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이야기 15

신앙 이야기 |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본당에서 6주간의 성령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본 당이 설립되고 처음으로 진행된 성령 세미나였는데, 제가 교육분과장으로서 그 처음을 준비하고 끝까지 함께할 수 있는 영광을 주신 성령 하느님께 진심으 로 감사를 드리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영광스러웠던 감동의 시간 이전, 마음속에 두려움과 불안함만이 가 득 차 있던 저는 어떤 것에도 순명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올 초 본당 신부님께서 교육분과장 을 맡아 달라는 말씀을 하셨을 때도 핑곗거리부 터 찾았습니다. 당시 저는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에서 시작된 우울증을 치료하는 중이었 고, 수술까지 앞두고 있었기에 당연히 맡을 수 없다 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수술이긴 했지만, 그 또한 하..

삶의 보따리 2025.06.09

신앙 이야기 | 떠나가는 자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떠나가는 자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야학에서 교사로 활동한 지 8년째가 되는 올해, 처음으로 담임을 맡았다. 오랫동안 근무했던 학 교에서는 담임을 여러 번 했지만, 여기에서는 처 음이라 그리 가슴이 설렐 수가 없었다. 학교를 떠 난 지 수십 년 만에 공부를 새로 시작하는 60대, 70대 만학도들에게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신학기를 의욕적으로 시작했다. 내가 맡은 1학년 신입생은 7명이었다. 공부하 겠다는 뜨거운 열정을 지니고 들어온 그들인지 라 평일 오후 7시부터 9시 30분까지 하는 수업에 첫날부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서 선생님들의 칭찬을 받았다. 그러다가 1주일이 끝나갈 때 한 학 생이 전화를 걸어왔다. 이런저런 일로 학교를 더 는 다니기가 힘들다는 거였다. 그 학생은 전화로 양해를 구하면서 ..

삶의 보따리 2025.06.02

신앙 이야기 | 미사·말씀·기도의 은총

미사·말씀·기도의 은총 저는 4년 전에 혼인성사를 받았습니다. 병원 이라는 곳을 모르고 살던 저는 결혼할 때쯤부터 몸이 아프기 시작했는데 3년 동안 수술을 2번 했 고, 먹는 것을 잘 먹지 못하게 되어 고생했습니 다. 어렵사리 원하던 아이를 가지게 되었는데, 임 신기간에도 좋지 않은 몸 상태가 계속되다 보니 출산예정일까지 기다리는 게 멀게만 느껴지고 마음 안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자리 잡기 시작했 습니다. 하루를 지내는 게 힘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미사, 말씀, 기도 안에서 듣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라는 신부님의 강론 말씀이 생각나서 매일 미사에 나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출산 전까지 요한복 음을 필사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매일 지내다 보니 어느덧 출산까지 한 ..

삶의 보따리 2025.05.12

신앙 이야기 |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지금껏 한번도 느껴보 지 못했던 이 느낌이 미스테리하기까지 했다. 너 무 확실한데 형언하기가 어려워서 누구에게 설명 하기도 어려웠다. 너무 좋아서 퇴근 후의 그 시간 이 기다려지기까지 했다. 코로나가 회복될 즈음에 불어닥친 경기 한파 는 나에게도 예외가 없었다. 남편의 일도, 나의 직 장도 뜻대로 되지 않았고 갑상샘 관련 지병도 재 발하여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 있었다. 모든 일들 이 의도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느껴졌다. 지병과 함께 찾아온 우울감은 끝이 어디인지 모 를 지경이었다. 9일 기도를 시작했다. 절박함이긴 했지만. 무교였던 남편이 15년 전 나의 권유로 세 례를 받았고, 3년이 넘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묵주 기도..

삶의 보따리 2025.04.14

신앙 이야기 | 아버님의 유언, 그리고 사제 성소를 향한 기도

아버님의 유언, 그리고 사제 성소를 향한 기도  2017년 7월 18일, 아버님께서 담도암 투병 끝에 주님 품에 안기셨습니다. 마지막 순간, 자녀들을 불 러 모아 남기셨던 유언이 아직도 가슴 깊이 남아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첫 손주인 윤호 안드레아에 게 남기신 말씀이 선명합니다. “안드레아가 사제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안드레아는, 그 뜻을 다 이해하지 못한 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알 았어요.”라고 답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버님을 떠나보낸 후, 저희는 일상의 신앙생활 로 돌아왔습니다. 교중미사를 봉헌하고, 레지오 활 동을 하며, 작은 봉사를 실천했지만 크게 달라진 것 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가 찾아왔습니다. 예기치 않은 상황 속에서 성당에 가는 발걸..

