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여는 열쇠, 묵주기도
눈이 소복이 내립니다. 따스한 아파트의 창으 로 보니 그 풍경이 멋있습니다. 내리는 눈을 보며 막냇동생과 조카가 떠올랐습니다.
그때도 눈이 내렸습니다. 막냇동생과 조카와 부모님과 함께 서울 나들이를 하기로 했던 날이 었습니다. 약속 시간이 한 시간이나 훌쩍 넘어갔 는데도 동생이 오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 어 집으로 가보았습니다.
동생은 자동차 열쇠를 열심히 찾고 있었습니 다. 열쇠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세 살배기 조카가 자동차 열쇠를 갖고 놀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열쇠 행방이 묘연했습니다. 열쇠를 못 찾아 그날 계획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습니다. 에고!
며칠 후 집에서 묵주기도를 하고 있는데 조카 가 놀러 왔습니다. 조카는 저를 보더니 열쇠를 달 라고 했습니다. 저는 조카가 얼마 전에 저지른 일 이 생각나서 열쇠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에 조카 는 발끈하며 왜 열쇠가 없느냐고 하였습니다. 순 순히 물러설 기미가 안 보였습니다. 그래서 “큰 이모는 가난해서 열쇠가 없어.”라고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조카가 무언가를 생각하는 눈빛이 되 더니 저를 위로하였습니다. 묵주를 달라고 하더 니 묵주를 내 가슴에 대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아 니겠습니까.
“큰이모는 가난해서 집 열쇠, 자동차 열쇠가 없어도 묵주가 있어. 맘을 여는 열쇠, 묵주!”
그러면서 제 묵주를 갖고 노는 것입니다. 묵주 기도, 성모송 등은 몰라도, 묵주를 소중히 여기는 조카가 성모님과 함께 기도하는 것이라 여겨졌 습니다.
가난과 질병으로 인상을 쓰며 기도하는 저보 다 훨씬 더 나은 조카의 말대로, 묵주기도를 열심 히 하면 사람의 마음을 열어, 좋은 인간관계를 맺 습니다.
우리 집은 명절이 되면 불교 신자였던 어머니 의 제안으로 대가족이 거실에 모여 묵주기도를 합니다. 불교와 가톨릭, 개신교, 무교 등 각양각 색이었던 우리 가족. 종교전쟁도 있었고, 서로 상 처도 주었던 우리 가족이 함께 묵주기도를 하면 서 저는 마음을 열었습니다. 아직 마음에 앙금이 있으나 상처를 치유하길 바라봅니다. 특히나 부 모님께 받은 상처, 이것이 우상숭배가 되었습니 다. 제 마음이 한 번에 치유되지는 않았으나, 조 카 말대로 제 마음을 열어주는 묵주기도를 열심 히 할 것입니다.
따스한 아파트의 창문에 보이는 풍경 속의 눈 은 어느새 멈쳤고, 흰 뭉개구름이 두둥실 떠있습 니다. 그걸 보는 제 마음도 날아갈 듯합니다. 내 적 상처가 치유 받으니, 몸도 가볍군요. 저는 조 카의 말을 생각하며 정성껏 묵주기도를 합니다. 기도하지 않아도 거룩한 묵주를 언제나 쥐고 있 습니다. 비록 묵주를 쥐고만 있더라도 제가 절실 히 소원하니 제 마음이 성모님께 전달되리라 믿 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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