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19

탱자나무 울타리_(수필)한비문학

탱자나무 울타리 김철이 흔히들 부모는 자식의 울타리라고 한다. 내 나이 예닐곱 시절 “부모는 자식의 울타리”라는 뜻에 관해 며칠을 두고 부모님께 번갈아 가며 수십 차례 질문했던 적이 있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질문을 한다 싶어 엉뚱하다는 생각과 당돌하다는 생각이 드셨든지 처음엔 건성건성 대답해 주셨는데 내가 워낙 한 가지 궁금증에 꽂히면 그 궁금증이 해소될 때까지 꼬치꼬치 물으며 파고드는 성격이라 두 분이 며칠을 두고 내 나이에 걸맞은 대답 해주어야 하나를 놓고 고심하던 중 하루는 아버지께서 퇴근 걸음에 온화한 얼굴빛을 띠며 현관문을 들어서셨다. 아버지께선 옷도 갈아입지 않고 날 불러 무릎에 앉히셨다. “철아! 너, 며칠 전에 부모는 자식의 울타리라는 뜻에 관해 물었지?” “예!” “이 말의 뜻은 이 아..

작품 발표작 2022.09.21

걸인(乞人)과 천사(天使)_(수필)한비문학

걸인(乞人)과 천사(天使) 김철이 상전은 미워하고 괄시하여도 살 수 있으나 같은 신분인 종끼리 미워하고 괄시하면서는 살 수 없음을 이르는 말로 “상전은 미고 살아도 종은 미고 못 산다.”라는 명언이 있는데 인생의 텃밭에 드높은 영양소를 부여할 교훈을 몸소 실천하는 한편 덧없는 인생의 여정에서 천만금을 주고도 못 살 값없는 참사랑을 나눈 이들의 참삶을 글로 옮겨 소개하고 새로이 열어갈 새봄의 문전에서 세상 뭇 인생 생에 표본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삼십여 년을 도심지 길섶에서 구걸하며 생계를 이어온 걸인 청년이 있었는데 그 청년은 아동기 시절 자신을 세상에 낳아준 부모 슬하에서 빈손으로 내쫓긴 선천성 뇌병변 장애인이었다. 그 청년은 정확히 듣고 생각할 수는 있어도 중복으로 지닌 중증의 언어장애 탓에, 당면한..

작품 발표작 2022.07.05

세상 평등은_(수필)한비문학

세상 평등은 김철이 내 나이 예닐곱 되던 시절 내가 살았던 동네에 비교적 큰 규모의 여관을 경영하며 갑부로 소문났던 한 가정 슬하에 1남 6녀의 자녀를 두었는데 외아들이자 4대 독자인 아들자식이 요즈음 흔히 말하는 발달장애를 지닌 채 늘 시퍼렇게 피멍이 들어 살아야 하는 제 부모 가슴에 세상 어느 그 누구도 빼주지 못할 대못을 나날이 박곤 했었다. 아무리 돈이 많아 1년 열두 달 부유한 생활을 누린다 한들 무슨 소용인가, 자식 농사가 대흉작인걸. 정규 교육과정을 거치기엔 상상도 못 할 처지이니 아들자식이 제 이름 석 자는 쓰고 읽게는 해 주어야 한다는 부모 심정으로 가정교사를 들였으나 공염불에 불과했으며 그 아이의 관심사는 오로지 연탄배달 수레나 자청하여 밀어주거나 도와준다는 핑계로 혼자 걸어도 비틀거릴..

작품 발표작 2022.05.17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_(수필)한비문학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 김철이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군신, 부자, 부부간의 행실 문제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게 현실이고 고심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군신 간의 도리와 의무를 다하지 못해 제 나라의 존폐와 국민의 안전을 위협받게 하는가 하면 천륜을 배척하고 부자간의 도리와 의무를 다하지 못해 한 가정이 풍비박산이 나기도 하고 부부간의 도리와 의무를 지키지 못해 제 가정을 두 동강이 나게 하다 부족해서 슬하 자녀들의 가슴에 치유 불가능한 상처를 입혀 평생 가슴앓이 대물림을 하기도 한다. 이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은 돈을 너무도 좋아한 나머지 일부 현대인들은 돈이면 군신 간의 충성심도 부모, 자식 간의 효심도 부부간의 도리와 의무도 신다 차 버릴 헌 고무신 취급하다 몇십 년 정치 선후배로 동..

작품 발표작 2022.03.01

너흰, 어느 나라 국민이더냐?|(수필)한비문학

너흰, 어느 나라 국민이더냐? 김철이 진보(進步)와 보수(保守)의 개념조차 잘 모르면서 두 패로 나누어져 북새통을 이루며 다투는 통에 온 나라 안이 벌집을 쑤셔놓은 듯한, 이즈음에 나름대로 대한민국 현정사를 살펴보니 참으로 가관이었다.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외국인들 앞에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할 지경이다. 청와대(靑瓦臺)란 대한민국 대통령이 헌법에 따라 주어진 직무를 다 하며 국민의 민생을 돌보는 한편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둥지라 할 수 있는데 대한민국 대통령 직무실엔 개나 소나 죄다 앉아도 무방한 곳으로 치부되는 건 왜일까?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의 면모를 살펴보는 한편 대한민국 헌법을 인용한다면 제66조 1항에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로서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는 행정부의 수반(首..

