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시간의 언어 25

의병장(義兵將) _ 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의병장(義兵將) 松竹 김철이 섬나라 오랑캐 침략에 봉기한 칠백여 민초의 함성이 잠자던 몽산포 너울을 뒤흔들어 깨우니 노도로 변하여 금산을 오르네 도포 자락 허리춤에 장검 길게 차고 중봉에 오르니 칠백 백성 의기충천 하늘을 찌르고 고개 숙인 오랑캐 의기소침하더라 한바다 겨울 햇살 잘도 저무는데 대장부 나라 근심 사그라지지 않고 골바람에 놀란 잡새 눈을 뜨니 초저녁달 무심하기 창검을 비추네 왜적들 화승총 흉탄이 선량한 백의민족 심장을 겨누니 의병장 충심에 횃불 밝혀 왜국 영혼까지 서늘케 하더라

개인♡시집 2023.05.21

칠백의총(七百義塚) _ 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칠백의총(七百義塚) 松竹 김철이 보석사 예불 소리 태평성세 빌고 빌었건만 들고 나는 현해탄 물꼬 따라 쓸려온 멸치 떼 금수강산 넘보니 모국애 치솟는다. 인두겁 뒤집어쓴 섬나라 왜구 무리 해적질 날이 밝고 해 저무니 후학을 가리키던 선비가 솔선수범 의병장으로 충효를 가리킨다. 글을 벗하고 붓을 벗하던 군자의 손에 장검을 잡으니 백의종군 나아가는 길에 살신성인 충절이 국혼(國魂)으로 피더라

개인♡시집 2023.05.14

중봉집(重峰集)_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중봉집(重峰集) 松竹 김철이 문인의 혼을 펼쳐놓고 한 획 한 획 적어 내려 태평천하 담으려 했는데 피비린내 웬 말인고 기름진 옥토를 들고 놓는 이리 떼 철포 소리 차고 넘치건만 만월도 슬퍼 구름에 쌓인다. 피로 물든 고국 땅 눈 뜨고 못 볼세라 붓 잡던 선비 옥수 칼을 잡으니 칠백의총 혼불로 피누나 달은 밝고 금산은 깊은데 소쩍새 우는 소릴 듣자니 떠듬대는 산새 울음보 시인의 애간장을 끊는구나.

개인♡시집 2023.05.07

밤 설화_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밤 설화 松竹 김철이 어젯밤 뭘 했는지 상현달 먹구름 새로 온밤을 졸고 허접한 닭장 햇병아리 덩달아 조는데 임 잃은 야화 서글피 피더라 그믐을 향한 하현달 걸음은 조급하기만 하고 풀벌레 사계절 정형시를 읊는데 삽살개 괜스레 별 보고 짖누나 쌓은 둥 만 둥 허술한 돌담 월장을 하듯 보름달 흙먼지도 잠든 집안을 엿보는데 소쩍새 울음 징검다리를 놓는다. 초승달 밤의 문을 열면 잔별은 밤마실 할 궁리를 하고 서리꽃 쪽창에 피는데 밤이슬 응달 풀잎을 촉촉이 적시네

개인♡시집 2023.04.30

끈_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끈 松竹 김철이 세상은 내게 물었지. 넌 먼 훗날 자라서 뭐 될래? 고사리손 움켜쥐고 다짐했네 글 꾼이 되겠다고 몽당연필 쥐고 내 차가운 가슴에 자문자답했었네 입 있어도 말 못 하고 귀 있어도 말 못 듣는 입 대고 귀 되리라고 한 글자 두 글자 원고지 한 칸 두 칸 메우며 세상을 담고 세월을 담아 내 인생 끈을 묶었지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고, 공짜 나이 허겁지겁 먹다 보니 인생 칠십 코앞이라 노을 진 인생 고개 허둥지둥 내려갈 끈이나 잡으련다.

개인♡시집 2023.04.23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_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 松竹 김철이 물도 흐르고 세월도 흘러 로켓 타고 우주여행 할 참인데 눈에도 들지 않는 병마 손에 이끌려서 만물 영장 인간사가 말이 아니네 도회지 전깃줄에 참새 떼가 늘려 앉아 끼리끼리 숙덕거렸지 살다 살다 허공 나는 새 마스크 쓰고 날 세상 올 줄이야. 허풍만 펑펑 너 잘 났으면 나 잘 났지, 내기라도 할 심산가 세계 공동운명체 허울도 좋더니만 하루살이 공동체로 전락한 지 오래지 세상 소풍 살이 정주고 마음 주며 살다 오라 하셨는데 이기심은 산을 넘고 강을 건너니 벌주고 회초리 쳐서 나무란 듯싶구려.

