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의 유언, 그리고 사제 성소를 향한 기도
2017년 7월 18일, 아버님께서 담도암 투병 끝에 주님 품에 안기셨습니다. 마지막 순간, 자녀들을 불 러 모아 남기셨던 유언이 아직도 가슴 깊이 남아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첫 손주인 윤호 안드레아에 게 남기신 말씀이 선명합니다.
“안드레아가 사제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안드레아는, 그 뜻을 다 이해하지 못한 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알 았어요.”라고 답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버님을 떠나보낸 후, 저희는 일상의 신앙생활 로 돌아왔습니다. 교중미사를 봉헌하고, 레지오 활 동을 하며, 작은 봉사를 실천했지만 크게 달라진 것 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가 찾아왔습니다. 예기치 않은 상황 속에서 성당에 가는 발걸음이 멈 추었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의 신앙도 점점 느 슨해지는 듯했습니다. 안드레아도 마찬가지였습니 다. 성당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처음에는 편하 게 여겼고, 그렇게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아버님의 유지를 지키지 못하는 건 아닐까?’ 우리 가정이 신앙 안에서 더 단단해지 려면 다시 성당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 습니다.
우리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성당에 나가기 시작 했습니다. 안드레아에게도 복사를 하고 초등부 미 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권했습니다.
하지만 오랜 공백 때문이었을까요? 안드레아는 성당 생활에 쉽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부모 의 뜻을 따르기는 했지만, 마지못해 미사에 참석하 는 모습이 늘 저희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우리 는 고민했고, 기도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손을 맞잡 고 주님께 간절히 청했습니다.
“주님, 우리 아이가 당신의 뜻을 알아들을 수 있 도록 닫힌 마음을 열어주소서. 강요가 아닌 사랑 안 에서 스스로 당신을 찾고 따를 수 있도록 이끌어주 소서. 아버지의 유언이 헛되지 않도록, 성가정을 이 루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기도에 대한 응답을 받지 못할 때도 있지만, 우 리는 믿음으로 나아가려고 했습니다. 주님의 뜻이 라면 아이의 길도 열릴 것이라 믿으며, 지금도 주님 앞에 간절한 마음으로 서 있습니다.
그 기도의 응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걸까 요? 안드레아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안드레아 는 예비신학교에 등록하였고, 이후 중고등부 선생 님들의 열정적인 지도 덕분에 아이의 마음속에서 신앙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성당은 어느새 아이의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주 말이면 자연스럽게 성당에서 시간을 보내고, 토요 일 저녁 중고등부 미사 때에는 독학으로 배운 드럼 으로 생활 성가 반주를 맡아 기쁘게 봉사하고 있습 니다. 아이는 성당에서의 삶을 즐기며, 그 안에서 행복을 찾고 있습니다.
희년을 맞이하여 저희 가족은 성지순례를 다니 며, 주님께 다시 한번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부족한 저희 안드레아를 당신의 도구로 사용하 여 주소서.”
사제로의 부르심이든 혹은 다른 길을 통해 주님 의 영광을 드러낼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안드 레아가 어떤 삶의 길을 선택하든 그가 주님의 뜻을 따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희 부부는 기도 하며, 아이의 신앙에 동행할 뿐입니다.
‘주님, 안드레아를 오로지 당신 뜻에 맡깁니다. 부디, 저희 안드레아가 주님의 크신 사랑과 한없는 자비 안에서 참된 기쁨과 평화를 누리며, 당신께서 주시는 은총 속에서 믿음과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 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안드레아의 삶이 언제 나 주님의 손길 안에서 보호받고 인도되며, 아이가 가는 모든 길 위에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게 하소서.
아멘.’
'삶의 보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앙 이야기 |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0) | 2025.04.14 |
---|---|
제8회 추억의 우리 농산물 이야기 | 생명 가득한 텃밭 (장려상) (0) | 2025.04.10 |
제8회 추억의 우리 농산물 이야기 | 할머니의 곶감 (0) | 2025.04.03 |
신앙 이야기 | 마음 여는 열쇠, 묵주기도 (0) | 2025.03.31 |
제8회 추억의 우리 농산물 이야기 | 나는 세련된 엄마입니다. (0) | 2025.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