작품 발표작 2022.02.15

효도는 아무나 하나|(수필)한비문학

효도는 아무나 하나 김철이 "부모를 공경하는 효행은 쉬우나, 부모를 사랑하는 효행은 어렵다."라는 명언을 남겼고 중국 전국 시대(戰國時代)에 완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도가(道家), 사상을 담은 책을 지어낸 장자(莊子)의 교훈이 21세기를 쟁이고 있는 현대사에 있어 부모에게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참사랑으로 효행을 행하는 자식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힘든 일이 아닐까!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 지극한 효심이 하늘에 닿아 산신령이 호랑이로 화하여 내려준 산삼 두 뿌리로 양친의 병환을 낫게 했던 경상남도 진주시 집현면 장흥리 효자 황기원(黃基源)과 같은 효자는 전무후무하여도 자신을 세상에 있게 해 준 부모의 재산을 탐내다 부족해서 제 부모 목숨마저 떨어진 헌신짝보다 업신여기는 불효자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작품 발표작 2022.01.18

똥 푸는 사람들(수필)한비문학

똥 푸는 사람들 김철이 사람은 하루에 평균 128g 정도의 대변을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에 사람의 수가 73억 명 이상이니 지구상에서 사람은 하루에 적어도 90만 톤 이상의 대변을 방출하며, 1년이면 이 양은 3억 톤 이상이 된다.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이 순간에 지구에서는 1초에 인간의 대변이 10만 톤 이상씩 배출된다는데, 이처럼 사람에게 있어 먹는 일도 중요하지만, 배출하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똑바로 알고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개 조심’이라고 대문에 석필(石筆)로 갈지자처럼 삐뚤빼뚤 쓴 글씨, 빛바랜 붉고 푸른 기와지붕, 슬레이트 담장, 그리고 한길 쪽으로 조그만 쪽창이 나 있는 함석지붕에 덮인 반 평 남짓한 변소는 30~40여 년 전이면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던 친..

작품 발표작 2021.12.29

아름답고 고운 나의 생을 위하여|(수필)한비문학

아름답고 고운 나의 생을 위하여 김철이 세상 사람들은 죄다 하나같이 아름답고 고운 생을 살기를 구상하며 평생을 살아간다. 아름답고 고운 삶을 살기를 원한다면 가장 먼저 선결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은 매일 주어지는 하루를 잘 활용해야 한다. 해가 뜨면 하루가 절로 주어진다고 해가 지면 하루가 가고 다시금 해가 뜨고 날이 밝으면 하루가 절로 주어진다고 하여 하루를 아무런 감정 없이 무심히 소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소중하듯 우리 삶의 테두리이자 보금자리인 하루하루를 우리의 인생을 대하듯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가 없으면 일 년 열두 달도 내 생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상에 유일하게 눈에 차지 않아도 볼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날마다 우리를 찾아주는 하루를 소중하게..

작품 발표작 2021.11.17

어머니의 텃밭|(수필)한비문학

어머니의 텃밭 김철이 내 나이 열여덟 되든 해 대한민국 정식 문학 작가로 입문하던 날, 어머니 날 보고 훗날 기회가 난다면 나의 글 자락 한 귀퉁이에 한(恨) 많고 원(怨) 많은 당신 인생을 몇 자 써주지 않겠냐고 하셨는데 자식 된 처지에서 시절 탓에 가정환경 탓에, 고개가 절로 내저어질 정도로 지독한 아픔을 겪어야 했던 모친 고생담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한 획 한 획 써 내려갈 때마다 가슴이 아려서 눈물이 범벅될 텐데 어머니 고생하신 세월을 누구보다 많이 보고 들었던 처지에서 살이 터지고 뼈가 으스러지는 어머니 고생담을 쓰는 일만은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살다 가신 한 생애 십 분의 칠 세월을 살고 보니 어렴풋이 어머니 앓인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것..

작품 발표작 2021.09.01

내 이름 석 자_(수필)한비문학

내 이름 석 자 김철이 좋은 이름을 가진 자는 인생에 반은 성공한 것이다. 이름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은 자기의 이름 석 자다. 이러한 명언에 관해 반론을 제기하는 한편 내 이름 석 자에 관한 설(說)을 글로 옮겨보려 한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지니는 것이 이름 석 자다. 세상 모든 것 타인들과 모든 것 죄다 나누어도 유독 나눌 수 없는 것이 이름이기도 하다. 한 인생에 있어 이름은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가정에 후세가 태어났을 시나 부모가 지어준 이름이 출세 가도를 달리는데 합당하지 않다고 여겨지거나 많은 재산을 축적해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질 시 적지 않은 시간적 금전적 투자를 불사하며 전국 유명 작명가를 찾기..