삶의 보따리 2025.04.07

신앙 이야기 | 마음 여는 열쇠, 묵주기도

마음 여는 열쇠, 묵주기도  눈이 소복이 내립니다. 따스한 아파트의 창으 로 보니 그 풍경이 멋있습니다. 내리는 눈을 보며 막냇동생과 조카가 떠올랐습니다. 그때도 눈이 내렸습니다. 막냇동생과 조카와 부모님과 함께 서울 나들이를 하기로 했던 날이 었습니다. 약속 시간이 한 시간이나 훌쩍 넘어갔 는데도 동생이 오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 어 집으로 가보았습니다. 동생은 자동차 열쇠를 열심히 찾고 있었습니 다. 열쇠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세 살배기 조카가 자동차 열쇠를 갖고 놀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열쇠 행방이 묘연했습니다. 열쇠를 못 찾아 그날 계획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습니다. 에고! 며칠 후 집에서 묵주기도를 하고 있는데 조카 가 놀러 왔습니다. 조카는 저를 보더니 열쇠를 달 라고 했습니다. 저는 ..

삶의 보따리 2025.03.31

신앙 이야기 | 내가 꿈꾸는 성가정

내가 꿈꾸는 성가정  모태신앙으로 시작된 나의 신앙생활은 사춘기 시절의 방황을 제외하고는 나의 중심이었다. 초등 부, 중고등부 시절을 지나 청년이 되자, 나의 신앙 생활을 돌이켜보면 중고등부 교사 10년과 청년기 5년을 열정적으로 보냈다. 그동안 하느님께서 나의 반쪽도 선물해 주셨다. 그렇게 결혼을 앞두고 하느 님이 보시기에 신앙적으로 좋은 성가정의 모습은 어떠한지 생각하게 되었다. 단순히 성당에서 혼인 성사를 통해 결혼하고, 꾸준히 신앙생활을 하는 것 이 나에게 주어진 성가정이라면 뭔가 부족해 보였 다. ‘늘 하던 신앙생활인데, 성가정이라고 하면 무 언가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고민이 길어졌다. 그러던 중 혼인미사 준비를 위해 주례신 부님을 찾아갔었다. 신부님께서는 앞으로의 결혼 생활에서 ..

삶의 보따리 2025.03.10

신앙 이야기 | 파테르 노스테르 (우리 아버지)

파테르 노스테르 (우리 아버지)  평화를 빕니다.저는 교구 청소년사목국이 주관하는 제8기 청 년 도보 성지 순례에 참여하였습니다. 행사 당일 핸드폰을 제출하며, ‘내가 사는 삶에서 벗어나 주 님과 가까워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순 례길의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첫날 미사 봉헌 후 순례가 시작되었습니다. 조원들과 걸으며 묵주기도를 봉헌했지만, 속 도에 따라가지 못해 차츰 뒤로 밀리게 되었습니 다. 조원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마음속으로 는 이런 속도라면 차라리 포기하고, 조원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말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행 히 포기하지 않고 목적지인 ‘꽃동네 교황 프란 치스코 센터’에 무거운 몸으로 도착하였고, 숙 소에서 룸메이트와 휴식을 취한 뒤 저녁 프로그 램 참여를 위해 강당으로 이동하..

삶의 보따리 2025.02.24

신앙 이야기 | 죽음을 배웅하는 봉사

죽음을 배웅하는 봉사  “천 년도 당신 눈에는 지나간 어제 같고 마치 한 토막 밤과도 비슷하나이다. 주여! 당신만은 영 원히 계시나이다.” 시편 90편 4절을 인용한 성가가 장례 미사 고 별식 때 울려 퍼지면 살며시 흐르는 눈물이 한없 이 작아지는 내 모습을 적셔준다. 죽음은 곧 살아 있는 자들의 거울인 것 같다. 본당에서 죽은 자들 을 많이 접하는 단체가 있다면 아마도 연령회가 아닌가 싶다. 본당에는 많은 단체가 있다. 주로 본당 안에서 많은 봉사를 왕성하게 하지만, 그중 연령회는 본 당 밖에서 죽은 자를 통해 신자인 유족들 또는 비 신자 유족들 사이에서 봉사를 하게 된다. 본당에 서 임종한 신자가 있으면 당연지사 연령회를 먼 저 찾는다. 인생의 새출발을 하는 결혼식은 좋은 날을 택 일해서 그 시기와 ..

삶의 보따리 2025.02.17

신앙 이야기 | 제 딸을 봉헌합니다 | 저를 봉헌합니다

제 딸을 봉헌합니다  저는 젊은 시절부터 오랫동안 본당의 성소후원회를 담당했습니다. 복사단 을 인솔해 서울신학교, 수원신학교, 수도회, 수녀회 등을 방문하며, 사제 또는 수도자가 되라고 독려해 왔습니다. 그런 제게 어느 날 딸이 다가와 대 학을 졸업하자마자 수녀원에 입회하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전했습니 다. 저는 듣자마자 반대부터 했습니다. 사랑하는 딸이 내 품을 완전히 떠날 것 같은 두려움일 수도, 미대를 나와 멋진 작가가 되겠거니 하던 기대가 사라 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신자로서 느끼는 성소의 기쁨보다는 꽃 다운 나이에 주님을 위해 봉헌하는 딸의 삶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지, 부모 로서 막연한 걱정이 더 앞서서일 겁니다. 얼마 후 수녀님 두 분이 가정방문을 오셨습니다. 그분들의 표정을..