개인♡시집 2023.04.16

범죄자_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범죄자 松竹 김철이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는 모두 범죄자 절도범인지 정치범인지 통 알 수가 없네 코도 삐뚤고 입도 삐뚤고 마음도 삐뚤게 생겼을까, 마스크 속 참모습 볼 수 없구나 산새인지 들새인지 구분 못 하고 민물고기인지 바닷고기인지 구분 못 할 시국이다 아침 출근길 배웅한 가족도 저녁 퇴근길 맞이할 타인이라 오늘도 우리는 코미디 같은 세상을 왜 사누

개인♡시집 2023.04.09

시간_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시간 松竹 김철이 피곤도 하련만 지칠 줄 모르는 달음질 길고 짧은 인생살이 인생 지표를 등에 업고 달린다. 길고 짧은 두 다리 균형도 맞지 않을 텐데 가난함과 부유함을 가리키듯 불철주야 잠시도 쉼이 없다. 쉼 없는 그대 걸음이 시기와 질투의 걸음, 분노와 배척의 걸음이라면 차라리 고장 난 시계로 편히 쉬려 마 그가 가는 곳 다툼이 있고 화해가 있으니 미움도 있고 사랑도 있으리니 미움 털 빼내고 사랑 털 심어주길

개인♡시집 2023.04.02

소쩍새_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소쩍새 松竹 김철이 밤이 깊으면 새는 낯선 울음으로 밤과 새벽 이랑마다 다리를 놓는다 야밤 돌풍 소용돌이에도 무너지지 않는 소리의 다리 제 새끼들 그 다리 건너 고목 둥지로 간다. 행여 다리가 끊어질까 봐 홀어미 새는 소쩍소쩍 울음 징검 돌다리 연이어 촘촘히도 놓는다 고랑 깊은 봄 야밤 슬하 새끼 걱정이 깊어 장작불 가마솥에 쑥떡을 얹혀놓은 듯이 목이 메고 목이 쉬더라

개인♡시집 2023.03.26

감정(感情)_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감정(感情) 松竹 김철이 나 좋으면 다 좋은 거지 뭐 부모님 물려주신 교훈으로 한평생 살았는데 무형의 악이 이빨을 드러내니 대처 방도는 뻔한 것 세상살이 고달프다 남 탓할 궁리 하지 말고 무릉도원(武陵桃源) 도를 닦아 신선놀음 즐겨 삼세 오늘도 하루살이 내일도 하루친데 인생살이 고달프다 말만 말고 뒤 한번 돌아보소 배부른 자 간 곳 없고 배곤 자만 지천이지 모레도 백 년 살이 글피도 백 년 살이 넓혀갈 생각 말고 배곯은 자 밥 한술 얹어주어 내세(來世) 복덕(福德) 쌓다 감세

개인♡시집 2023.03.19

인륜(人倫)_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인륜(人倫) 松竹 김철이 인간사 만남이란 모두가 남남이고 낯설긴 마찬가지 초면 부지 인연의 실 드높은 창공 아스라이 차고 오를 구면의 연실로 성화시켜 세상을 탄다. 윗사람 아랫사람 서로 아껴주고 도와가니 세상은 은혜를 베풀어 마음 큰 부자로 살게 하더라 세상천지 인간 천지 나라님 신하를 믿고 신하는 나라님을 따르는 게 도린데 욕심보 불려가면 하늘도 노하사 사금파리 된단다. 세월도 흐르고 강물도 흐르지만 마땅히 흘러선 안 될 건 세상 뭇 인간사 도리의 강일세

개인♡시집 2023.03.12

천륜(天倫)_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천륜(天倫) 松竹 김철이 하늘이 매어주신 연줄 잡고 세상 마실 나온 벌거숭이 첫울음 울 적에 첫 만남 소중히 맞아주었네 버거운 인생살이 아옹다옹 살다 보면 원수 대하듯 할 날 있으련만 천륜지정 되새김질 평생을 산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 웃고 함께 울라시던 천명을 받았으니 고향 가는 그날까지 입 안 혀처럼 살리 누구는 더 갖고 누구는 덜 가진들 눈꼬리 치켜올리지 말고 세상 축복 꿔다가도 빌어줘야지

개인♡시집 2023.03.05

까치_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까치 松竹 김철이 오늘은 또 무슨 소문 물고 왔을까. 아침은 눈곱도 떼지 않았건만 수다가 지천이네 바람도 머금지 못할 세상 숱한 풍문을 알 수 없는 언어로 가을 들판에 토해낸다. 참말인지 거짓인지 알 순 없지만 반가운 소식 물고 오는 길조라니 믿어볼 수밖에 속 다르고 겉 다른 게 세상이라 겉모습 먹물이라 속마음도 먹물이랴 먹물도 씻으면 그만인걸

개인♡시집 2023.02.26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_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松竹 김철이 계절의 끝은 어딘지 몰라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봄은 실눈을 뜨려 하지만 해묵은 전염병 시절 문 앞 망나니 칼춤 추듯 하더라 청산은 꽃피울 채비로 분주한데 병마 꼬리는 산천을 휘감으니 새순은 지레 겁먹고 허공을 나는 철새 날개를 접겠네 봄은 봄이로되 봄나무 가지마다 역병이 맺혔으니 꽃 순도 병색이요 날아든 따오기 울음마저 병색이라 춘삼월 절경은 어디에서 찾으랴

개인♡시집 2023.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