작품 발표작 2021.07.07

절망은 없다._(수필)한비문학

절망은 없다. 김철이 국내 TV가 흔치 않았던 시절, 모 라디오 방송의 주간 다큐멘터리 “절망은 없다.”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된 바 있는데 불치병환자, 고시합격고학생, 전과자 등 갖은 절망과 역경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보람에 찬 오늘을 몸소 이루어낸 각계각층 사람들의 실제 삶의 이야기를 단막극으로 엮어 방송하는 형식을 갖춘 프로그램이었다.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수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고 또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그러나 그 당시 열한 살 철부지였던 나는 “웃기네, 절망은 있다.”라고 빡빡 우기곤 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부터 줄곧 갖은 고생 다 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며 느꼈던 나로서는 절망(絶望)이란 단어의 뜻을 부모님께 전해 듣고는 “절망은 없다.”라는 프로그램을..

작품 발표작 2021.05.12

참새와 개미 2부작 1부_(수필)한비문학

참새와 개미 2부작 1부 김철이 세상은 날이 갈수록 과학 문명의 혜택을 등에 업고 윤택한 걸음을 재촉하는데 사람들의 인심은 날이 갈수록 야박해지고 각박해지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예전엔 낯선 길을 가다 길을 몰라 어느 누구를 잡고 물어보아도 본인의 갈 길이 아무리 바빠도 마치 자신들의 부모, 형제들에게 길을 가르쳐 주듯 길을 묻는 이의 손목을 잡고 친절하게 목적지를 일러주는가 하면 본인이 모르는 길이라면 다른 행인들에게 물어서라도 길을 찾는 이의 목적지를 일러주곤 했었다. 한데 요즈음 인심은 어떤가? 예전처럼 그렇게 친절히 길을 가르쳐 주는 이도 없겠지만 간혹 그런 사람이 있다손 치더라도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주는 이의 마음도 모르고 마치 치안이나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를 하는 것이 태반이다. 심한 ..

작품 발표작 2021.01.27

잃어버린 정(情)을 찾아서(수필)한비문학

잃어버린 정(情)을 찾아서 김철이 먹거리 대풍작 시대와 볼거리 대홍수 세대를 살면서도 먹는 것도 많고 보는 것도 많으니, 많은 것 품은 사람들답게 감사하는 삶의 토대 위에서 좀은 여유롭고 남에게 베풀며 사는 것이 도리인 것을 감사는커녕 걸핏하면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현대인들을 보면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절로 느껴진다.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에서 나눔의 문화와 경로우대(敬老優待) 사상(思想)이 실종된 지 이미 오래되었다지만, 머리를 하늘로 두고 이 시대를 사는 한 구성원으로 먼 시대를 살다 가신 조상님들께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할 듯하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듯 또 그렇게 겨울은 우리를 찾아오겠지만, 단 하나 수십 년 전에 우리 이웃들의 가슴속에서 이미 산송장이 되어버린 정(情)은 행방불명 영영 돌아..

작품 발표작 2020.11.25

비누와 양초의 삶처럼(수필)한비문학

비누와 양초의 삶처럼 김철이 지금 이 시대의 전쟁은 국경을 마주하고 총칼을 맞대어 밀고 밀리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땅따먹기 전쟁이 아니라 갖은 전염병과 인간이 적이 되어 벌이는 국경 없는 전쟁이 아닌가 싶다. 당장 코앞에 벌어지는 사태만 보아도 그렇지 않은가? 이름도 선진국형인 코로나 19 발병이 어디서부터 시작이 됐는지 모를 일이지만, 숱한 세월 동안 의학 선진국 경제 대국을 자칭하며 후진국 국민을 마치 미개인 취급하며 콧대를 세워오던 나라들마저도 코로나 19라는 한낱 전염병 앞에 맥도 못 춘 채 무릎을 꿇어야 하는 실정이니 냉소를 금치 못할 일이 아닌가! 국가별 코로나 19 전염성 비율을 봐도 선진국 개화인이라 자청하던 나라들이 더욱 심각성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다지도 심각한 사태 중에도 이 난국을..

작품 발표작 2020.10.28

사노라면_(수필)한비문학

사노라면 김철이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한 생애를 사노라면 웃을 날도 있고 울 날도 있다. 물론 태어날 때는 누구나 울면서 태어난다고 하더라만. 십여 년 전 선종하시고 지금은 그 인자하신 모습을 뵐 수는 없지만, 가톨릭 부산교구에 소속돼 계셨던 노 사제 한 분이 계셨는데 그 사제는 입가에 웃음이 떠날 날이 없었다. 그 사제는 공식 자석이든 비공식 자석이든 늘 입버릇처럼 말했다. 여니 사람은 세상에 태어날 때 죄다 울면서 태어난다고들 하는데 당신은 어머니께 전해 듣기로는 배에서 나올 때부터 웃으면서 태어났다고 말이다. 그 사제는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늘 웃으며 말씀하셨다. 당신은 아무리 슬픈 일을 맞이해도 울기는커녕 슬픈 표정을 지을 수가 없다고 하셨다. 그 노 사제는 평생을 시야로 볼 수 없는 외길 사제의..

작품 발표작 2020.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