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198

옹달샘(2)|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옹달샘(2) 松竹 김철이 조그만 손거울 행여 누가 와서 들여다볼세라 숲속에 감춰 놓고 구름 비 거느린 먼 하늘 몰래 내려와 체면에 구김살 갈까 큰 얼굴 큰 모습 비춰본다 숲속에 숨겨놓은 작은 물거울 해와 바람 제모습 흐트러질까 앞다투어 보고 간다. 숲속 어둠이 내리면 밤하늘 밝게 지키던 달도 별도 가끔은 몰래 내려와 들여다보고 간다

작품 발표작 2021.10.30

글쟁이|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글쟁이 松竹 김철이 글쟁이 오십여 년 남은 건 엿 한 가락 바꿔먹지 못할 허상뿐 하늘이 내린 축복일까 힘겨운 이 땅의 저주일까 애꿎은 원고지 갖은 화풀이 다 하더이 부엉이 벗을 삼아 야밤을 대낮처럼 지새우던 시절도 있었고 풀리지 않는 글줄을 잡은 채 젊음을 불사르던 시절도 있었지 잔주름 자글거리는 얼굴에 검은 머리 파뿌리 되어 자라는 글귀 동무여 고맙구나 한 생을 벗하며 살았으니 인생의 강나루 건널 적에 내 품에 안겨다오

작품 발표작 2021.10.23

부초(浮草)|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부초(浮草) 松竹 김철이 어릿광대 혼령인가 세상 뭇인간 가슴에 사라질 흔적이여 노을이 곱다 한들 하루살이 날개인 걸 디딜방아 돈다 하여 어긋난 쳇바퀴 쉬 돌리지 마라 네 청춘 늙고 나면 춘삼월 씀바귀도 가엾다 동정하랴. 흘러간 저 강물도 돌아올 길 묘연하고 사월의 할미꽃 굽은 허리로 필 테지 잊지 말아라 널 지어내신 네 아버지 큰 은공을 입 있어도 말 못 하고 귀 있어도 못 들으며 눈 있어도 보지 못한 채 석 삼 년을 살았으니 이제라도 등창에 날개 달고 푸릇한 저 하늘 날아보려 마 네 사랑 지켜주실 네 어머니 푸른 모정으로 너의 빈 가슴 채워줄 영원함이 그곳에 두 손 펼쳐 기다릴 터이니

작품 발표작 2021.10.09

심마니|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심마니 松竹 김철이 인간사 연습도 복습도 없는 삶이기에 정결한 영과 육 혼불 밝혀 재단을 고이 차려놓고 산신령 전 치성을 바친다. 오래 살고 싶은 심정이야 인간 본연의 욕심인 걸 삼천갑자 동방삭이 되고 싶은 이들 무병장수 소원 빌어줄 재단이 된다. 남과 여가 살을 섞어 공존함은 세상 원리이자 진리인 것을 석 달 열흘 목욕재계하고 여인을 소, 닭 보듯 하니 산천도 감동하여 평생소원 들어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식음을 전폐하듯 노다지 찾아 떠나는 길에 노다지인지 도라지인지 눈앞을 흐려놓는 유혹 주체할 수 없는 심정에 외치는 소리 심 봤다!

작품 발표작 2021.10.02

아침의 향기|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아침의 향기 松竹 김철이 검푸른 아침 안개 아직 온 세상 머물 적 여름밤을 호령하던 모기떼 더 행복한 밤의 몽상에 잠든다. 휘파람새 읊어대는 음표 없을 음률에 먹물 빛 어둠조차 한걸음 물러나 앉는다. 순례자 된 양 밤하늘 배회하던 반딧불 불빛 한층 더 희미한 꼬리를 내리고 태양은 더욱 열기를 뿜는다. 동트기가 무섭게 불어대는 나팔꽃 소리 없는 기상나팔 늦잠 자던 삽살개 세수도 하지 않고 조반상을 받는다.

작품 발표작 2021.09.25

추억의 강|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추억의 강 松竹 김철이 소중한 시간 속 역사가 흐른다. 천둥벌거숭이 동심은 성급한 심정에 고쟁이도 벗지 않고 냇물에 몸을 던져 철부지 한해살이 여름을 즐긴다. 악동들 닭서리에 밤 닭장은 한바탕 소란이 일고 쫓고 쫓기는 난투극은 연출 없이 흐지부지 장닭은 놀란 가슴 쓸어내린다. 동무들은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고 홀로 남은 별 아기 외로운 심사 달랠 길 없는데 몰래 다가선 소슬바람 쓸쓸한 마음에 왕소금을 뿌린다. 어제 같은 청춘은 어디로 갔는지 주름 잡힌 얼굴엔 회안이 돋고 서리 내린 머리엔 빛바랜 기억만 난무하니 돌아오지 않는 추억의 강이 외로이 흐른다.

작품 발표작 2021.09.18

애원|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애원 松竹 김철이 참 걸음인지 헛걸음인지 그 판단은 제 몫이 아니기에 허탈한 심사 금할 길 없구나 목이 메 불러보는 그 이름 가엾은 생이여 돌아보면 그림자 되어 뒷전에 울고 있더니 두 번 다시 걸을 수 없는 이 걸음 뉘라서 쉬 여길까 물망초 어긋 피는 꽃잎처럼 먹었던 마음 늘 파장이다. 개구리 뜀뛰기라도 할 수 있다면 움츠렸다 뛰어나 볼 텐데 뛰어봐야 도로 제자리 한심한 인생살이 돌아보기 싫더라

작품 발표작 2021.09.11

바로 네 곁에|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바로 네 곁에 松竹 김철이 희미한 별 그림자 초저녁 동산 위를 서성이는데 하늘의 배 조각달 노 젓는 소리 임 잃은 네 가슴에 차누나 슬퍼 말아라 가는 배 있으면 오는 배 있을 테지 밤에 우는 저 새도 떠난 임을 못 잊어 이 밤도 서럽게 울지만 바로 네 곁에 벗이 되어 놀아줄 혼이 있음에 혼불 밝혀 받쳐 들고 머지않아 찾아오실 임 마중 가자꾸나.

