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시간의 언어 25

처가(妻家)_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처가(妻家) 松竹 김철이 처가와 통시는 멀수록 좋다고 어느 누가 말했든가 이 모두가 어불성설 내 아내 양처현모 꿈꾸던 동지인걸 하늘이 내 미래의 내자로 점지하여 몇십 년을 고이고이 숨겨놓고 삶의 학습시키느라 갖은 시련 몸소 체험시켜주신 보석함이었네 험상궂은 세상사 참사랑 나누라고 하나뿐인 마음의 고향 덤으로 하나 더 챙겨주시어 첫 마음 첫정으로 부여안고 살라네 하늘이 내게 더부살이 주셨으니 넋의 고향 가는 그날까지 본가를 다하듯이 추억 쌓기 패물함 삼아 고이 보존하리라

개인♡시집 2023.02.05

외가(外家)|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외가(外家) 松竹 김철이 철부지 코흘리개 어리광 둥지로 삼아 곡도 가사도 없는 천방지축 노래를 불러도 금지옥엽 재롱잔치로 받아주었지 놀고 또 놀아도 끝이 없을 유년 시절 마냥 뛰어놀 놀이터 되어 동심에 추억 쌓기 스승 노릇 능하더라 어머니 향기 가득히 품고 모정을 담을 보석함 고운 칠하며 꿈 많던 시절 꿈의 꽃순 안팎에 접붙였대 코흘리개 소꿉친구 낭군 삼아 사금파리 소꿉놀이하며 연필도 공책도 없이 현모양처 학습장 구실 능통했네!

개인♡시집 2023.01.29

본가(本家)|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본가(本家) 松竹 김철이 한줄기 옹기종기 매달려 피는 초롱꽃인 양 부모님 슬하 올망졸망 피어 사계절 드높은 사랑을 모이로 삼아 장래의 꿈을 키워가던 곳 부모님 피와 살을 물려받아 사시사철 동고동락 호연지기 날로 키우며 더운밥 찬밥 서로 나누던 삶의 둥지 인생살이 살다 보면 생의 희로애락 절로 이는 계절풍 같아서 때론 몹시 아프고 몹시 슬퍼도 피신처 되어 버선발로 맞아주었지 부모님 떠나시고 없어도 모진 인생살이 힘겹고 버거울 때면 위로받을 부정(父情) 모정(母情)을 찾아들 듯 심뇌(心惱)를 풀어놓을 고향 같아라.

개인♡시집 2023.01.22

가족(家族)|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가족(家族) 松竹 김철이 세상 인생사 뭇 인연 중에 누가 불러도 같은 이름으로 묶어놓은 하늘의 뜻은 특별히 사랑하고 특별히 아파하라는 것이리니 홀로 나선 세상 소풍 길 터덜터덜 외로울까 봐 위아래 값없는 사랑으로 짝지어놓고 가족애 풀고 헐어 정으로 살랬지 살다 살다 지치고 버거울 때면 등 내주고 가슴 내주어 밤길 가로등 되고 소나기 쏟아질 때 우산이 돼주라네 고양이 발에 물 털듯이 네 일 내 일 가리지 말고 천만금 주고도 바꾸지 못할 피붙이 하늘가는 그날까지 내 몸처럼 사랑하랬지

개인♡시집 2023.01.15

아내|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아내 松竹 김철이 불혹을 홀아비 냄새 폴폴 풍기던 냉가슴에 은은한 목련 향으로 다가와 나팔꽃 아침을 맞았고 달맞이꽃 저녁을 더불어 맞았지 소나기 끝없이 내려도 구멍 난 우산조차 씌워줄 수 없고 뙤약볕 강렬히 내리쬔들 망가진 양산마저 바쳐 줄 수 없는데 날 우산 삼고 양산 삼더라 문득문득 자다가도 떠오른다. 내 어둔한 생각이 내 어눌한 손놀림이 당신 생애 만개할 꽃을 시들게 하진 않았는지 그대 삶의 텃밭 밑거름 줄 수 없어도 내 영혼에 더해 참사랑 웃거름 걸러 주리니 사시사철 피어 시들지 않을 인생 꽃피워 소풍 길 더불어 깔아줬으면