삶의 보따리 2025.02.10

신앙 이야기 | 내 든든한 빽은 하느님

내 든든한 빽은 하느님  군 전역을 한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유독 예민하고 소심했던 저는 군대에서 느꼈던 어려움과 고민의 순간이 지금까지도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런 제가 무사히 전역할 수 있 었던 것은 하느님의 보살핌이 있었기 때문이 아 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3년을 방황의 시기로 보내다가 졸업 하고, 결국 원하는 대학 입시에 실패했던 저는 캠 퍼스 생활의 즐거움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한 학기 만에 휴학하고 입대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모두 제가 군 생활을 잘 해낼 것이라 얘기했고, 저 또한 잘할 자신이 있었기에 군대에 간다는 것이 두렵거나 겁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입대를 한 첫날부터 보충대 입소 전에 부모님과 함께했 던 식사가 탈이 났는지 며칠간 복통에 시달려..

삶의 보따리 2025.02.03

신앙 이야기 | 회개(悔改), 너는 안 하니?

회개(悔改), 너는 안 하니?  우리 본당의 십자고상(十字苦像)은 예수님의 시 선이 왼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십자고상 에서 예수님은 머리를 오른쪽으로 떨구고 계시는 데, 이는 예수님께서 골고타 언덕에서 돌아가실 때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되어 왔습니다. 성경에 따르면,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매달린 두 죄수 중 한 명은 예수님을 조롱했지만, 다른 한 명은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께 믿음을 고백했습니다.(루카 23,42 참조) 예수님은 그에게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루카 23,43)라고 응답하셨습니 다. 이 회개한 죄수는 성 디스마스(성 라트로)로, 축 일은 3월 25일입니다.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신앙으로 비신자인 아내 와 혼인성사를 받고 두 아들을 주님에게서 선물로 ..

삶의 보따리 2025.01.27

신앙 이야기 | 그럼에도, 주님!

그럼에도, 주님!  유방암이 폐로 전이되어 4기 환자가 되었다. 최 종 수술과 치료가 끝난 지 7년 만의 일이었다. 의 사 선생님의 입에서 “폐 전이 입니다.”라는 말이 나 왔을 때 간절히 모았던 두 손을 풀고 제일 먼저 마 음속으로 외치던 말은 “주님, 어떻게 제게 이러십니 까!”였다. 나는 누구에게 특별히 잘못하지 않았고 그저 고요하고 평범하게 살았던 것 같은데, 대체 왜 나를 바닥 끝까지 처박으시는지 궁금했고 원망스러 웠다. 그럼에도 내가 매달릴 곳은 주님뿐이라서 미 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코로나바이러스 시기를 기 점으로 여러 핑계가 주렁주렁 매달려 성당을 거의 찾지 않았고, 엄마의 성당 가자는 말도 귀찮게만 느 껴졌었다. 그런 내가 그저 바라는 걸 얻고 싶어서 가 슴 속에 원망을 품고 참여한 미..

세대간 소통 2024.05.11

신앙 이야기 | 은총 주님 은총 꽉 잡고 함께 걸어요

은총 주님 은총 꽉 잡고 함께 걸어요 나는 한때 주일 미사만 꼬박꼬박 나오던 발바 닥 신자였다. 어느 날 성당 자매님이 레지오 마리 애에 가입해 보지 않겠느냐는 말을 건네 왔다. 소 싯적에 청년 레지오를 했던 적이 있어서 레지오가 낯설지 않았고, 하느님께서 이렇게 나를 또 가까 이 두시려 하나 보다 생각했다. 레지오 마리애에 서 활동하다 보니 낯설었던 형제자매님들이 하나 둘 익숙한 얼굴이 되어갔다. 심심치 않게 여러 단 체에서 가입 권유도 받았고 봉사라는 이름으로 성 당에서의 활동 범위가 넓혀졌다. 권유였지만 결국엔 나의 선택이었고 후회하기 에 앞서 일단 부닥쳐 보기로 했는데, 공동체 안에 서의 봉사는 때론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나 를 하고 있으면 다른 하나가 보태지는 식이였고, 가족들에게까지 강요..

세대간 소통 2024.02.20

신앙 이야기 | 신앙이라는 선물

신앙이라는 선물 친구들 대부분이 취업해서 회사에 자리를 잡았 던 이십 대 후반에, 저는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입대했습니다. 체력이 좋지 않았던 저는 부 대의 일과를 따라가기 힘들었습니다. 거기에서 비 롯된 정신적 스트레스 그리고 군대 특유의 강압 적인 분위기는 제 삶을 지옥으로 바꾸어 놓았습니 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밤이 오기를, 밤이 되면 아 침이 오지 않기를, 아니면 이대로 눈이 떠지지 않 기를 바랐습니다. 그런 제게도 희망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종교 활동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부대 밖에서의 종교 활동은 모두 금지되었는데, 확진자 수가 조금 줄어들면 부대 밖에서 이뤄지는 종교 활동을 허락해 주곤 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저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미사에 참석할 수 있 었..

세대간 소통 2023.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