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본당에서 6주간의 성령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본 당이 설립되고 처음으로 진행된 성령 세미나였는데, 제가 교육분과장으로서 그 처음을 준비하고 끝까지 함께할 수 있는 영광을 주신 성령 하느님께 진심으 로 감사를 드리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영광스러웠던 감동의 시간 이전, 마음속에 두려움과 불안함만이 가 득 차 있던 저는 어떤 것에도 순명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올 초 본당 신부님께서 교육분과장 을 맡아 달라는 말씀을 하셨을 때도 핑곗거리부 터 찾았습니다. 당시 저는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에서 시작된 우울증을 치료하는 중이었 고, 수술까지 앞두고 있었기에 당연히 맡을 수 없다 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수술이긴 했지만, 그 또한 하느님께서 돕 지 않으신다면 나는 어찌 될 것인가, 마취 후 깨어날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 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자비를 베풀어 주시어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음에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순명하자고 결심하고 교육분과장을 맡게 되 었습니다. 그런데 교육분과장이 되자마자 성령 세미 나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긴 세월 가톨릭 신자로 살아오면서 그저 미사와 묵 주기도만 드릴 줄 알았던 저에게 성령 세미나를 준비 해야 한다는 것은 큰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교구 봉사자님들을 만나 준비 자료를 받았을 때 그 두려움 은 더욱 큰 실체로 다가왔습니다. 세미나 준비를 처음 부터 끝까지 혼자 해야 한다는 생각에 ‘지금이라도 못 할 것 같다고 신부님께 말씀드리고 도망가 버릴까?’ 하는 바보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때 주위에서 가 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성령님께서 다 해주실 것이라 는 위로였는데, 저는 그 위로가 마음에 와닿지 않았습 니다. 저에게 필요한 것은 실질적인 도움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하지만 세미나 준비를 시작하면서부터 그 런 모든 염려와 걱정과 조바심은 저의 교만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진실로 성령 하느님 아버지께서 늘 함께하시어 어리석고 아둔한 저를 대신해 일하고 계심을 눈으 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고 머리로 깨닫기 시작했습 니다. ‘아! 신앙의 신비가 이런 것이구나.’ 알 수 있었 습니다. 성령님께서는 어여쁜 본당 자매님들의 모 습으로 오셔서 신자 접수를 도와주시고, 세미나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저녁 늦게까지 저와 함께 만들 어 주셨습니다.
또 감각 있고 손맛 좋은 자매님들의 모습으로 오 셔서 6주간 동안 봉사자 간식을 만들어 주셨습니 다. 멋진 형제님들의 모습으로 오셔서 안내 봉사를 해주셨습니다. 안수식에 필요한 제대도 차려주시고 성령 꽃꽂이도 해주시고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 도로 많이 도와주시고 이끌어 주셨습니다. 성령님 께서는 안달복달 걱정만 하고 있던 저에게 멋진 조 력자들을 끊임없이 보내 주셨고, 세미나가 한 주 한 주 진행될 때마다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음을 알았 기에 수고 많다는 인사말을 들을 때 매우 부끄럽고 민망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록 안수식 때 어떠한 기운과 감흥 도 느끼지 못했지만, 제가 이미 교육분과장을 맡겠 다고 순명한 순간부터 그리고 성령 세미나를 준비 하면서부터 큰 치유의 은사와 믿음의 은사를 받았 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성령님께서는 상실의 고통 으로 하루하루 힘들어하던, 나약한 마음에 근육을 짱짱하게 넣어주시어 고통을 굳건히 이겨내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게 해주셨습니다. 앞으로 또다시 순명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나약하고 아 둔한 저는 순명과 거부의 갈림길에서 갈등하고 두 려워하며 염려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성령님께 서 늘 저와 함께하셨다는 분명한 사실만을 떠올리 며 순명 하려 합니다. 그럴 수 있도록 성령님께서 이 끌어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제가 성령님의 도구 가 되어 저도 조력자가 필요한 곳에 힘이 될 수 있기 를 또한 기도드립니다.
“너는 혼자가 아니란다 그러니 그만 슬퍼하고 힘 들어하렴.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언제나 너와 함께 한다. 아멘.”
'삶의 보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앙 이야기 | 이미 받은 아름다운 유산 (2) | 2025.06.16 |
---|---|
[제12회 신앙체험수기] 장려상- 야훼이레 | 김정화 체칠리아(수원교구 동탄능동본당) (0) | 2025.06.05 |
신앙 이야기 | 떠나가는 자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0) | 2025.06.02 |
[제12회 신앙체험수기] 장려상- 비로소 | 최태영 안테로(부산교구 당감본당) (0) | 2025.05.29 |
[제12회 신앙체험수기] 우수상- 딱딱딱... 딱딱딱... | 이영종 스테파노 (서울대교구 우장산본당) (1) | 2025.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