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꽃
松竹 김철이
동장군 칼바람은
말라비틀어진 살점을 베고 스치는데
현신現身도 없는 넋이 되어
켜켜이 엉겨 붙었지.
고작 나흘을 피고 질 거라면
차라리 피지나 말지,
가지에 맺은 정 품기도 전에
사온四溫의 제물이 된 채
몇 방울 물로 대지를 적시네
물에서 왔으니
물로 돌아가라는 진리를 깨달음인지
대자연 섭리 순응順應하여
물길 따라 아래로만 흐르더라.
더부살이 몸에 익은 듯
남의 줄기 빌려 싹눈 뜨고
남의 가지 끝에 꽃눈 뜨니
꽃잎은 영혼 없는 냉기로 불어
혹한 속 화신으로 머물러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