개인♡시집 2023.01.08

형제|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형제 松竹 김철이 아버지 뼈를 타고 어머니 배를 빌려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상 소풍 길 나선 참 벗이라 흉사도 길사도 더불어 업고 살았네 철부지 시절 속없는 생각에 성도 같고 피도 같으니 살아갈 모습도 같을 테지 했는데 온순한 성격 괴팍한 성질 각양각색이더라 그래도 외로울 땐 통째 마음 내주고 괴로울 땐 값없이 기댈 등 내주니 홀로 갈 세상 산보 길이 마냥 외롭진 않더군 몇십 년 이래저래 살다 보니 저승길 홀로 떠난 이도 피눈물로 손 흔들어 떠나보낸 이도 이별하는 사연 떨어지는 낙엽 이야기더라

개인♡시집 2023.01.01

어머니|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어머니 松竹 김철이 모진 고뇌 흙에도 묻히지 못할 넋에 감춘 채 아픔을 곰삭혀 삶의 토양 삼으셨지 인생의 텃밭 인고와 감내의 씨앗밖에 심을 게 없어 시집살이 석 삼 년에 건질 건 생의 희로애락뿐 생의 터전에 한만 숱하게 쌓으셨다네 왜 굳이 더러운 시대만 골라 사셨을까, 골수에 한이 맺힌 그 이름 그 모습들 어디 두고 가셨는지 이승과 저승의 기로에서 인생사 맺은 끈을 놓지 못해 오열을 토하셨으니 천국 마당 무대 삼아 한풀이나 실컷 하고 사시구려

개인♡시집 2022.12.25

아버지|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아버지 松竹 김철이 동지섣달 새벽 댓바람 무색하게 대 망태기 둘러메고 놓쳐버린 세월을 낚으러 가셨네 시대를 잘못 타고 난 탓에 솟구치는 신명 주체할 수 없어 소리통 목에 걸고 국악과 양악을 두들겼으리라 명인의 손길도 돋보이게 당신 손길 닿으시면 망가진 우산 새 우산이 되고 구멍 난 밥솥 새 밥솥이 되더이 그 숱한 끼 못다 풀고 가셨으니 너른 하늘나라 놀이터 삼아 해묵은 살풀이 여념 없으시겠지

개인♡시집 2022.12.18

성찰(省察)|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성찰(省察) 松竹 김철이 귀는 둘이요 입은 하나인 것은 말은 줄이고 세상 소리 귀 기울이라는 뜻 누구 하나 지키는 이 없더라 인생사 정법만 법인가, 대자연 섭리 하늘의 법인걸 뚫린 입이라 사십오억 년을 하루같이 하기만 하고 듣질 않더군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 듯이 인간사 말로 얻은 마음의 병은 백약이 무효일세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고 했듯이 귓구멍이 좁은 뜻은 세상 쓸 말이 적어서인가, 하노라

개인♡시집 2022.12.11

삶의 고해(告解)|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삶의 고해(告解) 松竹 김철이 아득한 불모지 눈에 들지 않는 유니콘 타고 고삐도 잡지 않은 채 코앞만 보고 달리는 인생아 네 가려는 곳 그 어디더냐 외롭고 허전한 세상사 험상궂고 사나운 고해(苦海)에 너 무엇 찾으려 하느냐 드넓은 들판에 웃는 저 꽃들과 드높은 창공에 우는 저 새들의 그 운명이 죄다 하나같구나 삶에 정신을 쏟아 슬픈 심정에 가련한 인생아 너는 험상궂은 인생사 외줄 위에 아스라이 광대 춤추는 꼭두각시로다

개인♡시집 2022.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