴 위한 죽음이고 누굴 위한 희생인지 물처럼 묵묵히 흐르다 보면 뭇 인간 주춧돌 역사(歷史)는 알 테지 못다 감은 눈이라도 이 나라 비극 똑똑히 직시하여 귀 막고 눈 가려 살아온 반세기 하늘에 고해 주구려 가슴에 빛나는 훈장 해왕성(海王星)을 이루어 눈이 부셔도 당신들 영혼에 빛나는 젊음만큼이나 하겠소. 임들이여! 저세상 넋이라도 좋으니 이 겨레 이 민족(民族) 고이 지켜주기를… 작품 발표작 2020.09.05
4월 그 꽃바람 중에서|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4월 그 꽃바람 중에서 松竹 김철이 지난 시절 무슨 상처 많았길래 돌아보는 아픔이 가슴 한가운데 우두커니 아쉬움으로 남는다 나는 가리라 타다 만 열정 죄다 품에 쓸어 담아 허공에 날려 보내리 이보시오, 벗님네요! 가다가 지치거든 마냥 샘솟는 옹달샘 한 바가지 떠드시고 가시구려 못다 푼 한일랑 되돌려 풀지 마시길… 작품 발표작 2020.08.29
4월 그대 이름은|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4월 그대 이름은 松竹 김철이 수양버들 휘늘어진 광한루 오작교에 사뿐사뿐 걸어오는 성춘향 절개 바른 숫처녀 걸음일세 불이야! 깜짝 놀라 돌아보니 산은 옛 산인데 타오르는 진달래 불길로 산이 타더군 인생은 마라톤 느림보 경주라도 할 심사인가 씀바귀 아래로 기더니 시절의 놀이패 춤사위 좋더라 물오른 가지마다 개나리 꽃물이 들고 벚꽃은 심히 부끄러워 백옥같은 수줍음 길섶에 흘린다. 작품 발표작 2020.08.22
잉크 빛 인생|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잉크 빛 인생 松竹 김철이 뉘라서 막을손가 제 갈 길 간다는데 정승 판서 저 싫으면 못하는 법 갈 길 엇갈린다 하여 서툰 발길질하지 마라 한평생 걷다 보면 똥마렵고 오줌도 마려울 터 오장육부 제각기 어찌하여 남의 인생 넘보려 하는가 노을빛 인생을 꿈꾸는데 다 된 밥 초치기지 길섶에 핀 꽃 예쁘다 하여 향기도 모를 꽃물을 들이라 하니 정녕 넌 어쩌란 말이냐 한 번 망치면 소생하기 힘든 게 인생이라 행여 네 인생에 잉크 물들더라도 네 갈 길 쟁여 가려무나 작품 발표작 2020.08.15
5월 그 화려한 무덤에서|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5월 그 화려한 무덤에서 松竹 김철이 묻지 마라. 내일 날의 내 인생을 어디론가 쉼 없이 흘러갈 한 방울 개천물도 막지 못할 것을 죽어 거적에 말아 뒷산에 묻어줄 이 하나 있으면 누가 뭐래도 수지맞은 인생이지 제삿날 잘 먹자고 사흘을 굶었더니 허공을 날던 제비 아스라이 날아올라 곡예를 하다 하강하여 맨땅을 품더라 풋사과 이제야 꽃이 피는데 철부지 코흘리개 잘 익은 사과 단맛만 달라네 비웃는 소리 내를 이루고 무덤 속 망자의 울음, 애민 바람을 탄다. 작품 발표작 2020.08.08
녹색의 초원에서|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녹색의 초원에서 松竹 김철이 시절은 어느새 초록인데 갈색으로 타는 가슴 지난 세월 천심을 아프게 했던 죄로 오늘이 심히 괴롭히더라 선하게 살라시던 옛 임의 그 충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까마득히 잊고, 살았지 왜인(倭人)의 피를 타고난 섬나라 백성이라 피부도 모습도 생소한 코 크고 덩치 큰 서양인들 깔보고 업신여길까 어금니 악물고 살아온 뒤끝이 이 시대 큰 재앙(災殃)으로 현실 속 스크린 되어 눈 앞에 펼쳐지리 어허! 통재라 후손 볼 면목 없어 뒷골목 쥐구멍 찾겠네 작품 발표작 2020.08.01
꽁치 그 살타는 냄새는|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꽁치 그 살타는 냄새는 松竹 김철이 오뉴월(五六月) 저녁 땅거미 어스름 지고 꽁지에서 삐져나온 묽은 안개빛 노을은 무더운 여름밤을 예고나 하듯 초저녁 소쩍새 등창에 구슬땀을 절로 맺히게 한다. 진종일(盡終日) 놀아도 못다 놀았는지 모깃불 연기 사이 누비는 동네 개구쟁이들 해맑은 웃음소리 때늦은 밤마실을 다닌다. 주인의 허락도 없이 초가(草家)집 정지 간에서 외출 나온 배추 시래깃국 냄새 숨겨둔 이웃 처녀 보쌈이라도 하려는지 월장(越牆)하려다 말고 고개를 돌린다. 왜일까? 죄다 속셈은 하나 여염(閭閻)집 석쇠 위 살 태우는 시절 놓친 꽁치의 살생성인 정신이 눈물겨워 밤바다 등댓불로 살고 싶단다. 작품 발표작 2020.07.25
불 꺼진 도쿄|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불 꺼진 도쿄 松竹 김철이 거대한 도시가 사라진 그 자리 자식 잃은 어미의 절규가 넋 나간 시체로 사흘 밤낮을 헤맨다 콧대 높은 경제 대국의 위세는 어디로 갔나? 천지지변 앞에 무기력해진 허상 초토화된 자존심으로 무릎을 꿇는다 억눌러 가둬놓았던 대자연의 비명이 쓰나미 혼령으로 되살아나 세계 역사의 물꼬를 돌린다. 화려한 불빛 아래 춤추던 에레나야 너 어디 가고 신음만이 내를 이뤄 허물어진 빌딩 숲을 누빈다. 작품 발표작 2020.07.18
단팥빵|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단팥빵 松竹 김철이 불을 찾아 밤마다 헤매는 한 마리 날개 없는 부나비 되어 세상 끝날 때까지 갖은 화려함 가슴에 품고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목숨 줄기 타인의 손에 넘기지 마라 겉치레 화려한 자여 비 오고 바람 불면 그대 모습 개골창에 비춰보렴 물 구경 못한 미운 오리 새끼 벗하자 말할 테지 춘삼월 봄 뜰에 화사한 꽃이 만발하듯 사람 사는 세상에 입맛도 만 가지 더 되고 먹거리 백만 가지 더 됨을 그대는 아는가? 사람아! 겉모습일랑 보지 말고 속마음 바라보라 볼품없는 단팥빵 못 먹고 못 살던 시절, 잊지 못할 추억의 그림자 되어 칠공팔공 시대를 살았던 영혼 속 주군으로 되살아나지 작품 발표작 2020.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