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삼천리 생수강산"에 살면서.../정호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松竹/김철이 2019. 11. 29. 09:50

"삼천리 생수강산"에 살면서...



'생수', '정수', '수돗물' 지금 우리가 먹는 물의 종류들입니다. 지금도 깊은 산 속에서는 흐르는 물을 마실 수 있다고들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안심할 수 있는 일들은 아닙니다.


그러나 30년. 한 세대도 지나기 전 이 땅은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아이들에게 나라의 자연환경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게 했습니다. 뒷 산의 물들은 그냥 두손으로 떠마셔도 이상이 없었고, 어느 산 아래에서도 가재 등을 잡으며 놀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알프스에서는 만년설을 녹여 '생수'를 판다고 하셨고, 우리는 봉이 김선달의 대동강물 이야기를 듣는 듯 웃어댔습니다.


이제 우리의 일이 된지 꽤 오랜 일입니다. 세상이 나빠진 것. 꼭 '나비효과'등을 언급하지 않아도 세상이 만든 연결고리들의 결과인 것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서 벌어진 일들이고, 사람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그 혜택의 한 자리를 차지하려고 애를 쓰는 중입니다.


나쁜 것을 알아도 서로 눈감아주고 어쩔 수 없다고 현실을 위한 선택이라고 말하는 통에 그 때의 어른들의 경고가 우리의 현실이 되고 이제 우리가 남은 현실의 혜택을 누리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삭제하고 있는 중입니다.


자연은 언제나 우리에게 이런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힌트를 주었지만 우린 그것을 알면서도 망쳐버렸습니다. 자연은 삶을 가르치지만 우리는 그 삶을 죽임으로써 살려고 아우성을 칩니다.


생수도 말라가는 중임을 압니다. 땅은 말랐고 강은 바닥을 드러내어 시냇물로 변해가는 중입니다. 그마저 마를 때 우리는 또 다시 바닥을 뚫고 숨어 있는 물들을 꺼내려 할 것입니다.


바다물로 먹을 물을 만드는 노력은 이미 현실이 되었고, 그 바닷물이 어디에 있는가가 문제가 되는 세상. 우리는 너무 많이 망쳐버렸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은 목숨을 담보로 물길을 찾아야 합니다.


30년 전. 이 상황에 웃음을 던졌던 아이는 산이며 들, 길거리에 있는 휴지를 줍는 것이 이 상황을 막는 길이라 배웠습니다. 그러나 그 산을 파헤치고 논을 엎어 집을 짓는 어른들의 지혜를 막지도 못하고 그 집이 멋지다 부러워 한 젊은 날을 보냈습니다.

우리는 참 나쁜 경고를 보내는 자연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라도 다시 돌려야 하는데... 그 길도 방법도 막막합니다. 그런데 그 중 가장 문제는 사람입니다.