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발표작

하나 된 국론_(수필)한비문학

松竹/김철이 2024. 6. 27. 23:20

하나 된 국론

 

                                                    김철이

 

 

어느 날 시각장애인 한 사람과 다리를 저는 지체장애인 한 사람이 아주 험한 길에 동시에 도착하였다. 그때 시각장애인이 지체장애인에게 자기를 좀 도와 달라고 간청했다. 이에 지체장애인이 대답했다.

"내가 어찌 이 몸으로 당신을 도와줄 수 있겠소? 성치 못한 다리로 혼자 걷기도 버거울 지경인데",

 

이어 지체장애인이 이런 제안을 했다.

"만일 당신이 나를 업고 간다면, 난 당신의 눈이 되어 장애물을 맞닥뜨릴 때마다 미리 일러줄 수 있소. 그러면 내 눈이 당신의 눈이 되고, 당신의 발이 내 발이 되는 셈이지요."

"거 좋은 생각이구려."

 

곧이어 시각장애인이 지체장애인의 등에 업었다. 그리하여 둘은 그 험한 길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느 궁궐에 아주 맛있는 과일이 열리는 신기한 나무가 있었다. 임금은 과일나무를 지키기 위해 두 사람의 경비병을 거느리게 됐다. 그런데 한 사람은 시각장애인이었고, 한 사람은 성장 장애인이었다.

 

앞을 볼 수 없고 키가 작아 높은 곳에 손이 닿지 않은 두 장애인을 경비병으로 둔 이유는 두 경비병은 신비의 열매를 따 먹고 싶었으나 너무 높은 곳에 과일이 열려 손이 닿지를 않았다. 맛있는 과일을 따 먹을 수 없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두 경비병은 참다못해 잔꾀를 냈다. 키 큰 시각장애인이 성장 장애인을, 목말을 태우고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쪽으로 이동하며 실컷 열매를 따 먹고 말았다.

 

임금은 열매가 없어진 것을 알고 두 경비원을 문책했다. 그러자 두 경비병은 각각 울부짖으며 호소했다.

"앞을 못 보는 제가 어떻게 열매를 따 먹겠습니까."

"성장 장애를 지닌 제가 어떻게 저 높은 나무의 열매를 따 먹을 수 있겠습니까."

임금은 두 경비병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비록 옳지 않은 일이라도 둘이 함께 힘을 합하면 묘안이 나오는 법이다. 하물며 좋은 일을 위해 여럿이 힘을 모으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까. 협동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다. 사람이 역경을 만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이웃과의 협력이다.

 

푸르른 초원에서 얼룩소, 검은 소, 붉은 소 세 마리는 언제나 함께 뭉쳐 다녔다. 사자는 그 소들을 잡아먹고 싶어 매일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나 세 마리의 소는 언제나 같이 다니면서 사자가 덤벼들면 셋이 한꺼번에 대항하였기 때문에 잡아먹을 수가 없었다. 어떨 때는 서로 떨어져 풀을 뜯고 있어서 한 마리에게 달려들면 다른 두 마리의 소가 부랴부랴 달려와서 제 동무 소를 위해 덤비기 때문에, 사자는 싸우다가 지쳐서 돌아가곤 하였다. 하루는 풀밭에 얼룩소가 따로 떨어져 있으므로 사자는 가까이 다가가서 은근한 목소리로

"세 마리의 소 중에서 가장 힘센 것은 자기라며 붉은 소가 뽐내더라"

라고, 붉은 소를 헐뜯으며 이간질했다. 이 말을 들은 얼룩소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여태껏 셋이 똑같이 힘을 합해 천적과 대항해 싸워왔고 무슨 일이든지 함께 도와 왔는데 붉은 소가 모두 제힘으로 그렇게 된 것처럼 말했다고 하니 몹시 불쾌하고 건방진 소리가 아닌가 싶었다.

 

사자는 얼룩소에게 거짓말을 해 놓고는 붉은 소와 검은 소가 풀을 뜯고 있는 곳으로 다가가서는 얼룩소에게 했던 같은 거짓말을 했다.

"세 마리 가운데서 얼룩소가 제일 기운이 세고 다른 짐승에게 지지 않는 것도 얼룩소 때문이라고 하니

"그게 정말이냐?"

라고, 붉은 소와 검은 소에게 물었다. 붉은 소와 검은 소는 얼룩소가 했다던 말에 무척 불쾌해했다. 그 와중에 붉은 소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던 나머지 얼룩소에게 덤벼들었다. 얼룩소도 붉은 소가 자기가 제일이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있는 힘을 다해 붉은 소에게 맞서 덤벼들었다. 검은 소가 말렸지만 두 마리의 소는 뿔이 빠지도록 싸웠다. 그러나 두 마리중 어느 편이 정말 센지 알 수가 없었다. 이날부터 세 마리의 소는 함께 붙어 다니지도 같이 놀지를 않았다. 이후 사자는 자신이 노리던 기회를 잡은 듯 세 마리의 소를 차례로 잡아먹었다.

 

우화에 불과한 세 마리 소의 이야기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듯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교훈이 확인되지 않았는가, 현재 우리나라 정세를 보는 듯하지 않은가, 민생은 고물가 시대를 살면서 지쳐 숨소리조차 내기 버거워하는데 보수다. 진보다. 하여 국민의 대변인 봉사자가 되어도 부족할 정치인들은 자기네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 없으니 5,175여 만 명의 대한민국 국민은 누굴 믿고 살아가야 옳은 것인지 도무지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귀에 쟁쟁하다.

 

22대 총선을 마친 이즈음 지역구 254명, 비례대표 46명의 국회의원을 국민의 입이 되고 귀가 되라고 국회로 보내놨으니 참을 인을 가슴에 새기며 기다려볼 수밖에 없지만,

"마이 뭇다 아이가“

라는 영화에 등장하는 한 장면의 대화처럼 참 정치인이라면 누구든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지 말고 신음하는 민생을 두루 살피며 국민의 대변인 역할을 충실히 하는 한편, 보수 정치인도 진보 정치인도 대한민국 국민임은 틀림이 없으니만큼 뿔뿔이 흩어진 국론을 하나로 모아 위기에 처한 나라를 위해 헌신했다는 칭송을 자손만대 두고두고 듣는 정치인들로 뭇 기억 속에 살아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