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한 벌
김철이 비안네
물이 아래로 흐르듯
이천 년을 하루같이
우리게 주실 큰 사랑
완성하러 오신댔지
북풍한설 무릅쓰고
발가벗고 오실 적엔
빈 몸으로 돌아갈 길
나누며 살라시는 무언의 표현일 듯
고작해야
삼십삼 년 살다 가실
짧은 생애 그루터기
세상 진리 담았으니
우리 영혼 빈 자루에 빈틈없이 쟁여봄세
갓난아기 고사리손 내밀 적에
고개 돌려 외면 말고
내 형제, 내 자매로 살아갈
내 이웃 내 몸처럼 사랑하라시는
무언의 표정이어라
걸어온 걸음 돌아다보니
고사리손 뿌리친 채
이천 년을 하루같이, 내 맘대로 살았구나
황금돼지해
돼지 꼬리만 한 사랑이라도 내 드려
한추위 가려줄 털실 삼아
벌거숭이 구원자
털옷 한 벌 지어드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