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신앙시

옷 한 벌

松竹/김철이 2019. 12. 9. 08:09

옷 한 벌

                            김철이 비안네

 

물이 아래로 흐르듯

이천 년을 하루같이

우리게 주실 큰 사랑

완성하러 오신댔지

 

북풍한설 무릅쓰고

발가벗고 오실 적엔

빈 몸으로 돌아갈 길

나누며 살라시는 무언의 표현일 듯

 

고작해야

삼십삼 년 살다 가실

짧은 생애 그루터기

세상 진리 담았으니

우리 영혼 빈 자루에 빈틈없이 쟁여봄세

 

갓난아기 고사리손 내밀 적에

고개 돌려 외면 말고

내 형제, 내 자매로 살아갈

내 이웃 내 몸처럼 사랑하라시는

무언의 표정이어라

 

걸어온 걸음 돌아다보니

고사리손 뿌리친 채

이천 년을 하루같이, 내 맘대로 살았구나

 

황금돼지해

돼지 꼬리만 한 사랑이라도 내 드려

한추위 가려줄 털실 삼아

벌거숭이 구원자

털옷 한 벌 지어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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