작품 발표작 2021.09.04

마음은 집시|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마음은 집시 松竹 김철이 돌아보지 말라시던 그 말씀 잠시 잊은 듯 돌아다본 옛 시절이 금세 달려와 품에 안길 듯 하늘은 저만치 내려다본다. 눈시울이 뜨겁다. 눈물이 나도록 곱게 물든 가을이 홀로 된 빈 벤치에 앉아 쓸쓸함과 고독에 빠져 나그네 걸음조차 못 본 채 고개를 돌린다. 작별의 손짓도 못 했을 터 저녁노을 서산마루 걸터앉아 피를 토하듯 자식 키워온 모정처럼 어서 가라 손짓을 한다. 누구의 돌팔매에 상처를 입었을까. 몸과 마음의 상처 탓에 이방인의 방문조차 한순간 관심도 없는데 돌아서는 발걸음 무겁기 천근이고 두고 올 마음은 가슴을 아리게 한다.

작품 발표작 2021.08.28

나는 울었네|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나는 울었네 松竹 김철이 해도 둥글고 달도 둥근데 인간사 왜 이리도 각이 질까 물은 고이면 썩고 돈이 모이면 패가망신 지름길이라 갖은 유혹 떨쳐버리고 선비처럼 학처럼 살았건만 돌아오는 건 가슴에 소금 뿌린 상처요 눈에는 진달래 꽃물 같은 눈물이 웬 말이람 이 보소 벗님네요 내 말 좀 들어보게 하루해 걷다 보면 참 걸음 헛걸음도 걸을 터인데 야박한 세상사 인심은 날 돌려세워 발길질이라 둘 곳 없는 이 내 심사 서럽기가 태산과 같더니…

작품 발표작 2021.08.21

추억의 소야곡|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추억의 소야곡 松竹 김철이 고이 달래 접어둔 수첩 갈피 속 속절없이 흘러가 버린 인고의 그림자가 피아노 건반을 제멋대로 뛰노는 음표 하나 없이 소금을 뿌려놓은 듯 뜀틀도 없을 텐데 오르락내리락 세월이 걸어간다. 과거와 현재를 마음대로 씨 뿌려놓고 제 인생도 아니면서 내 인생을 허락하지 않은 노략질을 하더니 퉁기는 기타 음률 되어 외로운 영혼을 울린다. 가슴 시리도록 보고 싶어도 불러올 수 없는 존재들이기에 귓전에 메아리로 남을 수밖에 가슴에 묻지 말고 놓아 주리라 다짐해 보지만 몇 줄 음표 되어 빈 마음 파고드는 추억의 소야곡

작품 발표작 2021.08.14

물밑|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물밑 松竹 김철이 민심이 천심이라 귀 막고 눈 가려도 들리는 건 서민층의 아우성이니 회전의자 돌리는 자 귀 기울여 들을지어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불능이라 뒷짐 지고 먼 산만 보지 말고 인고로 신음하는 이들 가슴으로 품어 보기를 천지신명 빌라시면 개 앞인들 못 빌까나 산 넘고 물 건너 노략질하는 왜구는 못 본채하고 제 나라 제 백성의 건언(建言)은 귀 밖으로 듣는가 제가 잘나 장다리냐 시대 좋아 장다리지 장다리는 한 철이고 미나리는 사철이라 물밑 같은 양심만은 팔지 마소

작품 발표작 2021.08.07

별|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별 松竹 김철이 별은 무리 지어 노래를 부른다. 어둠의 역사 속에 사라진 뭇 인간의 이름표도 고개 돌려 외면한 채 멀어져 가고 우물 속 물 한 모금 길어 올리지 못해 목 타는 달의 갈증조차 달래주지 못하면서 아련한 옛이야기 저 멀리 들리는데 대를 이어 불러줄 장인의 혼은 살풀이도 못 한 채 허공 속 이슬로 사라지리 노래의 가사는 간데없고 아픈 사연 줄을 지어 하룻밤 소곤대다 새벽을 향해 허겁지겁 달려간다.

작품 발표작 2021.07.31

굴비|저서_인생노름 중에서

굴비 松竹 김철이 입바르고 올 고른 선비들 오랏줄 한데 엮어 귀양살이 떠나는 그 눈물이 짜구나 옛 시절 자린고비 햇병아리 물 머금듯 밥 한술에 한 번 올려다보니 고문받는 죄인도 아닐 터 새끼줄에 매달려 도는 그 신세 가련하네 굶기를 밥 먹듯 하던 보릿고개 그 시절 한 토막 구워 밥상에 올려놓는 날이면 천하제일의 부자가 무색하고 눈치 없는 자식들 환호성 온 천지 진동하더라 세월도 흐르고 시대도 바뀌었지만 천하(天下) 일미(一味) 그 맛이야 어찌 쉬 변하랴

작품 발표작 2021.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