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빈의자의 주인을 찾습니다.

松竹/김철이 2019. 12. 2. 10:55

빈의자의 주인을 찾습니다.



                                                    정호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하늘나라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하느님의 결정 이외에 어떤 방법도 없습니다. 그리고 주님이 다시 오실 때를 기다리는 우리는 주님이 어떤 기준으로 우리를 대하실 지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2천년 전 이스라엘에서 우리 안에 계셨던 주님은 그 나라가 경쟁이 치열한 곳이 아니라 빈의자가 가득한 잔치상과 같음을 알려 주셨습니다.


자신의 종을 위해 주님을 찾아나선 백인대장은 이방인임에도 주님이 바라시는 우리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었습니다. 다른 복음 속에서는 그는 주님을 뵙지도 못합니다. 자신의 종은 벗으로 여겨 살리기를 원하고 주님 앞에서는 그분을 뵙지도 못할 만큼 겸손함을 보이면서도 주님이 그 청을 물리치지 않으실 것을 믿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선택 밖에 머물러 있던 사람이었으나 하느님을 닮은 존귀한 사람됨을 모두 갖춘 이 이방인의 말은 주님의 성체를 모시기 전 우리의 고백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하늘나라의 빈의자는 우리가 결정하거나 건넬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에 이 백인대장의 삶을 본받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이 급하다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하늘나라의 의자를 원하지만 그곳은 아직 빈자리가 가득할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서글픈 우리의 모습 때문입니다.


자신의 자리를 위해 다른 사람의 아픔을 외면하고 그 아픈 이의 이름을 연신 반복하며 이용하는 세상의 권력자들의 모습에 진저리를 치며 이 땅의 평화를 위해 9시 기도를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