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松竹 김철이
백사장 모래알만큼이나
무수한 인간사 언어들
무기 하나 들지 않고
사랑하는 이 상처를 준다.
인두겁 썼다 하여
다 인간인가
구실을 다 못하면
금수만도 못하거늘
세 치 혀를 떠난 말들
부리조차 없을
한 마리 딱따구리로 생겨나
달리는 말도 없이 천 리를 간다.
육의 상처 세월 가면 절로 났지만
혼의 상처 천 년도 더 가기에
열일을 다 제쳐놓고
마음 가지런히 세 치 혀 다스려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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