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함박눈

松竹/김철이 2025. 2. 6. 13:35

함박눈 

 

                              松竹 김철이

 

 

철철이 잎새에 맺었던 정

좀체 잊지 못해

메마른 가지 사방으로 뻗치는데

빈 가지 고이 어르듯이

둥개둥개 내려앉아 꽃상여를 태운다.

 

잡초로 무성했던 산등성이

애써 찾는 건

산짐승 발 시린 발자국뿐이니

잎눈도 꽃눈도 뜨지 않고

한달음에 자박자박 꽃동산을 이뤘지

 

소소한 일상들이

요리조리 모여 피던 산촌

산새들 울음소리만 뜨덤뜨덤 쌓일 적에

밤새 아린 발자취 위로

고을마다 고운 꽃수를 땀땀이 놓더군.

 

고된 뱃일에 엉킨 그물처럼

소박한 이야기들이 얼기설기 얽힌 어촌

밀물 썰물만 들락인 줄 알았더니

물새들 물고 온 걸까

뱃전에 몰래 타고 희끗희끗 꽃가마로 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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